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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즈 데케루 ㅣ 펭귄클래식 106
프랑수아 모리아크 지음, 조은경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1년 5월
평점 :
이 작품은 프랑수와 모리악이 젊은 시절에 법정에서 목격했던 사건을 기초로 쓴것이라한다. 남편을 독살하려 했다는 혐의로 법정에 회부된 작고 갸냘픈 여인의 물증과 증언, 위조된 독극물 처방전 등은 실제의 사건에서 빌려온 것이라 한다. 우리 주변에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을 모티브로 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또다른 시각을 갖게 하는 소설이다. 이 작품은 결혼이나 가정이라고 하는 우리가 가장 친밀함을 가지고 있는 제도에 대해서 반항하는 주인공 테레즈를 내세워 인간의 내적인 욕구는 제도 이전의 것인지 혹은 제도 이후의 것인지, 또는 그런 욕구가 범죄본능과 어떤 짜임새를 가지고 연결되어 결국은 어떻게 범죄로 형상화되는지 묘사하여 진실을 추구하고자하는 과정의 불안과 혼란을 그려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남편을 밀어낼 수 있다면! 침대 밖으로 영원히 어둠속으로 그를 떨어뜨릴 수만 있다면!" (p. 74)
이것이 테레즈가 남편 베르나르에게 느끼는 감정이다. 어떻게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을까? 원인이 무엇이었을까. 이 소설에서 대답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테레즈가 느끼는 숨막히는 가족관계나 사회적 분위기를 느낄 수는 있다. 가족제도속에서 그녀의 내면적인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는 것일까?
그녀가 베르나르에 대해서 느끼는 감정은 처음부터 호의롭지 못하다.
몇 주 전부터 매일 먹고 마시던 음식과 술없이 지내자 몸이 달았던 이 잘 생긴 시골청년, 테레즈는 그를 증오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고통에 대해 생각하고 고통스러워할 장소를 찾고자 혼자가 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단지 그가 자리에 없다면, 먹으로, 웃으라고 강요하는 사람도 없고, 어떤 표정을 지을지, 눈빛을 흐려야 할지 걱정을 안 해도 되며, 이 신비로운 절망에 자유롭게 생각을 집중할 수 있다면. 한 피조물이 이 황량한 섬 밖으로 도망간다. 죽을 때까지 네 곁에서 살아야 된다고 생각했던 이 경계 밖으로. 그녀는 너와 다른 사람 사이에 떨어져 있는 심연을 건너 그들과 합류한다. 마침내 다른 행성으로 이동한다.....
어쩌면 베르나르에게 느끼는 감정이라고 하는 것은 테레즈가 살고 있는 그 시대 그 상황에 느끼는 테레즈의 반항을 전반적으로 투영한 것인듯하다. 우리는 때로 우리를 감싸고 있는 제도나 그 제도가 내뿜고 있는 영향을 느끼지 못한채 그것이 제도탓인지도 감지하지 못한채 길들여진 자아로 순응하며 살거나 고통을 받지만 이유를 모른채 우리 모두는 절망적인 반항으로 테레즈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에게 가장 끔찍한 병이야말로 그런 비밀스러운 병이 아닌가요? 가족들은 한 번도 그런 생각을 않죠. 우리 가족들은 자기네 오점을 숨기고 묻어버리는 데 마음이 너무 잘 맞아요. 하인들이 없었다면 아무도 모르겠죠. 다행히도 하인들이 있기에..."
" 당신 말에 대답 안 하리다. 당신이 일단 말을 시작하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최선이야 그나마 나와 함께 있으면 불행중에 다행인거지. 당신이 이걸 즐긴다는 걸 알아. 하지만 집에가서는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은 당신도 알겠지. 우리 집안에서는 가족들을 소재로 농담하지는 않는다고."
