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와 노인 사이에도 사람이 있다 - 인생의 파도를 대하는 마흔의 유연한 시선
제인 수 지음, 임정아 옮김 / 라이프앤페이지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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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 오지은 추천!

그녀들이 쓴 추천사부터 위로가 되는 책이다.

 

엊그제 20대였던 거 같은데, 40을 바라보다니 사실 끔찍하다.

20, 30세는 40세와 엄연히 다르기에.

마흔은 불혹이라는 대명사가 붙는다. ‘불혹(不惑)’ 이란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었음을 뜻한다.

 

? 누가 그러지? 나는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서 판단이 흐려지기 부지기수다.

이것도 같고 저것도 같은 게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없다.

애를 낳고 더 심해졌다. 심해졌다고 하면 그럴 수 있다고 하지 않는다. 40이면 젊은데 그럼 안 되지 라는 탓이 들려온다. 100세 시대에 마흔이면 젊다지만 내가 백세를 살 수 있을지 없을지 신도 모르는데, 아프다고 어디 가서 하소연도 못한다.

 

이 책은 나에게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다독여 주는 것 같아 좋았다.

세상은 점점 무서워지고, 이룬 게 없어서 고민이 되는 이 시점에, 아줌마로 불리는 나에게 충분히 괜찮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위로해 주고 있다. 힘을 얻는다.

제인 수의 이야기는 만국의 모든 여성이 공통적으로 겪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공감이 갔다.

문화적 차이가 될 수 없는 건 여성으로써의 마흔의 삶인 것이다.

 

1장 어느덧 어른, 세상에 말을 걸다

2장 이 사람들이 있어서 좋다

3장 세상의 시선이 다 옳은 건 아니니까

4장 우리 삶에는 이야기가 넘쳐난다

5장 어른도 위로받고 싶다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작가의 경험담을 담아 더욱 더 재미있고 이해가 되었다.

작가는 결혼하지 않고 사는 여성으로서 권위적인 일본 남성주의 사회에서 당당히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런 그녀는 책을 통해 여성들에게 화이팅하라며 하이파이브를 건낸다. 나는 손바닥이 뜨거워지도록 그녀와 하이파이브를 했다. 지금도 손바닥이 얼얼하다며.

 

소녀와 노인들 사이에 낀 모든 여성이 이 글을 읽고 위로와 지혜의 선물을 받았으면 좋겠다. 크리스마스에 어린이에게는 선물을, 나에겐 소녀와 노인 사이에도 사람이 있다를 선물을 해보는 게 어떨는지.

 

서로 격렬하게 토론할 수 있는 친구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다. 하지만 아드레날린을 방출하지 못한 채 마무리되는 이런 미적지근한 느긋한 모임도 나에게는 놓치기 싫은 시간인 것이다.” -86p-

 

이유도 없이 비참함으로 불쾌할 때는, 어른이라도 깜짝 놀라고 상처받는다. 하지만 어른은 깜짝 놀라는 정도로는 상처받지 않는 것이라고 선을 그어버리니 불쾌해지는 수밖에 없다. 어른이라도 아이의 흔적은 남아 있다. 누군가가 안심시켜주거나 등을 두드려주기를 바랄느 때가 있는 법이다.” -20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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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기 싫어서 다정하게 에세이&
김현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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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기 싫어서 다정하게

제목부터 언어적 유희로 풋 하고 웃음이 난다.

글 쓰는 방법이 특이하여 처음에는 눈에 잘 안 들어왔지만, 작가의 글 쓰는 스타일을 머리가 받아들이면서 술술 읽힌 에세이다.

 

혐오와 성소수자의 사랑을 서정적으로 풀어낸 김현 작가는 이미 6권의 책을 쓴 에세이스트로써 많은 사람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그의 글을 과하지 않다. 어떻게 보면 성소수자라는 무거운 주제가 읽는 이의 입장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될 수 있지만, 그의 이야기는 위트 있고 정다워 오히려 마음이 간다.

성소수자라는 편견에서만 이 책을 보면 안 된다. 이 책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평범한 이야기, 글 쓰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생길 수 있는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직장인 김현과 작가 김현 사이에 넘나드는 수많은 경험담은 다정하지만 때론 뼈를 때리기에 아차 싶기도 하다. ‘라떼는 말이야하는 썩소를 날릴 모호한 농담을 걸기도 하지만, 희망적인 메시지가 담긴 문장으로 독자를 녹여내기도 한다.

 

지치고 힘든 매일이 똑같은 일상을 사는 우리에게, 다정한 친구 같은 위로가 담긴 한 문장 한 문장으로 마음을 다독이는 하루가 되는 책이기에 추천한다.

