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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럽에서 광을 판다 - 문화와 자연이 공존하는 동유럽
오동석 글 사진 / 두루가이드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서양 유럽의 중세 도시처럼 웅장하고 섬세하고 화려한 책이다. 오스트리아, 체코, 헝가리,폴란드, 독일, 크로아티아의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독자의 호기심을 가득 채워주는 책, 그래서 기행수필이냐? 그렇다고 꼭 기행수필만은 아니다. 역사와 정치 이야기냐? 또 그것만도 아니다. 그 나라에서의 여정, 견문, 감상 더하기 역사와 정치적 사건, 음식과 지명의 유래와 뜻풀이까지, 그것도 모자라 신화, 전설까지 서비스하는 웅대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여행서적계의 종합 선물 세트! 이 책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심전심으로 이런 마음, 통했으리라!
누구나 한 번 쯤 꿈 꾸어 보는, 그러나 말처럼 쉽지 않은 ‘유럽 여행’ 아직 떠나기가 여의치 않다면 우선 이 책으로 맛보기 여행을 떠나 보자. 진국이다. 사백 오십 페이지에 달하는 글과 사진은 독자의 마음과 눈을 휘둥그레하게 해 준다. 광학(光學)을 전공한 작가는 유럽 관광 (觀光)가이드가 되어 우리에게 여행 가이드의 빛을 던진다. 점수 잘 나오게 강의 잘하고 혼을 쏙 빼 놓을만큼 재미난 세계사 선생님처럼!
특히 오스트리아는 내 발목을 잡고 놓아 주질 않는다. 왈츠의 도시 빈(비엔나), 유럽 중세사의 흔적과 박물관, 궁전 등으로 문화유산이 풍부한 빈. 빈을 대표하며 유럽에서 최고의 권력을 누렸다는 마리아 테레지아(1740-1780 재위기간) 재위시절 완공한 쇤브룬 궁전(아름다운 샘). 사진으로 보는 궁전의 아름다움은 어쩜, 어쩜하는 짧은 감탄사 외엔 어떤 말도 할 수 없게 한다. 전쟁 영웅 오이겐이 빈을 한 눈에 내다볼 수 있는 전망 좋은 곳에 세웠다는 벨베데레 궁전, 오이겐 장군이 예술 애호가였기에 궁전 내부는 유럽을 대표하는 19세기와 20세기 미술사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작품 ‘키스’ 로 유명한 클림트의 작품도 이 곳에 전시되어 있다고 하니, 클림트의 팬으로서 참말 욕심나는 곳이다.
독일에서 온 베토벤과 브람스, 슈베르트와 요한 슈트라우스, 모차르트 등 오스트리아에서 활동했던 음악가들도 많은데 이는 왕가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란다. 나라의 지원을 받고 활동하는 예술가들은 얼마나 큰 행운인가. 예술도 어느 정도 돈이 있어야 가능하며 마음껏 예술의 혼을 발휘할 수 있는 법!
오스트리아에 꼭 가고 싶은 최고의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잘츠부르크가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잘츠부르크 부분은 두 번씩 다시 넘겨 읽는다. 제 1차 세계대전 직후 전역한 트랩 대령 가족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의 실제 배경이 되었던 곳이며 이 곳에서 올로케이션으로 촬영이 되었다고 한다. 잘츠 부르크 역사상 가장 강력한 인물인 대주교 볼프 디트리히는 연인을 위해 미라벨 궁전을 건설하는데 그 궁전에 딸린 바로크식 미라벨 정원은 영화의 ‘도레미송’을 부른 장면의 배경이라고 한다. 마리오네트 인형극장, 아이들이 자전거타며 지나던 잘차흐 강변, 잘츠 부르크 음악제가 열리는 축제극장, 베드로 성당 부속 베드로 공동묘지, 논베르크 수도원, 잘츠 부르크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지역 잘츠 카머구트의 70 여개의 호수와 알프스가 어우러진 배경이 모두 실제 영화를 촬영한 곳이라니 마음이 설렌다. 그 장면들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1965년,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진 이 영화를 아마도 대 여섯 번은 본 것 같다. 이렇게 ‘사운드 오브 뮤직’의 마니아가 된 이유는 아름다운 이야기와 노래와 춤에 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 공간적인 배경에 있었다. 처음에는 컴퓨터 그래픽인 줄만 알았는데 그 시대에 보편화 되지 못한 기술이므로 설마? 사뭇 의심했었다. 여기가 어딜까! 이런 곳이 실제 있을까! 이 책속에서 상세한 사진과 글을 확인하고는 단번에 비행기표 끊고 날아가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
체코 프라하의 프라하성, 성안의 비투스 성당, 프라하성 아래에 있으며 현재 체코 상원에서 사용한다는 웅장한 발렌슈타인 궁전, 성 니콜라스 성당, 리히텐슈타인 궁전, 프라하를 대표하는 650년 넘은 돌다리인 카를 다리 등 제 2차세계대전의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프라하는 섬세하고 화려한 건물들이 잘 보존되어있다. 이는 체코 국민 뿐만 아니라 세계인에게 축복이다. 네 것 내 것 따지며 시기하고 질투하는 것은 세계화 시대에 걸맞지 않다. 우리 모두가 즐겁게 누려야 할 문화 유산이며 잘 보존하여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의무도 함께 해야 한다.
그 외에도 헝가리, 폴란드, 독일, 코로아티아 등 유럽 여행을 계획 하고 있는 사람이 이 책을 읽고 떠난다면 따로 가이드를 구하지 않아도 충분할 것 같다. 책을 읽는 동안 오랜만에 포스트 잇이 아닌 공책을 두고 메모하며 읽었다. 어른이 되어 책으로 여행하며 능동적으로 배우는 세계사 공부, 열공한 학생처럼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