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 드는 생각은 필연에 대한 나의 이야기, 수많은 것들이 생겨나고 수렴되는 것들이 필연이라고 부르는 것에 확신이 생기기 시작했다.운명론을 믿진 않지만 자유의지와 동전의 양면처럼 한 몸이라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고, 한 단계 더 나아가 결국 어떤 현상은 지금 당장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축척되고 눌리고 응집되어 분출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에 대한, 다시 보니 운명론과 연관이 있더라는 사고의 확장이다.제품 디자인도 비슷한 생각이 든다. 트렌드는 항상 있어왔지만 그 당시 통용되는 기술과 자본과 결정권자의 현명한 판단 아래, 여러 한계를 거쳐 자연스럽게 돌출된다. 그 결과는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온 게 아니다. 제품 디자인은 항상 자본에 영향을 받는다. 라인 하나에 제작비가 수백수천이 바뀔 수도 있으므로 철저하게 생산자 감독을 받으며 그 안에서 항상 새롭고 효율적인 라인을 고통스럽게 만들 수밖에 없다. 이런 기회를 가지는 것도 대단히 영광스러운 일이다. 성취감을 얻기 위한 고통은 필연이고 그 기회는 절대 흔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