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렸을 땐 이런 책들을 접해보지 못하고 공룡만 주구장창 읽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더 즐겁겠다. 이런 책들을 볼 때마다 새로운 지식들을 알게 되는데, 게코 도마뱀이 눈을 감을 수 없다고 하는 이야기에 아들이 금붕어도 그렇잖아라고 연결을 해준다. 이래서 많이 경험하고 보고 배워야 된다는 것이다. 뇌는 모든 걸 연결한다.그림체가 아주 마음에 든다. 뱀 기둥 타는 게 제일 무섭고 멋지다.
인정해라.이 한마디로 이 책을 요약할 수 있다. 대부분의 자기돌봄 책들은, 자기 탓이 아니고 너무 고민하지 말고 생각을 흘려보내라고 이야기한다. 너무 죄책 하지 말고 자기 자신에게 너무 많은 걸 바라지 말며, 비교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고..그래도 이 책을 삶에 회의감을 느끼거나 고통을 덜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이유는 저자가 열거하는 대부분이 공감 가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우린 해결책을 대부분 알고 있다. 사실 해결책보단 날 알아주고 이해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 크기에,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간략한 대답을 알려주는 고마운 책이다.
환상문학이란 장르를 처음으로 알게 해준 작품이자 크리스토퍼 놀란-퀘이 형제-브루노 슐츠로 이어지는 여정의 막바지에, 무엇인진 모르지만 끝까지 따라가보는 꿈같은 텍스트의 매력을 느끼게 해준 아름답고 추악한 노스탤지어 마법의 오두막.•‘Don’t try to understand it. Feel it.’이라는 영화 테넷의 대사가 생각나는 이 환상적인 작품은 어휘력이 너무 고차원적이라 이해하기 어려워(이성적으로 이해하라고 만든 작품이 아니다) 머릿속에서 다 소화해 주질 못한다. 그래도 느낌으로 감상한다.•분명 현실과 본인 가족들 그리고 주변 인물들을 배경으로 두고 있는데, 작가 본인이 상상하고 경험하고 꿈꾼 자전적인 이야기들이 주요 소재인 것 같다. 제일 많이 본 단어는 ‘어스름’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추억들.—————————/8월 - ‘시장 광장은 비어 있었고 열기 때문에 노란색을 띠었으며 성서의 사막처럼 더운 바람에 먼지가 모두 쓸려 나갔다’/카롤 아저씨 - ‘후덥지근한 어스름이 고독과 정적 속에 지나간 수많은 날들의 찌꺼기와 함께 방을 가득 채웠다’/계피색 가게 - ‘도시가 겨울밤의 미궁 속을 끝없이 뻗어 가다가 짧은 새벽빛이 흔들어 깨우면 마지못해 제정신으로 돌아오는’/혜성 - ‘여전히 날것 그대로의, 여전히 메마르고 쓸모없이 남아도는 시간은 공허한 어스름과 함께 그 오후를 길게 늘여 놓았다’/7월의 밤 - ‘늦잠을 자 버렸다는 느낌과 함께 겁에 질려 깨어나면, 지평선에는 새벽의 밝은 빛줄기와 검게 굳어지고 있는 대지의 덩어리가 보이는 것이다’/모래시계 요양원 - ‘확실히 말할 수 없는 회색빛 하늘로부터 정의할 수 없는 시간의 슬픈 어스름이 내려왔다’/아버지의 마지막 탈출 - ‘몇 번에 걸쳐 할부로 나누어 죽음으로써, 아버지는 우리가 당신의 죽음에 익숙해지도록 했다’
자연은 극도로 효율적이고 균형을 유지한다. 죽음은 탄생과 붙어있는 하나의 몸과 같다. 필연적이란 소리다.자칫 철학서에 빠질 위험이 있는 이 소재는 역시 과학자답게 건조한 말 솜씨로, 과학으로 풀어서 이야기한다. 3장부터 조금씩 어려워지지만 생명이란 게 어떻게 쉬울 수가 있겠는가. 세포들이 서로 어떤 작용을 하는지, 죽어간다는 게 어떤 뜻인지, 최대 수명이 어디까지인지, 그에 관련된 초반 에피소드에 눈이 번쩍 뜨이게 된다.다시 한번 느끼는 거지만, 영원한 건 없다. ‘인간의 시간’으로 생명과 자연환경을 바라본다면 어리석은 결론에 빠질 수가 있다. 유사과학 사이비 종교처럼 우리는 모르는 것을 다른 것으로 대체하려는 불안 본능을 가지고 있다. 사기꾼은 어디에나 존재한다.호기심을 품고 해결하려는 열정, 진리를 추구하고 거기서 고통을 넘어서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모험은 대표적인 현실 도피의 한 가지 방법 중 하나이다. 서부 개척 시대도 아니고 지구 반대편에 있는 이름 모를 사람이랑 실시간으로 대화하는 오늘날엔 모험이란 단어를 주는 위대함은 훌훌 쪼그라든 생닭처럼 초라해 보이기만 한다.우린 외롭고 혼자 있고 싶다. 이 양가적인 생각들은 사실 한 몸이다. 모험을 떠나고 싶으면서 안전을 원하고, 사랑을 하면서도 이별을 원하고, 즐거우면서도 괴롭다. 훌쩍 떠나고 싶으면서도 밖에 나가면 집이 최고인 것처럼, 우린 우리 자신에게 존경심을 가지고 혐오한다.이 이야기는 우장창 로맨스 모험소설을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그런 소설만은 아니고, 원하는 것을 얻었을 때의 그 허무함과 열정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에 내리막길을 내려가는 추락감을 두루 경험할 수 있는 발랄하고 아찔한 심리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