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없던 감각 - 보는 법을 배운 소년, 듣는 법을 배운 소녀 그리고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법
수전 배리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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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건 어마 무시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하물며 인간의 감각이 통째로 바뀌는 것만큼 충격이 더 심한 상황이 있을까 싶다.

의학 기술이 발전함에 있어서 막연히 수술을 통해 장애를 고치고 삶의 질이 현저하게 상승하겠단 생각만 가지고 있었는데, 인간의 몸이 새로운 감각에 받아들인다는 일이 항상 (개인에게) 좋은 일이 아님을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이렇게 과학 교양서가 우리에게 주는 선한 영향력 중 하나는 이렇게 새로운 시야를 가지게 도와주고 나아가 어떤 통찰에 이르게 해준다는 것이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지만, 적응이 공짜로 생기는 게 아니다. 적응이란 단어 자체에 고통을 수반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몸은 쉬고 싶은데 그놈의 머리가 가만히 놓아주지 않는다. 우리의 뇌는 항상 길을 찾을 것이다. 좋든 나쁘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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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편지 - 보부아르와 넬슨 올그런의 사랑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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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러버들에게 전한다. 사랑하는 이들에게 사랑을 전하는 방법을 알고 싶다면 당장 이 책을 열어 밑 줄 치면서 베껴 써라.(단 썸 타는 사이 한정)

사랑이 아니더라도 지금 바로 나의 감정을 글로 적어보자. 고통이라면 조금은 누그러질 테고 절망이라면 잠시 동안은 평범하게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허무함이라면 잠시 동안 쓸모 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누구나 뜨겁게 사랑을 해봤다면, 보부아르 개인적인 문제들을 논외로 치더라도 이 문체들이 전달하는 절절함과 벅차오르는 진실함이 온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연인에게 죽도록 영원히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주체적인 삶과 자기 일에 대한 열정은 절대로 내려놓지 않는 당당한 보부아르의 모습은 여성을 떠나서 모든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천 페이지에 달하는 이 연애편지가 지루하지 않는 이유는, 이것이 가공되지 않은 날 것의 텍스트이고 마치 10분짜리 다큐멘터리가 계속해서 이어지는 듯한 달달한 로맨틱 텍스트가 이어지다 1951년 이후 급하강하는 편지 텀에, 씁쓸함이 유독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
그것이 사라지는 걸 원치 않아요. 그것으로부터 무언가를 찾아내야 해요. 만일 무엇도 가능하지 않다면 최소한 글로라도 무언가를 살려야 해요. -47p

그러나 지금은 당신이 가까워지는 것을 느끼는데, 당신도 같은 느낌인가요? -68p

그러나 저는 오로지 행복과 사랑만으론 살 수 없을 거예요. -111p

미리부터 두려움 때문에 죽지는 않겠어요. -295p

저는 마셜플랜을 찬성하지 않아요. 그러나 그것 없이 프랑스는 살아남을 수 없지요. -382p

사랑, 사랑, 사랑, 사랑. -581p

공포의 보수를 가서 보도록 하세요. -808p

매우 소중한 사람, 파리의 쑥덕공론을 더 듣고 싶다면 당신 소식을 좀 보내 주세요. -96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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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브르 곤충기 10 - 파브르와 손녀 루시의 사마귀 여행 파브르 곤충기 10
장 앙리 파브르 지음, 지연리 그림 / 열림원어린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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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무시한 싸움꾼, 사마귀.

한창 대결을 좋아하는 나이의 어린이들에게 곤충 싸움 대회 스토리로 몰입하게 만든다. 긴 내용임에도 어마 무시한 사마귀들의 습성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마지막 놀고먹는 곤충, 청벌 스토리에 ‘아빠 이거 진짜 재미있다’라고 피드백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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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조립체에 바치는 찬가 수도승과 로봇 시리즈 1
베키 체임버스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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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승과 로봇 시리즈 1
——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찾아 나서는 생명 예찬.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할, 열정이 한계에 다다랐을 때 생기는 인생의 허무감을 극복하는 도피 여행이자 따뜻하고 잔잔한 이야기. 사실 도피할 여지가 있다는 것도 사실 부러운 일이다.

다른 종과의 만남은 언제나 흥미롭다. 종이라고 부를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로봇을 통해 인간의 모습들을 반추하는 재미가 있다. 불편한 마음, 두려움이 우리를 나아가게 한다는 명제가 새롭게 다가온다.

인간은 시련이 필요하고 극복하는 것에서 살아있음을 느낀다. 적당한 스트레스와 적당한 성취감은 인생의 가장 큰 구성 요소 중 하나이다. 평생 어려움 없이 살았던 인간은 그 성취감을 느낄 수가 없다. 그리고 우리는 인생의 의미를 고통에서 찾으려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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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속는 이유 - 똑똑한 사람을 매혹하는 더 똑똑한 거짓말에 대하여
대니얼 사이먼스.크리스토퍼 차브리스 지음, 이영래 옮김 / 김영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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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 발림 유혹들이 판을 치는 세상. 이데올로기와 종교, 인플루언서들에게 있어 숭배의 대상은 필연적이다. 나는 아니다고? 전혀올시다. 정치병 걸린 사람들은 본인이 정치병 걸린 건 모른다. 진짜 미친 사람들은 본인에 미친 걸 모르기 때문에 진짜 미친 거다.

이렇게 인간은 구원을 열망하고 불안을 잠재우는 대상이 필요한 것이다. 거기엔 거대한 비즈니스가 있고, 법 사이를 절묘하게 넘나드는 사기꾼들이 넘쳐난다. 안타깝게도 약자들에게 더욱 강하게 들려 붙는다.

일단 좋은 말만 하는 사람들을 경계하자. 세상 모든 것엔 장점과 단점이 존재한다. 비율만 다를 뿐이지 0과 100은 없다. 유토피아는 상상에서만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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