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 그녀의 오피스텔은 그녀에게 익숙한 생활과는 한참 거리가 먼 방식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하는 듯했다.,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들의 부에 대해서 냉소적인 태도를 취하곤 했는데, 이것은 때로 사회주의적인 경향으로 발전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질투처럼 보이곤 했다. 불편했지만, 모텔비를 내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은 있었다. 게다가 몇가지가 자연스럽게 해소되기도 하니까. 하여간 그녀는 광화문의 쇼핑거리와 지역예술, 박물관과 거리예술, 극장과 도시 소음을 한꺼번에 즐기는 듯했고 나는 내가 알고 있는 도시에서의 삶에 대한 좋은 사례들을 그녀 앞에 풀어놓았다.
그녀는 여가 시간이면 이런 저런 책들을 수집해서 내 구미에 맞게 내 앞에 내밀었고, 그것들은 마치 장남감인형처럼 내 앞에서 이리저리 몸을 들이밀고 제 모양을 보여주곤 했다. 그녀는 자신도 그 옆에서 선택되기를 좋아했다. 그녀는 봉제 인형처럼 책들과 나란히 누워 나에게 선택을 강요하곤했다. 당연히 나에게는 그녀에게로 뛰어드는 충동을 걷잡을 수는 없었다. 그녀와 함께라면 언제든 눈이 푹푹 내렸고 그녀는 기꺼이 나의 아나스타샤가 되어주었다. 원래 나의 아나스타샤는 미술전공을 하는 교수다. 물론 이사벨을 만나기 전이니까 이사벨은 알리가 없다. 서로 알아서 좋을 건 뭐가 있단 말인가. 나는 그저 아무말 없다. 그렇다고 지금 나의 아나스타샤를 만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나의 아나스타샤는 한달에 최소한 한 번씩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고, 그리고 그녀가 내키면 더 자주 만나기도 하며, 만날 때마다 만족스럽고 열정적인 운동을 제공하곤하니까.
이사벨은 몇가지 현대적인 램프를 방안에 들여놓았다. 방안에 커튼을 닫아놓고 램프를 여기저기 켜놓는 그녀는 빛에 대해서 설명하곤 했다. 빛이 보여주는 다양한 사물의 색깔과 그 느낌에 대해서 그녀는 묘한 평을 늘어놓곤 했다. 결국에는 항상 그녀의 벗은 몸을 비추곤 했고 나는 다시 눈이 펑펑 내리는 광경을 바라보곤했다. 게다가 그녀는 작은 초들도 사나르곤 했다.
"성적 충동을 해소하는 방법이야"
이사벨은 그렇게 설명했지만 나는 그것이 좀 야박하다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나는 그녀가 넘치는 성적충동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긴 아직 넘치는 삼십대다. 남편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그녀의 남편은 하루종일 식당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 성적으로도 지적으로도 그녀를 만족시켜주지 못한다. 그녀는 최근에 만나기 시작한 아델과는 조금 차이가 있었다. 설득할 수 없을 때 그녀릉 다루는 최후의 수단이라고는 그냥 아무말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녀는 결혼생활을 하는 동안 두아이를 키우면서도 바람을 피웠으며, 내앞에서 그것을 굳이 감추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구태여 밝히지도 않았지만 여기 저기서 노출되는 흔적으로 나는 정확한 근거를 제공받는 것이다. 이사벨은 근처에 있는 남편의 식당에도 나를 데리고 갔었는데, 남편은 전혀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는 정말로 순진한과의 남자였다. 물론 이사벨이 새로 영문과 공부를 시작했기 때문에 그 학구열에 불탄다고만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슬프게도 이사벨은 전에 바람피던 남자와 나체로 찍은 사진을 <아들숙제>라는 파일명으로 컴퓨터에 저장해놓고 있었고 둘이 누워 있는 광경은 마치 일리아스에 나오는 몇몇 대목을 연상시키는 것들이었다. 이사벨은 바람피운 전적이 있는 만큼 미행이라든지, 흔적을 감추는 것이라든지 하는 것에 빨랐고, 그런 것 때문에 나는 더더욱 그녀의 행적이 뻔하다고 느끼는 것이었다. 그녀는 작은 키였지만 외모에 관련된 허세를 부리기도 했었는데, 그것은 그녀가 언급하는 몇몇 그 대학교수들과의 대화의 허세와 멋진 짝을 이루었다. 중년의 나이에 새로 공부를 시작했기 때문에 이미 순진한 여대생일리 없었던 그녀는 교수와 동급이 되어 그들을 언급하곤 했다. 뿐만아니라 이 세상에 그녀가 읽지 않은 책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 두번 읽지 않은 책은 없는 것 같았다. 이사벨은 몇일 전 저녁 식탁에서 그녀가 칭찬해 마지 않았던 파노라마 같은 러시아 소설의 플롯과 영국 소설의 플롯을 비교하면서 기존의 비평에 도전하고 있었다.
"말도 안되는 소리! 러시아의 소설의 규모가 크다고 광대하지, 반면에 영국의 소설은 어디로 자꾸 기어들어가는 거야, 플롯이 좀 조잡하지 않아?"
그녀는 짜증과 불평을 섞어 말했었는데, 그녀가 그렇게 말하는 것은 안읽은 것을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녀가 직접적으로 그렇게 러시아문학에 대해서 은혜를 베푸는 것은 순전히 나를 의식한 행동이었고, 내가 그녀에 맞서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행동이었다. 그것이 그녀가 설득할 수 없을 때 사람을 다루는 최후의 수단이었을 것이다. 나의 방법과는 다르지만 우리는 서로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피차 나눌 것을 나누고 있었다.
"참 어머니는 어떤 분이셔?"
"어머니는 아버지에 비해서 좀 외향적이고 뭐든지 하려고 하시지, 여장부야."
내가 그렇게 말하면 이사벨은 얼굴에 웃음을 띠곤 했다. 내 아내 숙은 그렇지 않았다. 뭔가 내가 감추고 있기라도 한듯이 얼굴을 찡그리곤 했었다. 나의 삶의 주변적인 것에 대한 관심으로 우리 관계의 복잡성을 벗어나고 있었고, 우리는 다시 침대에서 뒹굴고 있었다. 강의시간이 다가오자 나는 옷을 주섬주섬 입기 시작했다. 대충 벗어 놓았던 옷이 구겨져 있었다. 머리속에서 우리가 나누었던 것들이 뇌의 시냅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었고 몇시간 혼자 떠들어야 하는 내용을 엉클어 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