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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편지 - 보부아르와 넬슨 올그런의 사랑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5월
평점 :
모든 러버들에게 전한다. 사랑하는 이들에게 사랑을 전하는 방법을 알고 싶다면 당장 이 책을 열어 밑 줄 치면서 베껴 써라.(단 썸 타는 사이 한정)
사랑이 아니더라도 지금 바로 나의 감정을 글로 적어보자. 고통이라면 조금은 누그러질 테고 절망이라면 잠시 동안은 평범하게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허무함이라면 잠시 동안 쓸모 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누구나 뜨겁게 사랑을 해봤다면, 보부아르 개인적인 문제들을 논외로 치더라도 이 문체들이 전달하는 절절함과 벅차오르는 진실함이 온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연인에게 죽도록 영원히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주체적인 삶과 자기 일에 대한 열정은 절대로 내려놓지 않는 당당한 보부아르의 모습은 여성을 떠나서 모든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천 페이지에 달하는 이 연애편지가 지루하지 않는 이유는, 이것이 가공되지 않은 날 것의 텍스트이고 마치 10분짜리 다큐멘터리가 계속해서 이어지는 듯한 달달한 로맨틱 텍스트가 이어지다 1951년 이후 급하강하는 편지 텀에, 씁쓸함이 유독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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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사라지는 걸 원치 않아요. 그것으로부터 무언가를 찾아내야 해요. 만일 무엇도 가능하지 않다면 최소한 글로라도 무언가를 살려야 해요. -47p
그러나 지금은 당신이 가까워지는 것을 느끼는데, 당신도 같은 느낌인가요? -68p
그러나 저는 오로지 행복과 사랑만으론 살 수 없을 거예요. -111p
미리부터 두려움 때문에 죽지는 않겠어요. -295p
저는 마셜플랜을 찬성하지 않아요. 그러나 그것 없이 프랑스는 살아남을 수 없지요. -382p
사랑, 사랑, 사랑, 사랑. -581p
공포의 보수를 가서 보도록 하세요. -808p
매우 소중한 사람, 파리의 쑥덕공론을 더 듣고 싶다면 당신 소식을 좀 보내 주세요. -964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