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가 바꾸는 메타버스의 미래 - 정지훈 교수의 메타 사피엔스 안내서 굿모닝 굿나잇 (Good morning Good night)
정지훈 지음 / 김영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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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AI와 메타버스의 만남.
온갖 좋은 단어들 모아놓은 소제목 모음집.

10분 정도의 간략한 요약집, 전문가 교수님의 이력서에 책 한 권 추가하기. 이걸로 미래를 보기엔, 그 가벼움에 너무 당혹스럽다. 싸이월드라는 거의 완벽한 메타버스를 이미 경험해 봤는데, 사라진 이 서비스를 왜 거론하지 않는지 의문이다. 긍정적인 면만 보려고 하는 건지.

기술의 발전으로 좀 더 리얼한 디지털 세계를 맛보고 싶다는 지극히 낭만적인 먼 미래의 아주 짧은 기분 좋은 교과서. 20년 전에 출간되었으면 걸작이 되었을 것이다. 상상은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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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이 끝나고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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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과 대화하기, 진부할 수가 없는 전개. 구역질 나는 군상들과 강강술래하기. 외형적으로 범죄 소설이지만 들여다보면, 상상하는 모든 것을 외면해버리는 블랙 코미디. 왜 대문호 대문호 하는지 이제야 알겠다.

이 소설을 비유하자면,

/아주 매끈한 세단을 타고 1차선을 그리며 아주 여유롭게 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고속도로와 국도 그리고 비포장도로를 실시간으로 교차하다 역주행하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는가?

/아주 이쁘고 맛있고 조그마한 귤을 잘 먹고 있는데, 순식간에 덜 익은 바나나가 되었다가 수박이 되었다가 코 막고 먹어야 되는 두리안을 맛본 적이 있는가?

3장에서 나오는 광란의 알코올 정신 상태를 이렇게 리얼하게 표현한, 숙취에 토할 것 같은 마력의 문체.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는 범인과 결과가 아니라, 사건이 일어나기 전 인간 군상들의 휘몰아치는 심리 상황 및 리드미컬한 전개에 있다. 그렇다고 장르적 재미도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 이게 발표된 지 130년이 넘은 소설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
뒤처진 구름은 따라잡지 못할까 봐 두려운 듯 그 뒤를 서둘러 쫓아갔다. -61p

로맨스 소설에서라면 너무 멋지고 감각적이지만 현실에서는 너무나 추악한 것들이었다. -84p

이건 믿음의 문제가 아니라 행복의 문제예요. -115p

힘겨운 기억이 눈부신 기억을 금방 억눌렀던 것이다. -179p

인생이 다 지나갔다. -26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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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여행 무작정 따라하기 - 어쩌다 시작된 2주 동안의 우주여행 가이드북
에밀리아노 리치 지음, 최보민 옮김 / 더퀘스트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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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경이로운 태양계 스토리와 여행기.

행성 하나하나 발견의 역사와 모습, 재치 있는 뒷이야기까지 친절하게 소개해 주는 태양계 길라잡이 교양서(저가항공 농담은 별로 재미없지만). 이번 세대엔 불가능하지만 먼 미래에 대중화된 우주여행의 시대가 열리게 된다면 이 책은 고전으로 평가받지 않을까(아마 수백 년은 지나야..)

태양을 소개하는 부분에 다다르면 이제껏 흥미 위주로 가볍게 이야기하는 수준에 지쳤는지 본업 학자의 언어로 되돌아온다. 지구를 후반부에 배치한 구성은 극적이었다.

과학교양서를 읽으면 항상 재미있고 흥미롭다. 미생물에서 우주여행까지. 인간은 이렇게 진화했고 앞으로 계속 실수를 통해 배워나갈 것이다. 태양계를 넘어 본격적인 우주여행에 필요한 기술을 후술하는 후속작을 기대해 본다.

/행성의 자전축 기울기 기준에 대해 궁금했었는데, 책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검색해서 대충 알아냈다.
/갈릴레이 갓
/천체망원경으로 은하수 찍어 싶어 미치겠다.

———

우리는 진정 별의 자식이다. 폭발한 다음 우주로 방출된 초신성 잔해나 별의 핵에서 일어난 핵융합 덕분에 우리 몸을 구성하는 모든 원자가 합성된 것이다. -25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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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 챔프 아서왕
염기원 지음 / 문학세계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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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향기가 그윽하게 튀어 오르는 21세기형 리얼리티 하이틴 장르의 재림.

별명 에피소드에서 피식하고 점프 컷이 아닌 듯 점프 컷하는 구성들이 나름 물 흐르듯 소비된다. 어디서 많이 봤던 설정들을 뭉쳐놓은 듯한 플롯은 의외로 마지막에 가서야 작지만 상대적으로 큰 신선함을 목격할 수 있다. 웹툰은 본적도 없고 보고 싶은 생각도 없지만 이 작품을 웹툰으로 재탄생되면 한번 감상해 보고 싶다.

시간은 한정적이고 읽을 책들은 너무나 많다. 이런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만 않은 이야기는 짧은 분량이라면 강추는 아니더라도 재미로 한번 권할 수 있는 소재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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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인 여자들
클라우디아 피녜이로 지음, 엄지영 옮김 / 푸른숲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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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의 레이어로 들여다보는 하나의 큰 그림.

“부디 거짓말에 현혹되지도 망상에 사로잡히지도 말고 행복해지려고 노력하렴." -86p

언제부턴가 ‘평’이라는 게 단순히 독후감에서 나아가 글귀나 어떤 문구나 단어에 대한 나의 리액션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책의 내용과 무관하게 나의 생각을 글로 쓰기 시작된 것이다.

범죄소설을 외향에 두고 신념 믿음에 대한 사회적인 고립과 차별, 반항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이 심리극은 여러 시점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 구성이 독특하다. 30년이 지난 이야기에 할 말이 많겠지만 사건은 이야기의 중심이 아니라 배경일 뿐이다. 불편한 심리 묘사는 장르적 쾌감은 적지만 이런 사건들이 어떻게 유쾌할 수 있겠는가.

반전을 위한 소설은 아니지만 묵직한 울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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