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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소설 읽는 노인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정창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3월
평점 :
절판
가르시아 마르께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과 어느 정도 흡사한 느낌이 드는 건 루이스 세풀베다도 라틴아메리카의 작가 중에 한 명이기에 느껴지는 동질감일 수도 있고, 문명에 의해 파괴되어 가는 라틴 아메리카의 실상을 꼬집는 메시지도 비슷한 선상에 있는 작품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흔히 ‘마술적 리얼리즘’이라고 명명되는 <백년 동안의 고독>과 비슷한 느낌이 드는 것은 주술적인 면을 강조하는 원주민들이 등장하는 것이 하나의 요인이 아닐까 생각이 된다. 하지만 이 소설은 수십 년 동안 전혀 책 한 줄 읽지 않다가 어느 순간 노인이 우연히 글을 읽을 줄 안다는 것을 발견하는 등의 약간의 허구적인 상상이 가미되어 있기에 낭만적이고, 슬쩍 마법 같은 이야기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지, 배경이나 상황, 현실이 좀 더 구체성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약간의 변별점을 지닌다.
이 소설을 읽고 나는 무엇을 지켜야할 것인가라는 물음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연을 비롯한 만물은 끊임없이 순환한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결국 모든 것은 변하려고 하는 속성을 지니게 마련이고, 가만히 있는다는 건 결국 정체 혹은 부패를 면하지 못하리라는 것도 우리들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변해도 될 것과 변해서는 안될 것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변해야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존재들에게 강제로 변하기를 요구하는 것 또한 안될 것이다. 어울리지 않게 바닷가의 시골 마을에서 틀니를 끼고 고난을 겪으며 순수한 사랑을 완성시켜 가는 연애 소설을 한 글자 한 글자 음미하며 미소지을 노인의 모습을 떠올리며, 노인의 남은 평생 그 미소를 오래도록 지켜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