 

인생은.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큰코다치기 위해 일어나야 하는 하루가 하나둘씩 더 늘어난다는 것. 다시.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울기 위해 일어나야 하는 하루가 하나둘씩 더 늘어난다는 것.” -83p-

 

자식들은 그때 부모의 나이가 되는 경험을 통과하며 차츰 부모의 삶을 이해하게 된다. 부모의 삶을 이해한다는 건 결국 자식()의 삶을 설명할 수 있게 된다는 것.”

 

잠이 오지 않으면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양 세 마리를 세지 말고, 잔잔한 호수 위 작은 배 안에 누워 있는 너를 생각해봐, 라고 말해주는 호에게 단 한 번도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때때로 당신에게 찾아오는 애수는 어떤 날씨의 형상인가요.” -17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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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렇게 죽을 것이다 - 언젠가는 떠나야 할, 인생의 마지막 여행이 될 죽음에 대한 첫 안내서
백승철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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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할아버지가 집에서 돌아가시고, 동네사람들이 양쪽에서 멘 상여를 뒤따라 뒷산을 오르던 기억이 난다. 시골이라서 전통 장례 풍습이 일반화 되었을 때이다.

그때가 내가 초등학교 1학년 때이니, 자그마치 30여년 전 과거인데도 불구하고 기억이 난다.

많이 슬펐던 기억인데, 어린이의 눈에도 특이했던 광경이리라.

바로 집에서 돌아가신 게 아니라, 병원에 계셨다가 집으로 와서 돌아가신 것이다.

우리 전통 장례풍습에 따라, 그리고 고인의 의사에 따른 장례 절차인 듯 보인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집에서 죽기를 원한다고 한다. 또한 땅에 뭍이기를 원하는데, 이는 환경적인 문제를 발생시킨다고 하니, 앞으로 장례 절차에 대해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죽음을 생각해보자. 과연 아름다운 죽음이 무엇일까?

남은 사람들을 생각한 것? 아니면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죽는 것?

이 책은 떠난 자와 남겨진 자의 의사가 절충 된 죽음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종종 자다가 죽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다. 자다가 죽는 것은 한편으로는 남은 사람들과 생전에 다루어야 할 것들을 해결하지 못하고 가는 것에 대한 문제가 있기에 좋은 죽음은 아니다.

 

장례산업이 발전하고 호스피스 병동도 점진적으로 느는 추세에 따라 죽음에 대한 설계가 중요해 지며, 죽음결정권도 자신에게 있다.

말기암 환자의 경우, 해당 질환에 대하여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근원적인 회복 가능성이 없다는 의사의 판단 안에 연명 의료 거부 신청을 할 수도 있다.

 

누구나 죽은 후에는 세 가지를 남긴다. 신체, 자산, 가족!

죽은 후에 남은 가족이 알아서 한다는 생각이나 가족을 성가시게 한다는 판단으로 준비가 없으면 오히려 역으로 가족이 당황스러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삶도 존중되어야 하지만 죽음 또한 존중되어야 한다. 죽음은 무서운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거쳐야 할 과정이라 생각하면 인생의 마지막 결정으로 완성될 것이다.

 

둘이서 갈 수도 셋이서 갈 수도 있지만 맨 마지막 걸음은자기 혼자서 걷지 않으면 안 된다.” -헤르만 카를 헤세-

 

비록 환자가 말을 하지 못하고 잘 보지는 못해도 마지막까지 청각은 살아있어 주변에서 나누는 대화를 알아들을 수도 있으니 환자 곁에서는 항상 주의하며 함께 대화하는 것처럼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43p-

 

호스피스는 치료의 포기나 절망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호스피스는 차분하고 품위 있게 생을 정리하는 의지의 표현이자 이를 실현하기 위해 주변 모든 이들의 협조와 도움으로 이루어내는 희망의 의미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17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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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매진되었습니다 - 생각하는 사람이 아닌 행동하는 사람의 힘
이미소 지음 / 필름(Feelm)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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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우리 집은 감자농사를 지은 적이 있다.

3, 봄이면 해마다 부모님과 같이 씨종자가 될 감자를 구해서, 씨눈이 있는 부분을 등분을 나누고, 밭에 이랑을 메고, 비닐로 덮은 후, 비닐에 구멍을 송송 뚫어 씨감사를 쏙! 넣는다.

그러고 기다린다. 여름이면 하얗게 핀 감자꽃이 얼마나 예쁜지, 감자꽃을 볼 때마다 자식 키운 느낌과 같이 어렸음에도 불구하고 생생하게 기억한다.

감자를 캘 때도 중요하다. 감자 줄기를 낫으로 잘라주고, 아기 달래 듯 살살살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캐야지만 감자가 호미에 찍히는 최악의 경우를 막는다. 찍히는 그날과 동시에 그 감자는 팔 수 없는 하등품이 되니깐.

농사는 겨울에는 땅에 거름을 주는 일 포함, 일년을 바라보고 기다린다. 기다림의 미덕이다.

