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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헤븐 1 ㅣ 블랙 라벨 클럽 디럭스
박슬기 지음 / 디앤씨북스(D&CBooks) / 201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박슬기 작가님의 신작이라는 것만으로도 기대감을 가지기에 충분한, 연재 때부터 지켜보며 재밌게 따라갔었기에 완성본의 출간이 더 기다려졌던 <로스트 헤븐>. 오매불망 기다리고 마주한 <로스트 헤븐>은 기대감을 넘어 만족감과 감탄을 연발하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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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색감과 상징적이면서도 디테일한 일러스트 덕분에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느껴지는 표지, 미래의 어느 한 순간을 연상케 하며 작품의 분위기를 더하는 삽화, 글의 웅장함을 느끼게 하는 미래의 연혁, 눈에 확 들어오는 구성의 등장인물의 일지(또는 일기)와 메시지 등 책의 겉부터 안의 구성 하나 하나까지 얼마나 디테일하게 공을 들였는지가 느껴지는 완성도 있는 책이었습니다.(실물의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담는 게 쉽지 않군요.)
책을 펴고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동안 펼쳐지는 이야기는 <로스트 헤븐>의 외양적인 매력을 훌쩍 넘어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로스트 헤븐>은 2100년의 미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로맨스소설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SF 판타지 로맨스입니다. 쉽게 상상할 수 없는 먼 미래를 다루고 있다는 소재나 설정, 장르라는 이유로 선입견을 가지고 읽는 것을 망설이는 분들도 있을 수 있는데, 그런 분들께도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을 만큼 좋은 글입니다. 이야기의 전개라든가 등장인물의 이름, 장소의 명칭 등 성서와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엿볼 수 있는데, 이게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조화를 이루며 때때로 무릎을 탁 치게 합니다. 그야말로 스토리, 연출 등 어느 한 부분이 부족하거나 과함이 없는. 한 편의 잘 짜여진 영화 한 편을 보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한 번쯤 미래가 어떤 모습일까 생각해 봤을 겁니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 등 우리는 흔히 과학으로 발전한, 편리한 미래를 떠올리곤 합니다. 미래는 과연 편리하기만 할까요?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SF드라마 <써클>에서 그려지는 미래처럼 과학의 발전 이면에는 어둠이 존재할 겁니다. 유엔의 인구보고서에 따르면, 2100년의 한국의 인구는 4천만 명 선에도 미치지 못할 거라고 합니다. 에너지 고갈과 물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도 더욱 커질 것이고, 과학으로 이를 보완 대체한다고 할지라도 한계가 있을 겁니다. 다가오는 미래는 과학의 발전과 다양한 분야에서의 끊임없는 연구로 인해 인간의 수명을 연장해주고, 편리함도 가져줄 것이지만 그만큼 우리가 포기해야 하는 것들도 늘어날지 모릅니다.
<로스트 헤븐>은 그러한 미래의 한 부분을 배경으로 합니다. 우주 식민지 개척, 물 전쟁, 자원 전쟁 등이 시작되고, 알 수 없는 괴질로 인해 인류는 존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신종 바이러스 감염에서 살아남은 여아의 몸에서 항체를 추출해 인류는 지속되고, ‘로스트 헤븐’이라는 인공의 섬에 그들만의 낙원을 창조합니다.
좀비를 연상케 하는 델타 포획률 1위의, 브루클린의 성녀 정유림 소위.
그녀의 훈련생으로 들어온 신비스런 비밀을 간직한 예쁜 남자 케이.
<로스트 헤븐>은 인공의 낙원인 ‘로스트 헤븐’을 배경으로, 태초의 남녀인 아담과 이브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강렬한 연으로 묶인 한 남녀가 낙원의 이면과 음모를 파헤치고 그들의 존재 이유를 찾아가는 성장물이자 인류 구원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로맨스소설답게 유림과 케이의 애절하고 강인한 사랑도 엿볼 수 있지만, 웅장한 세계관과 스펙타클한 전투신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로맨스에만 치중하지 않고 글이 전하고자 하는 주제나 분위기를 조화롭게 표현하고자 하나 하나 정성들여 포석이 깔려있는 만큼 나중에 그것들 하나 하나의 의미를 발견하는 감동도 큽니다. 성서적인 모티프와 미래지향적인 세계를 보면서 과거와 미래의 멋진 콜라보를 보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다양한 군상의 감정을 다룸으로써 유희적인 소설이라기보다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깊이 있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낙원’이라고 표명하지만 ‘로스트 헤븐’이 진정한 낙원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진정한 낙원을 이룩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하는 철학적인 질문도 하게 되더군요. 어쩌면 이러한 고민을 던져주기 위해 작가가 이중적인 의미로다가 ‘로스트 헤븐’이라는 낙원의 섬을 만든 것은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전 4권 완결로 현재는 2권까지 출간되었지만 곧 3, 4권에 아트북까지 출간됩니다. 미완으로 오래 남지 않을 것이니 기다림도 길지 않을 겁니다. 저도 어서 3, 4권이 출간되어 유림과 케이의 여정을 따라가고, 그들의 끝이 행복으로 귀결되길 바라봅니다.
치밀하고 세심한 디테일과 완성도가 살아 있는 미래를 엿보고 싶으신 분, 구원·인류애·영웅물 좋아하시는 분, 남녀 주인공의 절절하고 강렬한 사랑을 응원하고 싶으신 분, 걸크러쉬 여주와 외유내강의 예쁜 남주로 눈호강 하고 싶으신 분, SF판타지 로맨스 좋아하시는 분, 작가님의 필력에 감탄하고 싶으신 분, 단순한 메시지보다는 의미 있는 주제를 담은 글이 좋으신 분, 로맨스소설이라면 무조건 좋아하시는 분, 로맨스에 입문한지 얼마 안 된 분 등등 <로스트 헤븐> 꼭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시간 아깝다는 생각 전혀 들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점점 줄어가는 페이지가 아깝게 느껴지실 겁니다.
로스트 헤븐 행 에어쉽 한 번 타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