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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앨리스 먼로 지음, 서정은 옮김 / 뿔(웅진)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카르마
아무것도 기약하지 않으리라
구애하지도 않으리라
가까이, 그리고 멀리 날아가
둥지를 트는 새들처럼
침묵의 커튼을 이 산과 저 산
이 생과 저생의 사이에 걸쳐두고
남은 나날 손꼽으며 기도하는
시들어가는 노을처럼
우리는 한 줄의 문장으로
이 생에 닻을 내리고
새벽마다 가까이 파도를 매만지는
온갖 작은 생물들
어디든 빈틈으로 기어들어가
슬픔은 각질밑에 곱게 말아 감추고
울고 웃는 낯으로
미움과 사랑으로
우리는 서로의 등대
조난 신호처럼 서로의 눈빛을 찾아다니는
거역할 수 없는 운명
그러므로 나를 데려가주세요.
가보지 못한 곳으로
모든 길의 시작으로
누군가의 희망이 되는 곳으로
우정이 되고 결혼이 되는 곳으로
- 그녀가 정말 그 사실을 잘 안다는 걸, 그(녀)와 함께라면 다 괜찮을 거라는 걸 그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에게 필요한 건 바로 조해너 같은 사람이었다. 기꺼운 감사의 마음이 밀려왔다. 고맙다는 마음이 특히 상대방이 그런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 상황에서라면, 부담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는 걸 그는 이제 깨달았다. 뭔가 새로운 변화를 내부로부터 감지할 수 있었다. 바로 이게 내게 필요한 변화였어. 그는 전에도 늘 이런 말을 하곤 했지만, 이번에야말로 이 말이 진실임이 입증될 것 같았다. 따뜻한 겨울, 상록수 숲의 향기와 익어가는 사과들. 가정을 꾸리는 데 필요한 모든 것들. (75p,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 데려가 주세요.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다른 데로 가요 대신 그녀는 다른 데로 데려가 주세요라고 부탁했던 것이다. 그녀에게는 이 사실이 중요했다. 모험, 그리고 결정권의 이전. 완벽한 모험과 결정권의 이전. 다른 데로 가요라고 말했다면 자기가 먼저 시작한다는 점에서 모험은 여전히 존재했겠지만 자신을 온전히 내맡기는 포기는 없었을 터이고 그 순간의 에로틱한 흥분 역시 모두 사라지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 역시 선택권을 포기하며 다른 곳 어디요?라고 물었다면 그 경우 역시 에로틱한 긴장감은 모두 증발하고 말았을 터이다. 그는 그때 자신이 말했던 것처럼 바로 그렇게 대답해야만 했다. 알았어요라고. (319p, 기억)
2014. 07. 15.
앨리스 먼로, 출판사 뿔, 서정은 역, 2013 노벨 문학상, 우리 시대의 체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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