사슴벌레 여자 - 윤대녕 장편소설
윤대녕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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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해리성 기억상실증에 걸린 한 남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현대인들의 찾을 수 없는 자기 존재에 대한 감각을 찾아보길 권하는 소설로 읽힌다. 윤대녕 특유의(몇권 안 읽어봤지만 느낌상) 단순하고 이미지적인 묘사가 잘 드러나는 이 소설은 가만히 생각해보면 큰 이야기를 가지고 정말 정보의 바다 인터넷에 큰 도움을 입었다고 볼 수 있겠다.

사슴벌레라는 곤충을 여지껏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그 이미지는 그닥 와닿지 못하지만, 라면만 먹고 사는 여자라든가, 영화 <블레이드 러너>처럼 미래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사이보그 같은 인간들을 제시하면서 진실과 허구, 현실과 환상이라는 두 경계를 그다지 복잡하지 않은 플롯으로 꾸며놓고 있다.

남자가 기억을 되찾지 않고 그 상태의 삶을 이어나가며, 가족을 버리고 다시 자신을 돌봐준 키가 작은 여자를 찾는다는 결말이 참으로 처연하면서도 쓸쓸하다. 새로운 기억들을 만들어가며 이 세상을 살기란 어려울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처음이기 때문에 얻어지는 매력을 간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시간이 흘러 만약 이런 기술이 발명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그 기계 앞에 줄을 서있는 모습을 상상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닐 것 같다.

끝으로 소설의 배경이 되는 장소가 실명으로 거론될 때(인사동이나 세종문화회관, 덕수궁, 지하철 2호선 시청역 등), 익히 알고 있는 나로서는 정말 구체적으로 이미지가 그려진 것이 사실이지만, 그 장소를 모르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그 공간은 어떻게 상상될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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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몽주스 2005-04-30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문학사가 1990년대의 타이틀로
김소진과 윤대녕 중 누구를 기억할 것인가?
둘 중 하나여야만 한다면, 당연히 윤대녕이겠죠?
김소진은 죽어버렸잖아요?
결국 살아남은 자는 슬퍼하는 기득권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