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를 끊으면서 전화기가 뜨끈뜨끈해진 것이 느껴졌다. 스마트 폰이 뜨끈뜨끈해질 정도로 엇그제의 악담에 대해서 이번에는 아주 멋진 반격을 했던 것이다.
"그래 그게 너야, 그게 바로 너 자신이지."
"너는 별다르나고." 그는 말꼬리를 흐리고 있었다.
"이것봐, 네가 머리가 좋고 특별한 사상을 지녔다는 것은 인정해주지. 그렇지만 사는 것이 꼴도 아닌 것도 스스로 인정해야 할거야, 그렇게 생각되지 않아?"
나는 기세등등하게 그를 칭찬하면서 약점을 꼬집었다.
"내가 좀 무능한 것은 사실이야, 그렇지만, 여자들이 돈주고 몸주면서 따르는 걸 어쩌란 말이야. 어떤 년들은 완전 집착해서 몇달은 못살게 한다구, 이놈의 인기는 정말 식을 줄을 모른다 말이지, 최근에 만나게 된 년은 나와 만나기 위해서 오피스텔까지 따로 마련했다니까. 그러니 모텔비를 따로 낼 필요도 없는거지 나로서는 말이야, 이자식아 여자는 그렇게 꼬시는거야, 너처럼 그렇게 하다가는 평생 여자 뒤 꽁무니만 쫒아 다니는거지. 혼자사는 돈많은 여자일수록 소극적인 남자를 답답해하면서도 리드하는 재미를 누리고 싶어한다고"
그는 여자 편력을 자랑하기 시작했다.
"그래, 그게 바로 너야, 그게 바로 너 자신이지. 얼마전에 망신살은 그새 잊었냐, 그 여자가 망신당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
나는 이번 반격이 제대로 한방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왜냐하면 전화 저쪽에서 한 3초간의 멈춤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어쩌랴, 네놈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걸." 나는 그가 자기학대의 똥물로 빠지려는 걸 머리채를 잡아 올려주었다.
"그래 그렇긴 해" 금새 그는 마지막 말에 기분이 좋아졌다.
전화를 끊고 나니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 놈도 전화를 끊고 마음이 복잡할테지. 남자간에 우정이야 이런 식으로 단발성 슈팅을 해가면서 절친해지곤 하는 거니까. 내일은 그 놈하고 회집에라도 가서 한 잔을 사면서 등이라도 두들겨줘?' 나는 그 놈과 경멸과 무시, 우정 이외의 많은 것도 나누고 있는 셈이었다. 그 놈이 소주한병을 마시고 묘한 여자 취향에 대해서 떠벌릴때면 묘한 대리만족까지 느끼게 되고 게다가 충고라도 몇 마디 던져주면 눈을 번쩍이며 듣는 모습을 바라볼 때면 우쭐한 일주일을 지낼 수 있는 것이다. 그는 내가 소설속에 집어넣을 만한 인물을 다수 알고 있고 속속들이 이야기 해주는 놈이기도 했다. 젊잖은 채하면서 블로그에 여자 나체사진을 올려놓고 거기에 걸맞지도 않는 문학이야기나 인문학 정치나, 철학이야기를 써놓는 나같은 놈보다야 더 솔직하지 않은가 말이다. 여자를 꼬시기위해서 침을 흘리는 방법이 차이가 있을 뿐인데 저놈은 노골적이고 나는 좀 고상할 뿐이다.
월요일마다 있는 강의에 나오는 중년을 훨씬 넘긴 여자중에 하나가 옷을 좀 야하게 입고 오는데 나를 너무나 빤히 쳐다보며 열심히 듣는 척을 한다. 예전에 사귀었던 미술하던 년과 좀 닮았지만 새로운 맛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다음 주에는 엘리베이터를 따라타고 슬쩍 인사를 하고 아는 척을 좀 해야 할까 싶다. 이런 경우 너무 적극적이면 오히려 탈이 난다. 처음에는 가벼운 인사정도도 고마워하고 입꼬리가 귀에 걸리는 법이다. 그러니 내가 펼치는 전략과 그놈이 전개하는 방법은 차원이 다르지 않는가. 그놈은 연애에 예술이나 문학, 정치가 있음을 모르는 놈이다. 그래서 나는 그놈이 필요하다. 그 막무가내의 들이댐이 벌이는 사건의 전후가 늘 궁금한 것이다. 내일 저녁은 그놈과 회집에서 만나야겠다. 지금은 너무 늦었으니 내일 늦잠을 자고 일어나 전화를 해 볼 모양이다. 그놈의 무식한 마누라가 교회를 간틈을 타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