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박한 공기 속으로
존 크라카우어 지음, 김훈 옮김 / 민음인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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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300m 뒷산을 다니며 이제 나도 등산을 한다고, 까불다가 1600m 덕유산 향적봉을 등산하면서도 구토 나올 뻔했었는데, 베이스캠프가 5000m가 넘고 거의 8900m 라니.. 머리가 아찔하다. 상업 가이드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등산 허가를 받으려면 1억 원의 금액을 내야 되는 것도 놀랍고, 그렇게 해도 전 세계에게 몰려드는 사람이 끊이지도 않는다고 사실이 더 놀랍다.

에베레스트 등반이라는 환상을 포장하는 모험기가 아니라, 준비된 안 된 인간들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을 정복한다는 허영심과 목숨을 우습게 보는 어리석은 인간들에게 자연은 자비 따윈 없음을 일러준다.

글의 내용과 별도로 출간 이후 사망자 지인들의 비난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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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상은 반환점에 불과했다. -27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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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지식 박물관 : 문화
김일옥.지식나무교사모임 지음, 불곰 그림 / 그린애플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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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벽이랑 용용이가 제일 좋아. 멋지게 생겨서 좋아. 부적이 마음에 들어. 나는 태권도 잘하는 부적을 만들고 싶어. 나는 대한민국의 태권도가 재미있고 열심히 하고 싶어. 종교 이야기를 보고 나서 생각나는 건데, 나도 믿는 거 있어. 마법사가 실제로 있다고 믿어. 화려한 마법을 좋아해서 그래. 디즈니랜드에서도 겨울 왕국 마법을 부리고 있잖아. 이건 곤륭포야. 이거 티비에서 봤어. 티비에서도 배우는 게 있어. 도둑은 세계 시민이 아니야. 왜냐하면 범죄를 저질러서 세계 시민이 아니야. 세계화를 듣고 생각나는 건, 은하계는? 은하화라고 부르자. 공기는 만질 수 없지만, 무형 문화재는 아니잖아. 조금 어려운 내용이야. 그래도 공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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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이 사라졌다 - 제25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95
김은영 지음, 메 그림 / 문학동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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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글을 잘 모르는 아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아빠가 읽어보았다. 신기한 해프닝을 다루고 있지만 아이들에겐 모험 소설이고, 부모님의 테두리 안에서 벗어나는 자립심을 주제로 좌우충돌 모험기를 다루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며 생활 밀착형 댓글들을 주고받는 발랄한 재치도 돋보인다. 부모의 입장에선 하나보단 둘이 여러모로 든든한 조합이다.

”살아 있는 것은 항상 죽은 것보다 힘이 세.“ -13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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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와 스탈린 - 독소전쟁 4년의 증언들
로런스 리스 지음, 허승철 옮김 / 페이퍼로드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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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대한 자료집을 보면서 느끼는 건,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독소전쟁이 포커스가 아니라 희대의 폭군, 앙숙이었던 히틀러와 스탈린을 비교 분석하는 내용들이다.

우리가 제2차 세계 대전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히틀러와 나치가 저지른 홀로코스트이다. 하지만 스탈린의 극악무도한 잔혹함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이 기록지를 보면서 다시 한번 되새김되는 건, 역사는 강자와 승자의 기록이라는 것이다. 승전국이라는 명목으로 소련의 전쟁범죄는 면죄부를 받았고 그 당시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었다. 이 점이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가장 큰 인사이트다. 오늘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보라. 전체주의 독재국가 이런 걸 다 떠나 국제사회의 냉혹한 현실은 강자와 약자의 뚜렷한 꼬리표가 전부일뿐이다.

——
중요한 점은 두 사람은 상대의 신념체계를 적극적으로 혐오했다는 사실이다. -40p

유토피아를 추구하는 폭군은 세상을 파괴할 수 있다. -80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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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풍경 을유세계문학전집 135
E.T.A. 호프만 지음, 권혁준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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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테스크 - 고딕 - 환상은 이성적인 태도가 깔려있을 때, 더욱 만개 된다. 이분 책은 처음인데, 직진하는 모습은 하나도 없다. 마치 진짜 인생처럼 꼬불꼬불 꼬부랑길을 그리며, 희로애락을 꿈같은 입체적인 그림처럼 마구 휘갈긴다. 그래서 더욱 생동감이 넘쳐난다.


모래 사나이

모래 사나이가 흔히들 알고 있는 샌드맨이었다는 사실에 바보같이 놀라고, 독일 민담이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조선시대 도깨비 이야기를 만들면 이런 톤으로 보이지 않을까. 그리고 이걸 영화로 만들었을 때, 얼마나 섬찟할까라고 되새겨보게 만든다.

그럴 때면 우리는 마치 안개 속에 잠긴 듯했지. -11p


이그나츠 데너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름답고 신비로운 전자의 모습처럼 배경에 깔려있는 축축한 스산함은, 고도의 긴장감으로 아찔하게 다가오며 누군가 부릅뜬 눈으로 날 노려보고 있다는 착각을 들게 한다. 이런 작품을 넷플릭스에서 시리즈 및 장편영화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한낮이 되었을 때 그녀는 다시 죽음의 선잠에서 깨어났다. -110p


G시의 예수회 교회

온탕 냉탕의 감정 기복이 파동의 형태로 저주파에서 고주파로 점점 늘어나가 한계값에 이르러 소멸되어 버리는 파괴강도 실험극. 신기하게도 데미안이 생각난다. 우리는 적당히 멍청할 필요가 있다.

동물이나 우리 자신은 알지 못하는 왕의 식탁을 위해 어떤 재료를 잘 가공하고 반죽하도록 훌륭하게 설치된 기계들인 거죠. -165p


상투스

마법사의 마법이 풍자를 통해 시전 되면, 그 마법은 치명적일까? 저주에 걸리고 저주가 풀리는 과정이 너무 하찮아, 아무도 모르는 악한 마술사의 광기 어린 해프닝.


적막한 집

텍스트들이 자꾸 내 머리에서 이미지로 떠올리게 해주는데, 아주 모호한 미스터리 공포영화 같다. 이성적이고 분석적인 환상소설이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 방식인, 상보성 혹은 의외성 및 뒤집기 전략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마녀의 저주일까.

의사는 함께 거울을 들여다보다가 얼굴이 창백해졌고, 내 손에서 거울을 빼앗아 다시 한번 들여다보고는 책상 서랍에 집어넣었어. -259p


장자 상속

몇 세대에 걸친 이야기들이 촘촘하게 연결되어 복선과 상징들이 뒤엉켜 인간의 욕심과 물욕이 부른 만들어진 저주가 남긴 그림자들. 전체적인 그림을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 몇 번이나 앞장을 펼쳤는지 모르겠다. 마이크 플래너건은 빨리 이 이야기를 넷플릭스 시리즈로 만드시길.

사람을 싫어하는 음울한 성격 탓에 고독하게 자리 잡은 옛 성에 머무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284p


서원

가장 단순하면서도 흡입력이 뛰어난 스토리. 파이 이야기가 오버랩된다. 기만, 죄책감, 도피, 광기 같은 단어들이 연상되는데 고전 소설에서 인생을 배운다는 말은, 이 비극을 통해 다시 한번 증명된다.


돌 심장

큰 사건 없이 물처럼 흐르는 세월의 이야기 구조는 이 책의 단편 중 가장 임팩트가 떨어지지만, 여러 캐릭터들의 와글와글 떠드는 몽환적인 분위기와 더불어 핏줄의 대립과 은유들이 넘쳐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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