가족이라! 테레즈는 담뱃불을 꺼지게 내버려 두었다. 시선을 한곳에 고정한 채, 수많은 인간 철창이 쳐진 새장을 상상해 보았다. 눈과 귀로 둘러싸여있는 이 새장, 테레즈는 그곳에서 꼼짝 않고 웅크려 앉아 팔로 다리를 감싼 채 무릎을 턱까지 당기고 죽기만을 기다리게 될 것이다. (p.73)
테레즈에게 가족이란 그런 것이었다. 우리가 테레즈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테레즈가 살았던 1880년대의 프랑스에 잔재했던 봉건적 구조의 가족관계, 가족의 임무 등을 이해해야 한다.
가족관계를 중심으로 경제적 이해관계가 정교하게 사회구조를 이루고 있었고 거기에서 인간은 개인으로서 보다는 가족집단의 구성원으로서의 의무와 외면적인 체면이 강조되었던 시대였던 것이다.
안이 드길렘과의 결혼을 놓친다면 큰일이라고 재차 말하는 베르나르에게 그녀도 동의했다. 드길렘 집안은 그들과는 다른 부류였다. 할아버지가 목동이었다지.... 그렇다. 하지만 이 고장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나무를 숲을 소유하고 있다. 무엇보다고 안은 그리 부자가 아니다. 안의 아버지에게 기대할 만한 것은 오직 랑공근처, 2년마다 강물이 범람하는 충저고 위에 있는 포도밭 뿐이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그길렘 집안과의 결혼을 놓쳐서는 안되었다.
테레즈는 민주주의에 대해서 이미 혐오하고 있었고, 민주주의의 온갖 고상함을 대변했을 정치에 대해서 구역질을 느낀다.
그녀는 아버지가 '민주주의에 대한 한결같은 헌신'을 주장하면, 그녀는 "그러실 필요없어요. 우리밖에 없거든요." 라고 그의 말을 잘랐다. 그녀는 정치의 고상함에 구역질이 난다고 말했다. 가장 가난한 사람도 땅 주인이거나 주인이기를 바라는 이런 고장에서 테레즈는 계층 갈등의 비극에 관심을 가질 수 없었다. 이곳 사람들은 땅, 사냥, 먹을 것과 마실 것에 대한 욕구를 공유해 부르주아나 농민 모두 긴밀한 형제애를 형성했다.
테레스는 마리(딸)을 임신을 했다고 해서 행복하지도 않으며 베르나르의 관심에 대해서도 끔찍해한다.
'그는 내 걱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 배속의 아이를 걱정하는 거야. 그 끔찍한 어조로 계속 말하지. 퓨레 좀 더 먹어.... 생선은 먹지마....당신 오늘은 충분히 걸었어....모유 때문에 고용한 외국인 유모야... 그런말에 감동할지 모르지만 난 전혀 감동스럽지 않아. 라 트라브 가족은 내 안의 신성한 꽃병에 경외심을 품은 거지. 난 그들의 자손받이야. 필요하다면 그들은 이 태아를 위해 기꺼이 나를 희생할 테지. 나라는 개인 감정은 뒷전이야. 가족들의 눈에는 나는 기껏해야 포도나무일뿐이야. 오로지 내 옆구리에 주렁주렁 달려있는 열매만이 중요할 뿐....
테레즈는 남편이 정기적으로 먹는 심장약에 비소량을 조금씩 늘리기 시작한다. 이것을 알게 된 의사는 그녀를 고소하게되고, 집안의 체면을 생각한 남편 베르나르와 그녀의 아버지의 거짓 진술을 하고 그 소송은 기각되어 테레즈는 석방되게 되지만 집안에서 유페된다.
'그래, 끔찍한 유혹에 사로잡혔다는 느낌은 없었다. 단순히 위험한 호기심 때문이었던거야 베르나르가 식당으로 들어오기전에 그가 마실잔에 파울러약을 타는거야, 이렇게 되뇌었던 것을 기억해. '딱 한번이면, 의심이 풀릴거야. 그러면 이 때문에 그가 아프게 되는지 그 결과를 알게 될거야. 딱 한 번이면 끝날거야.'
(프랑스어에서 번역되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번역에 오류가 있는지 알 수 없지만......몰입하게 만드는 번역은 아니라 아쉽다.) 테레즈는 베르나르가 구급차에 실려나가고 난 후에 비로소 두려움에 쌓이게 된다. 테레즈의 반항하는 방법은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었다.
