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내 박효남
김진영 지음 / 스칼렛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나의 아내 박효남>. 사실 처음 책이 출간되었을 때 책 제목이 끌리지 않아서 지나쳤던 책 중 하나였다. 그런데 <나의 아내 박효남>을 향한 호평들을 여러 곳에서 듣고 궁금해 읽기 시작했는데 안 읽었다면 정말 후회했을 뻔했다는 것이 지금의 심정이다. 마음 속 가득 따뜻함과 사랑스러움을 채워주는 이 글을 놓치지 않고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리고 다 읽고 난 지금, <나의 아내 박효남>보다 이 책을 잘 표현할 제목은 없다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 맑고 순수한,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소녀 같은 여자 박효남. 그녀에게 무한 홀릭되고 말았다. 인우가 그랬던 것처럼…….

 

 오누이 같았던 효남과 인우는 인우의 어머니에 의해 결혼을 하게 된다. 병색이 완연한 어머니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서. 허울뿐인 결혼생활을 하던 그들. 결혼한지 채 1년이 되지 않았을 때 그들의 관계에 변화가 찾아온다. 효남이 인우와 함께 생활하던 집을 나가 친정에서 생활하게 되면서 말이다. 효남은 인우와 결혼을 하고서 점차 그를 향한 사랑을 깨달아갔다. 인우에게 표현할 수 없었지만 그녀의 사랑을 담아서 그의 아내로서의 역할을 다해냈다. 그러던 와중 인우와 이경의 키스 장면을 목격하게 되고, 효남은 그를 원망하지도 못한 채 속으로 곪아가다가 결국 그와 이혼을 하고자 결심하게 되는데…….

 

 사람과의 관계를 되돌아보기 위해선 때때로 어느 정도의 거리감이 필요한 게 아닐까 싶다. 가까이 있을 때는 그 사람이 있음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그 소중함을 그 사람에 대한 마음을 제대로 돌아보지 못하게 되는 것 같다. 인우 또한 그랬다. 효남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지만 자의가 아니었기에, 또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여자로 보려고 하지 않았기에 그녀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깨닫지 못한 채 효남에게 알게 모르게 상처를 주었던 것인지도. 효남이 그를 떠나면서 인우는 그녀에 대한 감정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그가 그녀를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고 그녀와 제대로 된 부부로서 살아가고자 마음먹는다. 이후, <나의 아내 박효남>은 효남과 인우가 진정한 부부가, 가족이 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나의 아내 박효남>에서 좋았던 점 중 하나는 효남과 인우의 갈등을 길게 끌고 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프롤에서 이들 부부의 문제점을 보여준 후 효남과 인우 두 사람이 함께 했던 과거와 현재를 적절히 교차해가며 전개를 하면서 그들이 가진 애정과 유대감을 공유·이해시키고, 현재에서 맞닥뜨린 갈등을 빠르게 풀어나간다. 갈등으로 인한 지나친 감정 소모를 지양하는 스토리 덕분에 글에 더 몰입하고 효남과 인우에게 온전히 이입해 글을 읽을 수 있었다. 눈물 흘리기도 하고, 미소 짓기도 하고…….

 

 한 여름에 첫 만남을 가진 유년의 효남과 인우. 효남을 남자로 알고 형이라고 부르라던 또래보다 어른스러웠던 인우, 그런 인우를 하고 따르며 아이다운 사랑스러움을 전파시키던 효남. 사이좋게 나란히 잠든 두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인우의 엄마가 느꼈듯이, 나 또한 그들의 예쁜 모습에서 그들이 인연이고, 예쁜 부부가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었다.

 뜻하지 않게 그들이 헤어지게 되고, 효남이 강숙을 엄마로 맞던 장면이 기억난다. 효남이 강숙을 향해 엄마라고 부르던 장면 속에서 강숙이 느꼈을 그 감정이 오롯이 공명되어 내 마음을 적셨었다.

 한 겨울에 재회를 하게 된 효남과 인우. 어쩌면 지나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는데 그들이 교회에서 만나고 껴안는 장면을 보았을 때는 역시나 이들은 운명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 그들이 부부가 되어서 기쁘면서도 이렇듯 서로에 대한 감정이 애틋했음에도 정상적인 부부로서의 모습을 갖추지 못한 것이 안쓰럽기도 했었다. 결국 긴 시간을 되돌아 와 서로의 상처를 감싸 안으며 진정한 부부의 모습을 갖춰 가지만…….

 

나무는, 나무면 된대요. 땔감도 못 되고, 건물을 받치는 기둥이 아니어도, 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으면 되는 거래요. , 오빠가 너무 좋은 나무가 되려고 애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 세상에 좋은 나무, 나쁜 나무라는 건 없으니까. 오빠가 그냥 서인우 모습 그대로, 편안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나의 아내 박효남> 148쪽 중 효남이 인우에게 하는 말-

 

 사실 효남과 인우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열정적인 사랑을 꽃피우고 있던 시점에서 다시 한 번 그들에게 찾아온 시련에 나는 우려했었다. 글이 막바지를 달려가는 시점에서 굳이 또 다른 위기를 줄 필요가 있을까 싶었기에. 작가후기에도 이에 대한 부분이 언급된다. 그리고 책을 덮고 난 지금, 난 느낀다. 효남과 인우는 이 시련을 통해 진정한 부부가 되고, 더 깊이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고.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간 그들은 다시금 서로를 알아가고, 남자와 여자로서 마주하게 되었다. 서로를 향한 그들의 애절하고 진실된 사랑을 다시 한 번 재확인시켜주었다.

 

 <나의 아내 박효남>은 타인이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따뜻하고 예쁘게 그려나갔다. 단순히 효남과 인우가 부부가 되는 것만이 아니라 효남이 강숙과 혈육 간보다 더 정 넘치는 모녀가 되고, 효남이네와 인우네가 진정한 가족이 되어 한 지붕 아래 살아가는 예쁜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현실은 이렇게 녹록치만은, 예쁘지만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나의 아내 박효남>을 통해서, 순수하고 맑고 예쁜 효남의 눈과 마음을 통해서 사랑과 가족애를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었고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소중히 대해야겠구나 하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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