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천룡팔부 7 - 진롱기국의 비밀 천룡팔부 7
김용 지음, 이정원 옮김 / 김영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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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난대사께서는 선리禪理에 정통하시니 선종의 요지가 돈오頓悟7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실 것이오. 기도棋道 역시 마찬가지라 재기가 넘치는 여덟아홉 살 어린아이가 대국에서 일류고수들을 꺾는 경우가 왕왕 있지요. 재하가 비록 깊은 뜻을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천하에 재기가 넘치는 인물들이 많으니 이를 못 풀지는 않으리라 생각하고 있소. 선사께서 과거에 남겨두고 가신 이 심원心願을 누군가 풀 수 있다면 이는 선사의 심원을 푸는 일이 될 것이니 선사께서 이승에 계시진 않지만 구천에서라도 이를 아시고 크게 기뻐하실 것이오."

현난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 총변선생의 사부도 제자와 성격이 비슷하구나. 둘 다 평생 총명한 재기와 지혜를 이런 쓸데없는 곳에 투여하는 바람에 정춘추가 아무 거리낌 없이 횡포를 저질러도 이를 저지할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정말 개탄스럽도다.’

단예가 그녀의 눈빛을 따라가보니 스물여덟아홉 정도 나이의 간편한 담황색 복장을 하고 허리에 장검을 찬 공자 하나가 천천히 걸어나왔다. 그의 얼굴은 맑고 준수했으며 품위가 넘쳐 보였다.
단예는 그를 보자마자 몸이 오싹해지고 눈이 빨갛게 충혈이 돼서 하마터면 눈물이 나올 뻔했다.
‘사람들이 모용 공자는 인중용봉이라더니 과연 명불허전이로다. 왕 낭자가 저 사람을 그토록 앙모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어. 에이, 내 평생 운명은 고난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나 보구나.’

모용복은 눈앞이 점점 흐릿하게 변해만 갔다. 바둑판 위의 백돌과 흑돌이 마치 장수들과 병사들로 보이며 동쪽에 한 무리의 인마가 있고 서쪽에는 진영이 있어 서로가 서로를 에워싼 채 어지럽게 뒤엉켜 서로 마구 죽이는 모습처럼 보였다. 그는 눈을 똑바로 뜨고 다시 쳐다봤다. 백기에 백색 갑옷을 입은 아군 군마가 흑기를 들고 흑색 갑옷을 입은 적에게 포위돼 있었다. 백색 군마가 좌충우돌하며 시종 포위망을 뚫고 나갈 수가 없는 상황이 되자 갈수록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나 모용씨가 천수를 다한 것인가? 그동안 도모했던 수천 가지 책략이 모두 헛된 것이 되어버리고 쓸데없는 애만 쓴 것이란 말인가? 우리 모용씨 일가에서 수백 년 동안 전심전력을 다해 준비한 것이 결국 일장춘몽이었다는 것인가? 모든 것이 운명이라면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는 별안간 큰 소리로 울부짖다 검을 뽑아 들어 자신의 목에 가져다 댔다.

단연경이 바둑판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한참을 사색했다. 그렇게 한참을 있다가 왼손 철장을 바둑돌 상자에 넣어 찍자 철장 끝에 흡착력이 있는 듯 백돌 하나가 달라붙었다. 그는 달라붙은 백돌을 가져가 바둑판 위에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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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천룡팔부 6 - 천하제일의 독공 천룡팔부 6
김용 지음, 이정원 옮김 / 김영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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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참자. 때가 되면 알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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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천룡팔부 6 - 천하제일의 독공 천룡팔부 6
김용 지음, 이정원 옮김 / 김영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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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형제 여덟 명이 비록 사문에서 축출되긴 했지만 감히 사부님의 가르침에 대한 은덕을 잊을 수가 없어 우리를 ‘함곡팔우函谷八友’라 칭하게 됐소. 이는 과거 사부님께서 함곡관函谷關 부근에서 무예를 전수해주신 은혜를 기리기 위함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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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천룡팔부 6 - 천하제일의 독공 천룡팔부 6
김용 지음, 이정원 옮김 / 김영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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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 땅 밑에서 누군가 욕을 했다.
"성수노괴 이 빌어먹을 후레자식아! 좋다, 좋아! 네놈이 결국에는 날 찾아내다니 대단하긴 하구나! 네놈이 온갖 못된 짓은 다 하고 다니니 언젠가는 그에 대한 대가를 받게 될 것이다. 와라, 들어와서 날 죽이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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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천룡팔부 6 - 천하제일의 독공 천룡팔부 6
김용 지음, 이정원 옮김 / 김영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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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유탄지가 소봉에게 암수를 썼음에도 소봉이 죽이지 않는 것을 보고 기분이 좋지 않아 말을 타고 돌아가는 도중 일부러 뒤로 멀찌감치 떨어져 시종에게 유탄지를 잡아오되 소 대왕에게는 절대 알리지 말라고 분부했다.

그 책은 바닥에 떨어져 펼쳐진 그대로 있었고 그는 참을 수 없는 가려움에 바닥을 떼굴떼굴 구르며 마구 비비고 부딪쳐댔다. 잠시 후 바닥에 엎드린 채 숨을 헐떡거리며 눈물과 콧물, 침 할 것 없이 물이란 물이 철가면의 입 구멍 틈 사이로 마구 흘러나와 바닥에 떨어져 있던 경서를 적셨다. 혼미한 정신 속에서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책장 위는 이미 침과 눈물, 콧물로 범벅이 돼버렸다. 무의식중에 힐끗 쳐다보니 책장 위의 구불구불한 문자 사이에 뜻밖에도 한 줄의 한자漢字가 나타났다.

서북쪽에서 풍악 소리가 은은하게 울리며 사람들 한 무리가 걸어오는데 풍악 소리 속에는 종소리와 북소리가 조화롭게 섞여 매우 듣기가 좋았다. 유탄지가 생각했다.
‘무슨 혼례 행렬인가?’
풍악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면서 10장 밖에 이르러 멈추자 몇 사람이 동시에 외쳤다.
"성수노선께서 중원에 친히 행차하셨으니 개방의 제자들은 속히 무릎을 꿇고 맞이하라!"

이것이 바로 그가 수십 년 동안 명성을 떨치게 한 화공대법이었다. 이 일장에 제대로 맞은 사람은 극독이 묻거나 아니면 경맥에 손상을 입어 내력을 펼칠 수 없게 되고 마치 내력을 모두 뺏긴 것처럼 지배되고 만다.

"소스님께서는 걸음걸이가 매우 씩씩하고 힘찬 것을 보니 무공을 할 줄 아는 것 같구려. 스님에 대한 호칭을 어찌해야 하며 어느 보찰寶刹에 출가하셨는지 가르침을 내려주시오."
승려는 물 사발을 항아리 뚜껑 위에 올려놓고 살짝 몸을 굽히며 답했다.
"소승은 허죽虛竹이라고 하며 소림사에 출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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