포식자 무리가 다가오는 소리를 듣고 납작 웅크린 짐승처럼. 테레즈는 격렬한 경주 끝에 기진맥진해 눈앞의 결승선에 손만 뻗으면 되는데도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버린 선수 같았다. 겨울이 다 간 어느 날 저녁 그녀의 아버지가 와서 스스로 변명을 하라고 그녀에게 간청했다. 아직 모든 것을 구할 수 있었다. 페드메는 고소를 취하하는데 동의했고, 그 처방전 중 하나는 자신이 직접 쓴것이 아닌지 확실치 않다고 헀다. 아코니틴, 클로로포름, 다리탈린에 관해서 그가 이렇게 과량을 처방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환자의 혈액에서 그 어떤 흔적도 찾아 볼 수 없었기에...
반면에 테레즈가 바라는 것은 너무나 단순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단순한 것을 채울 수 없었던 것이다.
과거 속에서 그녀는 이 이미지만을 찾아내어 기운 빠진 마음을 기댔다. 그녀는 달리는 말에 리듬을 맞춰 기계적으로 되풀이 했다. "쓸모없는 내 인생, 허무한 내 인생, 경계없는 고독, 출구없는 운명." 아! 정말 베르나르는 그 행동만을 해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아무것도 묻지 않고 두 팔을 활짤 벌려준다면! 그녀가 인간의 가슴에 머리를 기댈 수 있다면, 살아 있는 사람에게 기대 울 수 있다면!
베르나르의 입장은 확고하다. 가족우선주의. 가족의 명예우선주의 등등.
" 이 문제에서 내 개인적 입장은 고려하지 않겠고. 이제부터 나는 중요하지 않고. 가족만이 가장 중요하지. 난 언제나 가족의 이익에 맞추어 모든 결정을 내려왔소. 가족의 명예를 위해 나는 내 나라의 정의를 속이기로 동의했던거요. 신께서 나를 판단하시겠지"
이 점잔 빼는 말투에 테레즈는 구역질이 났다. 그녀는 정말 원하는 바를 단순하게 말해달라고 간청하고 싶었다.
" 가족을 위해서는 세상 사람들이 우리가 화목하다고 믿고, 그들의 눈에 내가 당신의 무죄를 의심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아야하오. 다른 앟녚으로 나는 나를 최선의 방법으로 보호하고 싶고...."
" 베르나르, 내가 당신을 두렵게하나요?"
"두렵다고? 아니 끔찍하지." 그가 중얼거렸다.
베르나르는 마리를 데리고 그녀를 떠나고 그녀는 일요일 미사에 남편과 함께 나타나야하며 겉으로는 화목한 행세를 해야했다.
'이제부터는 이 강력한 '가족'이라는 기계가 나를 향해 돌진할거야. 그것을 없애거나 그 사이에서 제때 빠져나오지 못했기 때문이야. 다른 이유를 탓할 필요도 없어. 그들이었으니까, 나였으니까 이렇게 된거지. 2년이 채 안되는 동안 나를 감추고, 체면을 세우고, 남을 속이기 위해 내가 했던 이노력. 다른 사람들은 습관 때문에 익숙해지거나 무감각해져 따뜻하고 전지전능한 가족의 품안에서 포근하게 잠이 들어 죽을 때까지 그렇게 지내려고 해. 하지만 나는, 하지만 나는, 하지만 나는.....'
안과 드길렘가문의 아들이 약혼을 하게되자 법정소송의 근원이 무엇인지, 이 가문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궁금한 드길렘의 청년이 테레즈를 방문하게 된다. 베르나르는 테레즈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낸다.
드길렘청년은 특히 당신을 먼저 만나기를 원하오. 그는 예의 문제라고 말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당신이 알고 있는 무언가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듯하오. 당신은 똑똑하니까 이런 일쯤은 잘 넘기겠지. 당신은 아픈 환자며,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오. 마지막으로 당신을 믿어보겠소. 안의 행복을 망치지 말고, 가문에 전적으로 도움이 되는 결혼 계획을 망치지 않아주면 고맙겠고. 당신이 방해한다면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거요. 하지만 그런 걱정은 전혀 할 필요가 없다고 확신하고 있소.
