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피치 미술관에서 교과서에서 볼법한 작품들을 실제로 봤을 때 그 느낌은, 먼가 비현실적이고 신기한 보물을 보는 듯했다. 또 다른 느낌은 몇 시간씩 기다리는 입구 줄, 제대로 된 사진을 찍을 수 없을 정도의 넘쳐나는 인파들, 그림도 볼 줄 모르기에 하도 많이 걸어서 발바닥이 아파 빨리 대충 사진이나 찍고 나가고 싶었다. 십 년 전 일이라 그림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지만 이젠 사진만 덩그러니 남아있다.책은 이래서 좋다. 친절한 미술관의 도슨트와 명화들을 스터벅스 커피세트 값으로 맛볼 수 있다. 인쇄되었지만 명화들을 실제로 보는 거랑 감흥이 크게 다를 게 없는 막눈이기에 정말 다행이다. 책 한 권으로 이런 체험을 할 수가 있다는데 얼마나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취미인가.시네마는 고도의 집중이 필요한, 여유가 없는 매체이며 시작과 끝이 분명하고 중간에 멈출 수 없는 일방통행이지만, 이렇게 독서는 주체적이고 주도적이며 텍스트가 머릿속 이미지나 생각들로 이어지고 만들어지는 뇌세포들이 보다 활발한 잔치가 벌어지는, 정적이며 동시에 내면의 폭발이 벌어지는 ‘노력’이 필요한 매체라 더욱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