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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의 일상에서 리더십을 읽다 - 원칙과 소신의 리더, 이순신의 삶과 꿈
김헌식 지음 / 평민사 / 2017년 9월
평점 :
이순신에 대한 평전이라 할 수있겠다. 보통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그렇게 생각하는 '영웅 이순신'에 머물지 않고 '난중일기'와 시대상황을 상세히 파악한 후에 평가하여 독자에게 전달한다. 이는 마치 독자에게 이순신의 '난중일기' 한 권을 다 읽어내린듯한 뿌듯함을 선사한다.
왜란 7년동안 기록해 둔 난중일기는 귀중한 사료가 되고 있다. 이러한 이순신을 두고 작가는 기록의 리더라 평한다. 이순신이 왜적을 물리친 명장이기 때문에 일기 전체에 전쟁만을 적은 기록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음을, 작가는 오히려 '인간 이순신'의 면모에 집중하고 있다. 철갑옷을 두르고 두 눈을 시퍼렇게 부릅뜨고 긴 칼을 옆에 찬 기골장대한 모습은 영웅을 나타내기 위해 만들어진 이상화된 모습이라는것. 난중일기에 의하면 이순신은 160정도의 키에 신경성 위장염,장티푸스,구토,고열,몸살,식은땀,체력소진 등의 증상을 늘 지니고 사는 병약한 인물이었음을 알 수 있다. 열악한 해상 전쟁터에서 7년 넘는 세월을 리더로서 보낸다는 것, 그 자체로도 어찌 완전한 건강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그는 나라위해 몸을 아끼지 않은 무인중의 무인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꾸 신경 쓰이는 인물이 있으니, 바로 당대의 임금 선조이다. 성군이 되려면 먼저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이 있
어야 하는데 선조에게서는 영 기대하기가 어렵다. 문신과 무신에 대한 대우가 현저히 차이나는 조선시대라 해도 어찌 그 위급한

상황에 문신들의 말에만 귀를 쫑긋 세우고 그들의 말에만 의지해 이순신을 옥에 가두고 두 번이나 백의종군하게 했는지. 이순신의 대쪽같은 성격으로 백의종군을 결심했다는 것은, 자신의 자존심보다는 오직 나라와 백성을 위함이며 그것이 바로 자신의 존재가치라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바로 살신성인의 정신이다.
이순신과 거북선은 불가분의 관계이다. 거북선이라는 배는 정말 이순신이 최초로 제작한 것일까.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조선 태종때부터 거북선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런데 그 이후 사료에 거북선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고 있는 이유는 그 동안 왜적의 침입이 크지 않아서 해상방어에 크게 신경쓰지 않은 것으로 짐작한다. 다른 신하들과 임금마저도 설마했던 임진왜란, 그러나 이순신은 많은 정보를 모으고 소통한다. 임진년에 왜적이 쳐들어 올 것임을 짐작한 그는 거북선을 다시 제작하고 전쟁 바로 전에 완성한다. 물론 그 혼자의 힘으로 완성된 것은 아니다. 훈민정음을 세종이 창제했다고 하지만 집현전 학자들이 없이는 불가능했던 것 처럼 거북선도 배에 대해 전문적인 많은 사람들의 합작으로 이루어졌음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180년 동안 잠자고 있던 거북선을 깨워 재창조, 발전시켰다는 것은 높이 평가해야 할 대목이다. 작가는 이런 이순신을 혁신의 리더십, 다중지성의 리더로 평가하고 있다.
이순신은 임금에게 충성을 다하되 아닌것은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뚝심도 있었다. 두번 째 백의종군하게 되는 부산포해전. 선조는 가만보면 해상방어에 한해서는 탁상공론의 임금이다. 난중일기를 읽다보면 수군의 상황이 해상방어력이 얼마나 열악한 지 역력하다. 노젓는 격군과 싸워야 할 수군이 없어서 배가 나갈 수 가 없다. 거북선만 견고하면 무슨 소용인가. 배를 끌고 갈 군사가 없는 것을. 대부분 군사력을 육군에 배치했던 당시에 수군 지원군을 요청하는 장계를 올려도 소용이 없다. 더이상 보충병은 없으니 있는 군사로 나가서 무슨일이 있어도 싸워 승리하고 오란다. 참 어불성설이다.
부산포에 왜적이 나타났다고 출전 명을 받았으나 이순신은 현재 병력으로는 자멸하러 가는 것이나 만찬가지. 싸우나마나 조선군이 전멸할 것이 뻔한 상황에서 분부를 받들수가 없었다. 알면서 자신의 군사를 죽음으로 내몰 수 없었던 것인데, 그는 명을 따르지 않은 죄목으로 하옥되고 처형직전에 처하게 되는데 유성룡의 도움으로 목숨은 구하고 권율 밑에서 백의종군하게 된다. 난중일기를 읽다보면 수 년간 계속되는 전쟁에 굶주림과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도망하는 병사들이 급증한다. 큰 마음으로 용서해 줄 것 같은 이순신이지만 그는 도망병들을 엄벌에 처한다. 처벌, 처형,효수 등 극에 달하는 벌을 내리는데 이는 나머지 군사와 나라를 위해 어쩔 수 없는 결단이었다. 엄한 군율로 다룰 수 밖에 없음이, 인용된 난중일기 속에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그는 상과 벌이 분명한 리더였다. 공을 세운 병사에 대하여는 한 명도 빠뜨리지 않고 장계를 올려 포상을 받게 해준다. 상벌이 분명한 행동이 있어야 카리스마 있는 리더가 될 수 있고 이는 더 많은 사람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
이순신의 '난중일기'로만 읽기 버거운 사람은 이 책으로 뚝딱 하기를. 카리스마 넘치는 '명장' 이면에는 '인간 이순신'이 있다. 병으로 고생하고 모함으로 고통받는, 외로움과 긴장을 호소하는, 전쟁이 뜸 할때는 피리 거문고 소리 듣기를 좋아하고 친구와 시를 짓고 바둑을 두는 문무를 겸비한, 인간 이순신을 꼭 만나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