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김 지하

 

가겠다.

나 이제 바다로

참으로 이제 가겠다.

손짓해 부르는

저 큰 물결이 손짓해 나를 부르는

망망한 바다

바다로

 

없는것

아득한 바다로 가지 않고는

끝없는 무궁의 바다로 가는 꿈 없이 없는 것

검은 산 하얀 방 저 울음소리 그칠 길

아예 여긴 없는 것

 

나 이제 바다로

창공만큼한

창공보다 더 큰 우주만큼한

우주보다 더 큰 시방세계만큼한

끝간 데 없는 것 꿈꿈 없이는

작은 벌레의

아주 작은 깨침도 있을 수 없듯

가겠다.

 

나 이제 가겠다.

숱한 저 옛 벗들이

빛 밝은 날 눈무신 물 속의 이어도

일곱 칩 영롱한 낙토의 꿈에 미쳐

가차없이 파멸해 갔듯

여지없이 파멸해 갔듯

가겠다.

나 이제 바다로

 

백방포에서 가겠다.

무릉계에서 가겠다.

아오지 끝에서부터라도 가겠다

새빨간 동백꽃 한 잎

아직 봉오리일 때

입에 물고만 가겠다

조각배 한 척 없이도

반드시 반드시 이젠 한사코

당신과 함께 가겠다

혼자서 가지 않겠다

 

바다가 소리 질러

나를 부르는 소리 소리, 소리의 이슬

이슬 가득 찬 한 아침에

그 아침에

문득 일어서

우리 그 날 함께 가겠다

살아서 가겠다

아아

삶이 들끓는 바다, 바다 너머

저 가없이 넓고 깊은, 떠나온 생명의 고향

저 까마득한 화엄의 바다

 

가지 않겠다

가지 않겠다

혼자서라면

함께가 아니라면 헤어져서라면

나는 결코 가지 않겠다

 

바다보다 더 큰 하늘이라도

하늘보다 우주보다 더 큰 시방세계라도

화엄의 바다라도

극락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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