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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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가 바보들에게 두 번째 이야기 ㅣ 김수환 추기경 잠언집 2
김수환 지음, 장혜민(알퐁소) / 산호와진주 / 2009년 7월
평점 :
나이 든 손녀가 할아버지 앞에 얌전히 앉아 그 분의 따뜻한 훈계를 듣고 있는 듯하다.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하루에 5분, 가치 있는 삶이 무엇인지, 왜 사는지 자기를 마주하는 시간을 찾아보자는 김수환 추기경의 이 말씀은 한 번쯤 눈을 감고 진정 나는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자신의 현재를 점검하게 한다.
그 분은 많은 말씀을 하지 않으신다. 가치 있게 살기 위해 가져야하는 마음과 실천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사랑, 자기희생, 배려, 용서, 친절, 용기, 자비, 조화 등 사전을 찾아보지 않아도 될, 우리가 이미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 온 말이다. 그런데 왜 그 분은 한 권의 책이 될 만큼 이 낱말들을 강조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실천의 문제겠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행동으로 옮겨 가족과 이웃과 더불어 조화롭게 살아야 하는 것이겠지.
말로는 잘도 떠들어 대면서 과연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지 반성하고 성찰하게 한다. 행려 병자 수용소를 만들어 배를 곯거나 병들거나 늙어 죽어가는 사람들을 하루에도 몇 백명씩 받아들여 먹을 것을 나누어 주고 가족 없이 죽어가는 사람은 손을 꼭 잡아 주며 기도로서 임종을 지켜주던 테레사 수녀님의 이야기가 잠깐 나온다. 예전에 마더 테레사에 대한 책을 읽으며 이런 분은 진정 하늘이 내시는 것일까 감동한 적이 있다. 이런 실천이 있어야만 진정한 나눔이라 하겠지.
예전에 장애인 시설에 자원봉사를 나간 적이 있다. 스무 명쯤 되는 사람들이 지체 장애로 언어와 행동에 장애를 겪고 있었다. 남자 아이들도 꽤 많았는데 겉으로 보아서는 나이를 짐작할 수가 없다. 알고 보니 십 대 후반에서 이십 대 초반까지 되는 남자들이었다. 그들은 자꾸 침을 흘리며 나에게 안기거나 손을 잡거나 바짝 붙어 앉아 책을 읽어주기를 원한다. 순간 겁이 나고 적응이 되지 않는다. 이들이 가슴에 자꾸 안겨 드는데 이를 어쩌나. 사심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달려 드는 아이들인데도 멈짓멈짓 물러서게 된다. 당황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에 미소는 잃지 않으려 애썼으나 이미 나의 마음가짐이 틀렸던 것이다.
마더 테레사는 문둥이 병으로 온 몸의 형체를 알아보지 못할 만큼의 중환자도 모두 끌어안고 맞아 들였다. 그들의 손을 잡고 기도를 쉬지 않았다. 진정한 나눔이란 그런 것이어야 하는데, 나는 아직 작은 그릇도 되지 못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 후에는 다시 그 장애시설로 나눔을 나가지 않았는데 이 글을 읽으면서 김수환 추기경은 나에게 왠지 호통을 치시는 것 같다.
잠시 뉘우침의 시간이었다. 이번 달 나눔에는 꼭 장애인시설에 가서 참여하고 싶다. 그렇지 않아도 늘 마음 한 켠에 불편함이 있었는데 잘 되었다.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라고 말씀하신다. 나의 마음을 좀 더 열면 되는 것이다. 나보다 가난하고 아프고 소외된 사람들을 존중하고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마음을 크게 한 번 먹고 다가가 웃으면 되는 것이다. 묘하게도 마음이 가벼워진다.
이해타산 없는 맑은 영혼에서 나오는 해맑은 그 분의 미소를 이제는 직접 볼 수없지만 이렇게 좋은 책으로 그 분의 말씀을 대신하여 들으니 아쉬운 마음이 덜어지는 듯하다.
우리가 다 함께 행복해지는 방법이 이 안에 가득하다. 다시 말하지만 그것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며 알고 있는 것을 조금씩 실천해 가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