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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적 킬러의 고백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정창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3월
평점 :
품절
루이스 세풀베다의 <감상적 킬러의 고백>에 실린 두 편의 중편소설을 읽고 나니 뭔가 석연찮다. 일단 그 근거는 이전에 아주 좋게 읽었던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이란 작품으로 소급될 수 있는데, 세 작품이 이루는 메시지는 어느 정도 뚜렷함을 알 수 있다. 다만 스토리 텔링의 차이가 세 작품에서 느껴지는 근본적인 차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지 다른 스타일을 보여준다는 것으로 질적 수준을 논하기엔 「감상적 킬러의 고백」과 「악어」는 분명 문제가 있다.
먼저 「감상적 킬러의 고백」에는 헐리우드 영화에서 익숙한 장면 전환이나 심리제시가 엿보인다. 그것은 이미 우리에게는 너무 익숙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 소설의 수준이 격하될 우려가 있다. 게다가 주인공인 킬러마저도 상당히 일반화된 캐릭터임을 부인할 수가 없다. 결국 이 소설은 여러 가지 사건이 꼬리를 물다 결론에 이르러 화해되는 B급 헐리우드 액션물과 동급이라는 생각밖엔 들지 않는다. 소설의 마지막에서 총을 맞기 전 표적이 되는 인물은 이렇게 말한다.
“이유가 뭐냐고? 난 그놈들을 증오하니까… 양키, 그 양키놈들은 없어져야 해… 그놈들은 마약을 원하고 있어… 그래서 주는 거지… 그것도 거의 공짜 가격으로… 그놈들은 죄다 속이 썩어 문드러져야 해… 그것만이 우리 라틴 아메리카가 그놈들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대안이니까… '땀에 젖은 등짝', 당신은 그게 무슨 말인지 알고 있어?… 그 빌어먹을 국경 때문에 비참하기만 한 우리 멕시코인들… 난 말이지, 그 양키놈들을 하나도 남김 없이…”
마치 헐리우드에서 만들어낸 액션물 같다. 정의의 사도를 외치는 미국이 그들을 넘보는 다른 계층을 처단하는 듯한 장면을 보면, 정말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을 쓴 작가 세풀베다가 맞는 건지, 어이가 없다.
다음으로 「악어」는 추리물의 형태를 띠고 있다. 이 소설 역시 그저 그런 추리물에 지나지 않는 평범함을 보여주고 있는데, 결론마저 너무 작위적이라는 게 눈에 보일 정도다.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인디오들을 죽이고 그 지역 악어를 잡아다 수출하는 무역상을 처단했다는 얘기인 셈이다. 그걸 더운 여름밤에 소다수와 함께 킬링타임용 픽션으로 만들어낸 것일 뿐이다.
아, 얼마 전,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을 읽고 좋은 작가를 만났다고, 그래서 그의 작품을 애독하겠다고 다짐했건만. 앞으로 그의 소설을 더 읽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심각한 혼란을 겪고 있다고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