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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기 싫어서 다정하게 ㅣ 에세이&
김현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평점 :
“다정하기 싫어서 다정하게”
제목부터 언어적 유희로 풋 하고 웃음이 난다.
글 쓰는 방법이 특이하여 처음에는 눈에 잘 안 들어왔지만, 작가의 글 쓰는 스타일을 머리가 받아들이면서 술술 읽힌 에세이다.
혐오와 성소수자의 사랑을 서정적으로 풀어낸 김현 작가는 이미 6권의 책을 쓴 에세이스트로써 많은 사람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그의 글을 과하지 않다. 어떻게 보면 성소수자라는 무거운 주제가 읽는 이의 입장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될 수 있지만, 그의 이야기는 위트 있고 정다워 오히려 마음이 간다.
성소수자라는 편견에서만 이 책을 보면 안 된다. 이 책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평범한 이야기, 글 쓰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생길 수 있는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직장인 김현과 작가 김현 사이에 넘나드는 수많은 경험담은 다정하지만 때론 뼈를 때리기에 아차 싶기도 하다. ‘라떼는 말이야’ 하는 썩소를 날릴 모호한 농담을 걸기도 하지만, 희망적인 메시지가 담긴 문장으로 독자를 녹여내기도 한다.
지치고 힘든 매일이 똑같은 일상을 사는 우리에게, 다정한 친구 같은 위로가 담긴 한 문장 한 문장으로 마음을 다독이는 하루가 되는 책이기에 추천한다.
“인생은.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큰코다치기 위해 일어나야 하는 하루가 하나둘씩 더 늘어난다는 것. 다시.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울기 위해 일어나야 하는 하루가 하나둘씩 더 늘어난다는 것.” -83p-
“자식들은 ‘그때 부모의 나이’가 되는 경험을 통과하며 차츰 부모의 삶을 이해하게 된다. 부모의 삶을 이해한다는 건 결국 자식(나)의 삶을 설명할 수 있게 된다는 것.”
“잠이 오지 않으면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양 세 마리를 세지 말고, 잔잔한 호수 위 작은 배 안에 누워 있는 너를 생각해봐, 라고 말해주는 호에게 단 한 번도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때때로 당신에게 찾아오는 애수는 어떤 날씨의 형상인가요.” -17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