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모든 것에 대해서
카르마
우리가 만난 것이 우연일까
너의 수심에 찬 얼굴과, 가슴 아픈 포옹이 우연일까
짧은 인사와 눈인사, 그 아쉬운 눈맞춤,
그것이 우연일까
우리가 친구인 것이
누군가의 딸이고, 아들인 것이
누군가의 엄마이고, 아버지인 것이
누군가의 사랑이고, 증오인 것이
누군가의 존경이고, 경멸인 것이
그럼, 우리가 헤어지는 것은 우연일까
한 번의 어깨 토닥임, 짧은 전화통화
가벼운 고개 끄덕임으로 수만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한숨 어린 숫가락으로 퍼먹는
밥알처럼 마구 들어오는 모든 사물들
마구 마구 씹히는 시간들
우연한 모든 것들은 우연일까
내가 우연히 너를 만나
네게로 울먹이듯 넘어지고 싶었다면
눈동자 속, 머리 속, 가슴 속 깊은 것들
젓가락으로 집어들었다가
말하지 못하고 지나쳤던 것들
꺼내지 못하고 머뭇거린 것들
이 모든 것에도 우연한 것이 깃들어 있을까
2013. 5. 21.
(슬퍼하지마,
그런 표정 짓지마,
이제 그만 웃어 응?
.
.
.
아직 안될까
너무나 파릇해서 슬픈 초록나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