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비록 - 전란을 극복한 불후의 기록
유성룡 지음, 이민수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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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게도 국사책은 처음이다.
교과서에서만 배워왔던 임진왜란의 살아있는 체험기와 그 당시 생활상, 보고 체계, 배경들을 생생하게 그려낸 그 회고록을 보고 나니, 정보전의 중요성, 철저한 대비, 위기 위식과 더불어 결국 국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어지러운 정국 속에서도 굳은 결의, 각자 자신이 맡은 바 책임감과 소명을 다하는 개인들이 전부라는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그놈의 정치판. 정치는 변하지 않는다. 동맹도 동맹일 뿐이다. 공짜는 없다. 남한산성 각본집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시대든 인물이든 조직이든 공과는 다 존재하지만, 징비록을 읽으며 과오가 유독 커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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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 미술관
강민지 지음 / 아트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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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피치 미술관에서 교과서에서 볼법한 작품들을 실제로 봤을 때 그 느낌은, 먼가 비현실적이고 신기한 보물을 보는 듯했다. 또 다른 느낌은 몇 시간씩 기다리는 입구 줄, 제대로 된 사진을 찍을 수 없을 정도의 넘쳐나는 인파들, 그림도 볼 줄 모르기에 하도 많이 걸어서 발바닥이 아파 빨리 대충 사진이나 찍고 나가고 싶었다. 십 년 전 일이라 그림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지만 이젠 사진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책은 이래서 좋다. 친절한 미술관의 도슨트와 명화들을 스터벅스 커피세트 값으로 맛볼 수 있다. 인쇄되었지만 명화들을 실제로 보는 거랑 감흥이 크게 다를 게 없는 막눈이기에 정말 다행이다. 책 한 권으로 이런 체험을 할 수가 있다는데 얼마나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취미인가.

시네마는 고도의 집중이 필요한, 여유가 없는 매체이며 시작과 끝이 분명하고 중간에 멈출 수 없는 일방통행이지만, 이렇게 독서는 주체적이고 주도적이며 텍스트가 머릿속 이미지나 생각들로 이어지고 만들어지는 뇌세포들이 보다 활발한 잔치가 벌어지는, 정적이며 동시에 내면의 폭발이 벌어지는 ‘노력’이 필요한 매체라 더욱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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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애리얼리 미스빌리프 - 이성적인 사람들이 비이성적인 것을 믿게 되는 이유
댄 애리얼리 지음, 이경식 옮김 / 청림출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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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막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광신도와 이념에 목숨 걸고 경청이란 단어를 혐오하는 인간들. 문제는 자신이 무엇보다 바른 쪽에 살고 있다는 잘못된 믿음을 자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위선자들의 환경에 계속 노출되면 자기가 무슨 진리인 양 편안해지고 그 테두리에서 벗어나질 못한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어버린다. 정치와 종교. 이 둘이 그 분야에 가장 특화되어 있다. 분노와 증오, 공포와 무지를 이용하는 무리들이 얼마나 많은가. 과대광고와 뉴스 광고들이 일상인 세상에서 우린 그 중심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

-망상 수준의 음모론 이야기들 보다 가벼운 사례들이 조금 더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게 휠씬 무서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과대광고가 어디까지인지, 애매모호한 영역이 분명 존재한다.
-경제적 빈곤이 어떤 식으로 잘못된 믿음에 영향을 미치는지 흥미롭게 풀어냈다.
-과도한 스트레스가 무기력과 우울을 낳는다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가 다시금 새롭게 느껴진다.

서평단 활동도 그렇다.
돈을 받고 하는 홍보인가 아님 진심으로 남기는 후기인가. 질문이 조금 이상하다. 내가 돈을 벌기 위해 하는 행동인가 아님 보상이 필요 없는 행위인가. 이것도 이상하다. 돈만 준다면 나는 충성을 다 할 수 있다, 아님 내 마음대로. 이게 나의 솔직한 생각이다.

여러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넓게 바라보고, 내가 틀릴 수 있음을 항상 인식하라. 내가 내린 결론이다.

——
진실을 말해야 할까, 아니면 권력을 유지해야 할까? -212p

게다가 세상은 너무도 복잡한데도 우리는 지나치게 단순한 설명에 만족한다. -24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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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대드 - 철학자 아버지가 성찰하는 부모에게 전하는 365일 삶의 지혜
라이언 홀리데이 지음, 이현주 옮김 / 청림Life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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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소리가 처음 듣는 듯 전해지는 이 가공할 파워의 텍스트는 모든 부모들에게 그리고 부모가 될 사람들의 마음을 두근두근하게 만든다.

이런 책이 자기 계발서이고 철학책이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베스트셀러이다. 텍스트에 눈이 쓰쳐가기만 하면 머릿속에 바로 입력되는 아주 쉬운 문체와 인풋 덩어리들. 가장 두려운 건, 이 마법의 글들을 읽고 감명받고 다시 언제 읽었냐는 듯 리셋되어 버리는 것이다. 우린 누구든 육아를 해야 되고 그건 종으로서 누릴 수 있는 가장 신성한 의무이다. 언제든 어느 페이지든 이 책을 펼쳐보고, 아 나도 좋은 부모가 되어야지란 생각이 안 들 수가 없다.

생각보다 휠씬 좋은 책이었다. 저출산 시대에 모두에서 권장하는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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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은 당신에게 - 나의 감정을 조절하고 아이와 연결되는 최강의 자녀 양육법
마리 젠틀스 지음, 방수연 옮김 / 알레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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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체의 단 하나의 목적을 말하자고 한다면, 후대에 유전자를 남기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종’으로서 종의 생존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 그리고 나의 분신이 되도록 좋은 환경에서 켰으면 하는 마음은 필연적이다. 그게 어떤 식으로 발현되는지는 각자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겠지만 잘 켰으면 하는 바람은 교집합이다.

육아에 사랑이란 단어는 작은 의미로 보인다. 희생과 헌신. 이것이야말로 육아에 필요한 정신이 아닐까. 희생과 헌신은 영웅들의 기본적인 덕목이다. 그러니깐 육아는 절대 쉽지 않고 나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이다. 부끄럽지만 아들에게 짜증도 많이 냈고 화를 참지 못한 적이 많았다. 내가 그렇게 닮지 않고 싶었던 아버지의 모습이 나에게도 보였던 것이다. 무조건 행하자. 생각은 생각일 뿐이다. 부끄러운 아빠가 되지 말자. 내가 행복해야 가정이 행복해질 수 있다.

책 이야기를 하자면, 육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사람들에게 일침을 날려주는 듯하다. 결국 나 자신만 편하려고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준다. 아이를 위한 거라고? 진정으로? 위한 ‘척‘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영웅이 아무나 되나. 먹고살기 바쁜데 육아도 해야 되고 우울함도 이겨내야 되고 짜증 나도 웃어야 된다. 이게 아무나 할 짓인가. 그래 아무나 할 짓이 아니니, 더욱 고귀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부모들은 넘쳐난다. 아이들을 어떤 방법으로 육아를 하고 올바르게 키울까라고 걱정한다면, 자기 자신부터 새로운 사람이 될 수 있느냐고 자문해 봐라. 그게 기본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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