고등법원에서 집에서 구류되는 판정을 받고서 테레즈는 집에서만 있어야 했고 이런 방문자의 방문을 받았고, 베르나르의 요구가 있을 때 함께 일요 예배를 보는 것으로 베르나르의 가문에 아무런 이상이 없음을, 테레즈 개인 정신적인 문제임을 그 마을에 이런식으로 입증해야 했던것이다.
안은 내가 먼저 마리에 대해 물어보지 않았다고 반감을 느끼는구나. 어떻게 설명할 수 있으까? 나는 나 자신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해서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는 걸 안은 이해하지 못할거야. 안은 가문의 다른 여자들처럼, 그리고 그 애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아이를 낳으면 아이에게 자신을 헌신하려고 하고 있지. 나는 항상 나 자신을 찾는 것이 필요한데, 진정한 나와 만나기 위해서 노력하는데.... 안은 저 난쟁이와의 사이에서 생긴 갓난아기의 첫 울음소리에 우리의 사춘기나 장 아제베도의 손길을 깡그리 잊어버릴거야. 가문의 여자들은 자신의 존재를 전부 버리려하지. 한 생명에게 자신을 전부 주즌 것은 아름다운거야. 그 사라짐, 헌신이란 아름다워. 하지만 나는, 하지만 나는....'
테레즈는 자신이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고 자신이 다른 사람과 다르다고 생각한다. 테레즈의 이러한 심리에 대해서 베르나르는 관심이 없다. 다만 어떻게 테레즈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고심하다가 파리로 보내기로 작정하게 된다.
베르나르는 파리의 가장 깊숙한 곳에 테레즈를 묻어두고 도망갈 것이다. 그들은 이렇게 합의했다. 이혼도, 공식적인 별거도 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에게는 건강상의 이유라고 둘러댈것이다. (테레즈는 여행을 하면 좋아져서 말이죠.")
테레즈는 이 마을에서, 이가족에게서 떠나기를 바란다.
테레즈는 겨울의 끝자락에서 완전히 벌거벗은 메마른 대지를 좋아했다. 하지만 옷을 벗지 않으려는 듯 참나무에는 마른 잎새가 집요하게 매달려 있었다. 그녀는 아르즐루즈의 침묵이란 사실 없는 것임을 깨달았다. 가장 조용한 밤 시간에도 숲은 우리가 자기 자신을 늘 한탄하고 불평하듯이 몸을 흔들다 잠이 들었다. 밤새 무한한 속삭임이 계속 이어졌다. 그녀의 삶에는 미래가, 생각지도 못한 새벽이 올 것이다. 그 새벽은 사막처럼 고요해, 그녀는 수많은 수탉이 앙칼지게 울어대는 아르즐루즈의 기상 시간을 그리워할지도 모르겠다.
테레즈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무엇보다도 인간적인 자기 자신의 존재이며, 그것에서 사고가 출발하는 것에 대한 인정이다.
'내가 소중하게 생각했던 것은 돌로 만들어진 도시가 아니야. 강연도, 박물관도 아니야. 내가 소중하게 생각했던 그것은 도시 속에서 동요하고 어떤 폭풍우보다도 더 강한 열정이 만들어내는 살아 있는 숲이야. 어둠 속에서 아르즐루즈의 소나무 숲이 내는 신음 소리 역시 인간적이기에 감동적이었던거야.'
프랑스와 모리악의 1952년 테레즈에 대한 회상에 따르면, "가족이라는 철책뒤에 갖혀있는 그녀의 모습은 청소년이었던 내게 매우 큰 충격을 줬었다. 나는 바로 여기서 <테레즈 데케루>가 탄생했었다고 생각한다. (열여덟번째 인터뷰, 되찾은 기억들에서)" 에서 느낄 수 있듯이 그 당시의 그 지역에서 여성의 위치가 어떠했는지, 그리고 그러한 상황에 적응하지 못한 여인이 테레즈라고 상상해 볼 수 있다.
201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