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두 가지로 나뉜다. 기본적인 지식이 필요인 책과 그 나머지. 이 서적은 전자에 속하는데, 그것도 전문용어들을 어느 정도 숙지하고 의미까지 기본적으로 이해된 상태를 요구한다.외국 사례를 들고 있지만 사실 잘 이해하진 못하겠고, 대한민국이 참 다행이다 싶은 게 어지러운 시절 군사독재가 자연스럽게 문민정부로 이어져내려온 것. 그게 아니었다면 쿠데타가 일상인 나라가 되었을 것이고 평생 개발도상국에 머물러있었을 것이다.정치가 문제가 아니라 정치인들이 문제다. 그리고 그것들을 숭배하는 눈이 먼 사람들과 한 세트이다. 다들 정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숭배와 증오의 정치는 정치인들에게 프리 패스권을 안겨준다. 가장 효율적이고 쉽게 표를 구하는 일인데 왜 굳이 어려운 일을 마다하나. 우리가 정치를 이야기할 때 이 기본 배경을 기본으로 깔고 이야기를 시작해야 된다. 신자유주의니 사회주의니 권위주의 독재, 자유방임이니 하는 것들은 솔직히 크게 와닿지 못한다. 숭배의 대상인데 무슨 놈의 정치인가. 그냥 권력 지향 정치인만 있고 그걸 숭배하는 무리가 전부인데 멀 그렇게 어렵게 이야기하는가.
‘시‘라는 건 사실 문외한이 접근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조금 더 생활밀착형에 가깝고 따듯해 보이고 고민거리들이 공감되고 위로받는 느낌을 받은 경험은 거의 전무한데, 이 시들에게서 이런 감정들을 전달받았다.가볍게 읽으면서도 결코 단순하지만 않은 텍스트, 랩 가사 같기도 하고 언어유희도 멋져 보이고 장난기가 넘쳐나는 텍스트에서 아련하고 욱신거리고 젊고 건강한 아우라가 풀풀 휘날리는데, 나도 따라 하고 싶다는 창작 욕구가 솟아오른다.
요즘에 드는 생각은 필연에 대한 나의 이야기, 수많은 것들이 생겨나고 수렴되는 것들이 필연이라고 부르는 것에 확신이 생기기 시작했다.운명론을 믿진 않지만 자유의지와 동전의 양면처럼 한 몸이라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고, 한 단계 더 나아가 결국 어떤 현상은 지금 당장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축척되고 눌리고 응집되어 분출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에 대한, 다시 보니 운명론과 연관이 있더라는 사고의 확장이다.제품 디자인도 비슷한 생각이 든다. 트렌드는 항상 있어왔지만 그 당시 통용되는 기술과 자본과 결정권자의 현명한 판단 아래, 여러 한계를 거쳐 자연스럽게 돌출된다. 그 결과는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온 게 아니다. 제품 디자인은 항상 자본에 영향을 받는다. 라인 하나에 제작비가 수백수천이 바뀔 수도 있으므로 철저하게 생산자 감독을 받으며 그 안에서 항상 새롭고 효율적인 라인을 고통스럽게 만들 수밖에 없다. 이런 기회를 가지는 것도 대단히 영광스러운 일이다. 성취감을 얻기 위한 고통은 필연이고 그 기회는 절대 흔치 않다.
나무에 얽힌 이야기들을 풀어재낀 러브레터와 보리처럼 완곡해진 나무바리기.단일 소재를 가지고 여러 에피소드들을 글로 써내려나가는 애정은 결코 쉬운 게 아니다. 하나의 나무처럼 깊은 뿌리에 건강한 줄기와 수많은 가지들이 풍성하게 돋은 글들에 사랑이 느껴진다.———흙과 나무에 기대고 평생을 사는 이들에게 삶의 법칙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44p인간은 사랑할 때가 가장 보통의 모습이다. -85p바람이 불면 나무는 같이 흔들려야 한다. 그러나 나무와 달리 사람은 꼿꼿이 서서 노를 저어야 한다. -104p
거창하게 주창하는 디자인 방법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혼돈의 먼지들 속에서 하나를 선택한 과정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는 것. 감각적 삶의 자세에서 영감이든 머든 간에 꼼꼼히 끈기 있게 기록하는,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공감할 솔직한 스토리.비록 사소한 고민들일지라도 그냥 지나가는 먼지들처럼, 신경은 쓰지만 가치의 무게에 따라 금방 잊혀가는 이것들을 파고들어 기록하면 이렇게 소중한 역사적 보물이 된다.———조화나 불일치는 구조의 문제다. -6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