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음에 관하여
함정임 지음 / 이마고 / 2002년 5월
평점 :
품절


함정임의 <하찮음에 관하여>는 유려한 미문으로 하찮음에서도 아름다움을 포착하려는ㅡ소설가라기보다는 시인의 가까운ㅡ사물 관찰력이 아낌없이 드러나는 산문집이다. 탐미주의적 입장을 갖고 있는 작가의 감수성이 드러나는 글들과, 남편 김소진을 떠나보내고 아이와 함께 남겨진 그녀의 생활에 대한 궁금함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의 해소가 될만한 삶의 성찰에 대한 글들, 그리고 역시나 문학, 미술을 비롯한 예술에 대한 여러 시각들이 섬세한 언어로 하나의 집을 이루고 있다.

이제까지 함정임에 대해서 나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느낌이나 감정이란 건 고작, 그녀의 소설 두권을 읽어봤다는 것과, 이대 불문과 출신, 김소진의 아내, 끝으로 인상적인 외모에서 가진 선입견 뿐일 것이다. 특히나 결코 예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쩐지 불세출의 예술가가 남긴 조각상을 연상시키는 듯한 독특한 용모에서 특별함이 느껴진다고 믿어왔기에 그녀의 산문을 읽으며, 남다른 생각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그건 또 한차례의 오해에 불과했다. 어쩌면 강인한 듯한 외모를 지닌 그녀가 이리도 섬세한 감정의 소유자라는 사실에, 부끄러웠다. 너무 겉모습만을 가지고 따지고 있는 건 아닐까 싶은 나의 최근 삶에 대한 반성이랄까. 또한 너무 화려하고 뭔가 있어 보이는 것에 내 눈이 혹해서 눈을 뜨지 않아도 보이는 것들을 망각한 채, 찬란한 빛만 비추는 것이면 눈길을 주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다.

하여튼 오랜만에 내가 좋아하는 감성적인 느낌을 잘 이해하고 있는 작가를 알게되어 기쁘다. <철도원>을 쓴 아사다 지로의 힘인 '순정'을 눈치챘다는 것만 봐도 그녀는 정말 대단히 좋은 감성을 지녔음이 분명하기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