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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 더 빨라진 미래의 생존원칙
제프 하우.조이 이토 지음, 이지연 옮김 / 민음사 / 2017년 7월
평점 :
코로나 바이러스나 결핵균은 공기중의 입자를 통해 확산된다. 한번의 재채기에서 뿜어져 나온 4 만 개의 물방울은 바이러스 덩어리이다. 이 물방울이 10개만 있어도 바이러스에 전염될 수 있다.
바이러스의 존재를 실감하는 요즘, 미래를 예측하거나 미래를 대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보인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 우한에서 발발했을 때, 세계의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우리나라에서도 급증하자, 유럽과 미국에서는 중국인 혐오증에 덧붙여 한국인 기피증까지 생겼다. 이제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권과 미국에서 코로나바이러스 전염속도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이토록 심각해질 것이라고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미래는 예측하는 것도 대비하는 것도 쉽지 않아보인다.
과거에도 마찬가지였다. 1844년 모르스 부호(Morse code)는 짧은 발신 전류(・)와 긴 발신 전류(-)을 적절히 조합하여 알파벳과 숫자를 표기하여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를 발명한 모르스는 그레이엄 벨의 전화 발명 전시를 보고 냉소적이었다. 과학자 자신의 발명에 대해서도 예측불가는 마찬가지였다. 뤼미에르 형제는 자신들이 만든 [기차의 도착]이라고 하는 50초 짜리 영화가 얼마나 혁신적인지 예측하지 못했고, 컬러사진 현상 기술 개발에 전념했었다. 동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다보면 시야가 좁아지고 기술의 미래를 잘못 해석하기 쉽다. 사람들은 동시대의 보편적 사고와 신념체계의 집합에 함몰되고, 사회기저에 스며있는 일련의 생각들, 무의식적 가정들에 묶여버리고 마는 듯하다.
동시대 사고에 고정되는 경향은 프랑스의 철학자 푸코의 '에피스테메'의 개념과 일맥상통한다. 시대의 신념과 편견, 기준과 관습의 매트릭스가 일련의 규칙을 구성하고, 알게 모르게 우리의 견해를 형성하며, 결국 의사 결정의 핵심적 역할을 하는 것이다. 에피스테메는 역사적 시기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시기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신념체계가 토마스 쿤이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설명한 패러다임이다.
토마스 쿤은 과학적 사고와 관행의 진화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데 패턴이 있다고 주장했다. 지배적인 패러다임과 일관성을 유지하기위해 데이터를 무시하거나 잘못해석하는 일이 생기고, 그러한 오류를 유지하려는 해명들이 연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와중에 오류에서 과감하게 벗어나는 이론이 나오게 된다. 패러다임의 전환(Paradigm shift)의 시초인것이다. 쿤은 연구자들이 새로운 개념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다윈이 '자연 선택' 이라고 하는 개념을 23세에 처음 생각해냈다. 젊은 식물학자로서 영국군함 비글호를 탔고 참을성과 조심성으로 자료를 수집하는데 30년을 보냈다. 그러나 아무도 다윈이 한 연구가 패러다임 시프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때문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한 직후에는 혼돈의 시기가 이어지지만 곧 새로운 패러다임을 중심으로 과학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안정기에 이른다. 안정화된 패러다임이나 에피스테메는 원칙이나 규칙처럼 우리의 사고를 지배한다. 사람들은 다시 근시안적 사고에 사로잡히게 된다.
과학자의 근시안적인 사고는 때로 생각보다 위험하다. 프리츠 하버는 암모니아를 합성하는 하버법으로 합성비료를 제작하여 곡물 수확량을 증대하는 방법을 알아냈고, 수십억명을 기아에서 구했다는 공헌으로 노벨상을 수상했지만, 1차 세계대전동안 6만 7천명을 살상한 독가스 살포를 직접 감독하기도 했으며 그의 연구 결과인 지클론 B는 홀로코스트의 독가스로 이용되었다. 기술과 연구결과는 방법이고 도구일 뿐이지만, 한 인간의 근시안적 사고는 결국 인간의 악한 내면과 공모하여 기술도구 연구결과를 악용하게 된 것이다. 인간의 근시안적 사고는 시대의 즉각적인 요구나 권위의 시스템에 순응하게 한다.
하지만, 미래는 파라오, 구약성서 등과 같은 권위의 시스템은 도태할 것이고, 창발 (emergence)의 시스템이 자리를 잡을 것이다. 인터넷의 보급으로 정보를 대하는 태도가 변화하고, 혼자만의 예감이나 개인적 집착들이 모여 수천명이 공유하는 방식으로 바뀌는 것이다. 창발은 작은 단위가 모여 다수가 되면서 개별의 능력을 휠씬 뛰어넘는 어떤 속성을 드러낼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개체들은 아주 기본적인 선택을 내릴 뿐이지만, 이들이 모이면 개미 군체와 같은 메타 유기체로 단순한 부분의 합보다 군체의 능력은 훨신 큰 능력과 지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한사람으로 미래를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의 능력을 합산한 커뮤니티에 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분야가 발전 하려면 그 분야를 둘러싼 커뮤니티가 있어야 한다는 하버드 대학 분자 생물학자 조지 처치의 말과 일맥상통한다.
