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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1
윌리엄 포크너 지음, 김명주 옮김 / 민음사 / 2003년 7월
평점 :
포크너는 무척이나 어려운 작가이다. 그래도 포크너를 읽어보겠다는 사람들에게 보통 성역이나 내가 죽어 누워 있을때를 권한다.
나의 의견뿐 아니라 대체적으로 문학계에 있는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내가 죽어 누워 있을때의 한국어 번역본은 이 책 한 권뿐이라(기타 번역이 있지만 그래도 가장 쉽게 믿고 읽어 볼 만하다고 생각되는 번역본으로 여겨지는)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
내용은 그다지 복잡하지 않고 특별히 어려운 내용은 없다.
내용은 차치하고 일단 번역만 본다면 초반부터 오역이 나온다.
번역하다보면 오역은 필연적으로 나오는 것이지만...
번역자분이 대학에서 영문학 교수를 하고 계시는데...아쉬운 부분이다.
그리고 민음사 세계문학은 어떤 판본을 가지고 번역을 했는지 정확하게 밝히지 않는 번역본들이 있다. 이 책도 그렇다. 어떤 판본을 가지고 번역을 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그리고 뒤에 붙어있는 역자 해설 부분도 무척이나 아쉽다.
포크너는 만연체를 주로 썼고 대단히 문장을 길고도 복잡하게(아마도 일부러)썼다.
포크너가 생각하기에 "세상은 도무지 알기 어려운, 쉽게 파악할 수 없는 이상한 곳인데 어떻게 깔끔한 문장으로 세계를 단순하게 그려낼 수 있는가?"
그래서 의도적으로 복잡하고 길고 어려운 문장을 썼다고 평가하는 연구자도 있다.
이 번역본은 포크너의 그런 의도와는 다르게(그런 의도가 아닐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문장을 자르고 단문으로 옮겼다.
호흡이 무척이나 긴 포크너의 문장을 (아마도 읽기좋게 하려고 그랬겠지만)거의 단문으로 옮겨서 굉장히 쉽게, 잘 읽힌다.
그런데 이상하다.
포크너는 절대로 빨리 읽을 수가 없는 작가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서 원서 원문을 살펴보니 번역본과 차이가 많이 난다.
너무 많이 문장을 자르면서 번역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 번역본으로는 그냥 줄거리 정도나 대충 파악하는 정도이다.
내용파악이 우선인 경제경영서나 자기계발서라면 이해한다.
하지만 영문학 원전이라면 어렵더라도 가급적 원작 그대로 번역해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필요하다면 의역이나 문장을 쉽게 다듬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어떤 대단히 유명한 작가는 나에게 "고전은 한글번역이 아무리 엉망이라도 명작의 향기는 남고 원작의 명성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나는 이 번역본을 읽으면서 그런 향기를 전혀 맡을 수도 없었고 느낄 수도 없었다.
원작의 명성은 5점이지만, 번역은 3점.
전문 연구자들의 새로운 번역으로 포크너를 다시 읽어보고 싶다.
나같은 평범한 한국 사람도 한국어로 포크너를 제대로 읽어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