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자가 잘못했습니다."이종산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한참이나 뚫어지게 나를 노려보았다.그러다 이내 가슴 속에서부터 길어 올린 것이 분명한 한 마디를 툭 꺼내 놓았다."잘했다.""예?"
"자식을 걱정하는 아비의 마음은 보이지 않더냐?""그래서 목숨 걸고 병룡 형님을 구하러…….""네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왜들 그러십니까?""아닙니다. 아무것도."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 것 같은데.
"저기 있는 진달래, 벚꽃, 개나리 중에 어느 것이 가장 먼저 피는 줄 아느냐?""말씀하신 순서대로 아닌가요?""천만의 말씀. 햇빛을 가장 많이 받은 꽃이 제일 먼저 피느니라. 하면 어떤 꽃이 먼저 지는지 아느냐?""가장 먼저 핀 꽃이 제일 먼저 지지 않을까요?""천만의 말씀. 비바람을 견디지 못하는 꽃이 제일 먼저 지느니라."
"편하게 모시겠다는데도 구태여 이런 곳에서…….""계속할 테냐? 그러면 이제부터는 거지 생활 십 년 동안 갈고닦은 육두문자로 상대 해주마. 너의 출신이며 부모까지 싸잡아 잘근잘근 씹을 것인데 감당할 수 있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