하지만 감자를 캐서 팔아본 경험으로 미루어보아, 노력에 비해 그 값어치가 매우 적다.

친정동네만 해도 젊은이들은 없고 죄다 노인들뿐인 걸 보면 농사는 기피의 직업이 된지 오래다.

 

이 책은 서울의 생활을 벗어던지고, 과감히 춘천으로 내려가 농업의 발전을 꾀하는 찐 농업인이면서 감자빵 사업가인 이미소작가의 이야기다.

사업을 하는 대부분의 이유가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라지만, 이미소작가는 돈을 목적을 두기 보다는 팀워크와 사람관계, 그리고 감자! 오로지 감자만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다.

 

나도 한 때는 사업을 하고 싶어 했는데, 그 이유가 돈을 많이 벌고 싶은 단순한 욕망 때문이었다. 아이템도 없으면서 그냥 생각만 하는 내 자신이 참 한심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이 책은 감자빵이 탄생하기까지 도전과 열정이 돋보였던 책이었으며 훗날 내 인생에 사업을 하게 되거나 다른 일을 찾게 될 경우-사서가 너무 좋지만-이 책은 귀감을 얻을 자료임에는 충분할 듯하다.

 

왜 고액 연봉자에 프로그래머, 디자이너, 기획자는 있지만, 농부는 없는 걸까? 왜 농업인은 늘 지원의 대상일까? 왜 힘들게 일해도 가난을 벗어나기 어러운 것일까? 나는 농촌의 삶은 고되고, 빈곤하며, 절대로 멋지지 않다는 선입견을 부수고 싶었다.” -111p-

 

철학은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철학을 갖게 된다는 것은 나의 가치관을 갖게 되는 것이고, 가치관을 갖는다는 것은 나만의 삶을 기획해 나갈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다.” -16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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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케
매들린 밀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이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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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신착도서 서가에 꽂혀 꾸준히 사랑받아 온 키르케!

읽어야지 읽어야지 말만 하다가 벽돌책깨기 북클럽의 기회로 만난 키르케!

이런 영광스러운 기회를 주신 이봄출판사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나는 사실 신화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키르케를 읽기 전부터 왠지 두렵기도 하였다. 하지만 어느 책이든 흐름의 문제였던가. 흐름을 타게 되니 신화만큼 재미있는 게 없지 라는 다소 거만한 생각으로 책을 마무리했다.

 

이 책은 3천년 간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진 신화라는 장르를 여성의 목소리를 실어 여성 서사시로 재발굴 하였다.

E.H.카는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 했던가. 역사뿐만 아니다.

작가든, 연구가든, 역사가든, 과거에 일어난 일들을 현재의 시점에서 끊임없이 재해석하는 과정을 통해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 자체가 중요하겠다. 남성적 신화를 작가가 여성적 서사로 재해석하면 그것이 곧 새로운 신화의 탄생이기 때문이다.

 

이번 소설 키르케는 매들린 밀러의 재해석 과정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 하나의 장르로 재탄생된 것 같아 역사적 가치가 있어 보인다.

 

태양의 신 헬리오스의 딸이자 비천한 하급여신인 키르케는 여성이라는 굴레를 벗어던지고 자기만의 운명에 내맡겨 마녀가 되었다는 이유로, 아이아이에섬으로 추방당한다. 하지만 혼자 남을지언정 그녀는 절대 굴하지 않는다. 인간 오디세우스 사이에서 텔레고노스를 낳고 억척스럽게 키우기도 하였고, 전쟁의 여신 아테나를 따라 텔레고노스가 이탈리아로 도시를 건설하러 간다는 포고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절대 지나친 감정을 보이지 않는 그녀다. 괴물 스킬라를 무찌를 때마저도 당당하다.

 

하급 여신이라하여 하급의 삶을 살 필요가 없다는 강인한 자기 주관적인 모습이 현대 여성상을 닮아, 옆집에 한 명씩 살고 있는 언니 같은 느낌도 든다.

 

과거의 키르케는 남성우월적인 환경에서 역경적인 삶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여성이 주체적으로 살 수 있는 시대로 도래된 현재에서 키르케-내가 될 수도 당신이 될 수도 있는-는 여성에게 조금 더 나은 삶을 바꿀 수 있는 주인공이 될 수 있기에, 스스로 선택해야겠다.

타인의 삶에서 자전할지, 나의 삶에서 자전할지를.

 

나는 매일 밤 달빛을 맞으며 그의 옆에 누웠다. 딱 한 계절만 더 있다 가라고 그에게 얘기하는 상상을 했다. 그는 놀랄 것이다. 아주 보일락 말락 하게 실망한 눈빛을 언뜻 지을 것이다. 황금빛 마녀는 달려선 안 된다.” -29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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