창발 시스템은 인간의 뇌에서도 일어나는 현상이다. 인간 게놈은 약 32억개의 염기쌍(유전코드)를 포함하고 있고, 약 2만개의 유전자 중 1/3은 뇌에서만 수백억개의 뉴런을 발달시킨다. 뉴런 하나하나는 상대적으로 복잡하기는 하지만 의식이 있거나 똑똑하지도 않다. 그러나 이러한 뉴런이 서로 연결되면 놀라운 네트워크가 만들어진다. 앞서 말한 개미 군체와 마찬가지이다. 인간도 개미처럼 도시 전체에서 어떤 영향을 주게될 것이라는 생각없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소소한 결정을 내린다. 이들은 의사소통, 언어의 혁신적 사용을 통해서 창발적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들이 사용하는 분산 네트워크인 인터넷으로 전문 지식과 기술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권위적 지식체계에 대한 창발의 승리를 예고한다. 지식이 생산되고 분배되는 방식에 지각변동이 일어난 것이다.
대니얼 핑크(Daniel Pink)가 TED 강연인 동기부여의 퍼즐(The Puzzle of Motivation)에서 말했듯이 위키피디아는 창발의 성공의 또다른 예시이다. 한사람이나 한조직이 네트워크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네트워크에 개인이 공헌함으로서 창발이 표출된 것이다. 개인의 동기는 퍼즐의 한 조각처럼 실행코드로 작동한다는 공감대가 기반이 된것이다. 위키피디아는 개인 누구나 문제를 다룰 수 있는 다소 느슨한 조직체이다. 모든 규칙을 세세하게 규제하는 시스템 보다 다소 느슨한 조직체가 모든 작은 개인들에게 동기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들은 개미처럼 아주 단순한 결정, 단순한 인지 활동에 촛점을 맞추어 동기를 얻을 뿐이다.
단순 인지활동의 왕성한 동기를 발휘하는 버섯 채취꾼은 특이한 개인의 예시이다. 버섯 채쥐 작업을 할때 예민한 주변시를 작동시키고 극도로 현재에 집중하고 의식을 곤두세운다. 그가 작은 움직임이나 패턴까지 인식했을 때, 비로소 원했던 귀중한 버섯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그는 주변시 모드와 집중-실행 모드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들에게 뜻밖의 발견은 운이 아니다. 개개인이 현재에 극도로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의 결과이다. 이러한 능력이야말로 미래를 위한 교육에 포함되어야 한다. 교육은 이미 알려진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하기 보다 상상과 호기심으로 탐구할 환경을 만들고 이들의 반응을 공유하는 네트워크를 제공하여야한다. 다양한 관심사를 유지하고, 기회나 위협에 대한 반응을 공유할 수 있어야한다.
특이성, 다양성의 고려는 길의 경로를 결정하기 위해서 지도를 따라갈 것인가 아니면 나침반을 따를 것인가에서도 나타난다. 지도는 자세한 정보와 최적의 경로를 알려준다. 반면에 나침반은 더 유연한 도구이므로 창의성과 자율성을 발휘해서 자신의 길을 찾아내야한다. 다양성과 특이성을 허용하면, 나침반이 제시하는 길이 직선이 아닐 수 있지만, 나침반을 이용할 수있다. 나침반을 이용할 경우, 다른 길을 탐색해볼 수 있고, 우회로를 활용하고, 뜻밖의 보물을 찾아낼 수도 있다. 따라서 지도보다 나침반을 이용하라고 이 책은 제안한다. 물론 나침반을 따라가다보면 뜻밖에 크게 우회하는 일도 생긴다. 바로 진동행동이 나올수 있다는 것이다.
생물학적인 시스템인 인간의 발전 형태를 이해하려면 진동행동(Oscillatory behavior)과정을 이해해야 한다. 진동행동의 진행과정은 단선형이 아니라 중심선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파동을 겪게 된다는 이론이다. 따라서 어느 순간 중심선에 미치지 못했다고 해서 조바심을 낼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그 길을 가며면 된다는 말을 덧붙힐 수 있다.
'어느 길로 가든 상관 없어.' '어딘가 도착하기만 한다면 말이야.' '아 분명히 도착할 거야.' 고양이가 말했다. '충분히 오래 걷기만 하면,' 충분히 오래 걷기만 하면...루이스 캐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한 토막이다. 어느길에 들어서 있든 충분히 오래 걷는 것이 방법이다.
미래에 대한 준비는 어쩌면 기존의 규칙을 깨야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미래에는 어쩌면 기존의 규칙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맞닥드릴지도 모른다. 토머스 쿤이 [과학 혁명의 구조]에서 보여준 새로운 패러다임이 세상에 나타난 것은 일부의 과학자가 지배적인 아이디어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때이고, 기존의 규칙을 깼을 때이다. 남이 시키는데로 해서, 혹은 남의 청사진을 따라가서 노벨상을 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권위에 도전하는 특이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회는 그러한 사람들을 포용해아하는 것이다.
특이한 사람, 다양한 능력과 기술을 가진 사람을 포용한 사례는 영국의회에서 준 경도상(經度賞)이다. 영국의회는 누구라도 경도를 결정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는 사람에게 1만 파운드의 상금을 내걸었다. 당대 최고의 과학자들이 다양한 시도를 했으나 상금을 가져간 사람은 독학으로 공부한 시계공 존 해리슨(John Harrision) 이었다. 특정한 사람이나 인재들만 모여있는 사회에서 부족해지기 쉬운 인지적 다양성을 촉진한 사례이다.
다양성은 허락을 구하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자유를 허용하는 것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사회는 불복종의 태도를 끌어안고 권장하며, 특이한 사람이나 비판이 자체 생태계의 필수 요소라고 생각하는 문화와 시스템이 필요하다. 불복종이 개혁을 위한 시민운동을 만들어낸다. 예로 뉴잉글랜드에서 기념하는 '보스턴 차 사건'은 다분히 불복종 운동이었다.
불복종을 허용하는 자유로운 사회는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용납하는 사회이기도 하다. 재수나 삼수가 비난받지 않는 사회를 말한다. 어떤 연구가 실패했을 때 그 실패를 꼼꼼이 들여다 볼 수 있는 여유와 캐묻고 의심하고 불복종하는 자유를 허용하는 것이다. 그것에서 유연한 발견, 예기치 않은 연구가 파생되기 때문이다. 우연한 발견의 예시는 포스트잇이다. 포스트잇은 초강력 접착제를 개발하려다가 실패한 것으로 실패의 결과를 만회하다가, 재사용이 가능한 끈적끈적하는 메모지를 만들어내게 된 것이다.
캐묻고, 의심하고, 불복종하는 접근법이 인터넷을 만들어 냈다. 인터넷의 선구자들 중 사업 계획서가 있었던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구의 허가를 구했던 사람도 없다. 그들은 그냥 자신에게 필요한 일, 하고 싶은 일을 했을 뿐이다. 이들을 '긍정적인 일탈자'라고 한다. 이들은 질문을 하고, 자신의 본능을 믿고, 규칙이 방해가 된다면 그 규칙을 거부하는 사람들이었다.
쎄이무어 페퍼트는 컴퓨터를 미래의 교육과 네트워크의 장소로 제시하였다. 페퍼트는 컴퓨터는 모형이 경험과 맞부딪히는 장소라고 주장한다. 놀이와 학습을 모두 하기에 완벽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세상의 원리에 대한 자신의 모형을 만들어 내고 재창조하는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컴퓨터에서 잼버리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잼버리(Jamboree)는 인디언의 쉬버리(Shivaree)라고하는 냄비나 주전자를 두들기며 신혼부부를 축하하는 유쾌한 잔치 놀이에서 유래하여 다양한 문화체험과 도전의 꿈을 키우는 세계적 모임이 되었다. 일과 공부, 유희를 혼합되어 재창조를 추구하고자 한 것이다.
미래의 교육은 스스로의 학습 중심일 것이다. 교육은 남이 시키는 것이고 학습은 스스로 하는 것이다. 학습 지향의 시스템은 학생의 관심에 중점을 둔다. 스스로 발견하고 추구하는데 필요한 툴을 제공한다. 학습 지향 시스템의 사회적 측면은 학생의 참여를 특히 중시한다. 존 듀이(John Dewey)는 학생의 생활과 학습사이에 매끄러운 통합을 주장했다. 배우고 있는 것을 자신의 관심사나 개인적인 인간관계 혹은 추구하고 싶은 기회와 연결할 수 있을 때 인간은 가장 잘 배우기 때문이다.
가장 유용한 교육의 방법으로 제시된 것은 풀전략의 활용이다. 교육에서 풀 전략은 학생들에게 쌓아놓은 지식을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것을 필요할 때 네트워크에서 끌어오도록 하는 것이다. 풀 전략은 학생들의 배움에 평생 도움이 될 소셜 네트워크를 키우고 개척하고 헤쳐나가는데 필요한 능력 개발을 도와줄것이다. 어쩌면, 미래는 이미 여기 와있다. 다만 고르게 분포되어 있지 않을 뿐이다. SF 작가 윌리엄 깁슨의 말이다. 미래는 복잡한 수학모형을 사용해 거래를 분석하고 실행하는 시대이다. 스텐퍼드 대학의 수학 천재인 존 오버덱은 아마존에 합류하여 고객들의 취향을 분석하여 유사한 취향의 물건을 화면에 제시하는 알고리듬을 제공하였다. 이처럼 미래적 요소는 우리 삶의 곳곳에 분포하고 있다.
조이 이토는 패러다임이나 에피스테메가 더 빨리 깨부숴지는 것이 미래에 대한 준비라고 주장하면서 미래를 위한 9가지 준비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권위보다 창발, 푸시보다 풀 전략, 지도보다 나침반, 안전보다 리스크, 순종보다 불복종, 이론보다 실제, 능력보다 다양성, 견고함보다 회복력, 대상보다 시스템에 있다고 한다. 더 세부적인 제안과 예시는 그의 책에서 제시하는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