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파가 비록 서역에 거처를 두고 있긴 하지만 그건 노부가 잠시 은거한 곳일 뿐인데 성수파가 서역 문파라고 말한다면 그럼 공부자孔夫子6 역시 서역 사람이라는 말씀이 아니오? 가소롭군, 가소로워! 서역의 오랑캐를 말하자면 소림 무공은 원래 천축의 달마조사로부터 기원한 것이고 불교 역시 서역 오랑캐의 유물이라 할 수 있으니 소림파야말로 서역 문파로 볼 수 있소!"
"형님, 이 아우가 형님과 결의형제를 맺을 때 뭐라 했습니까? 우리 두 사람은 복을 함께 누리고 고난도 함께 이겨내며 동년 동월 동일에 태어나진 못했지만 동년 동월 동일 죽자고 했습니다. 오늘 형님께 고난이 닥쳤는데 이 아우가 어찌 구차한 삶을 이어갈 수 있겠습니까?"
"소 시주, 내가 솔직히 고백하겠소. 시주가 줄곧 찾아헤매던 선봉장 대형은 바로… 노납인 현자요!"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모두 깜짝 놀라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현자가 말을 이었다. "그날 천태산 길에서 현고 사제를 죽인 흉수는 시주가 아니었음을 알게 된 후 시주와 장력 대결을 펼칠 때 내가 돌연 장력을 거둔 것은 시주의 일장에 맞아 죽어 시주 부모의 원수를 갚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소."
"이보시오, 소 형! 당신이 거란의 영웅이라고 우리 중원 호걸들을 무시하는 것 같은데 이 보잘것없는 고소 모용복이 오늘 귀하께 가르침을 청하도록 하겠소. 재하가 소 형 손에 죽는다면 중원 호걸들을 위해 미력하나마 힘이 되는 셈이니 죽어도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이오." 그의 이 말은 사실 중원 호걸들이 들으라고 한 소리였다. 이리하면 승패를 막론하고 중원의 호걸들이 고소모용씨를 생사지교로 인정하리라 여긴 것이다.
"예로부터 대업을 이룬 사람 중 천신만고를 겪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더냐? 한漢고조高祖에게는 백등지위白登之圍8, 후한後漢 광무제光武帝에게는 곤양대전昆陽大戰9의 일화가 있었다. 만일 이들이 너처럼 검으로 자해를 했다면 옹졸하기 짝이 없는 자료한自了漢10에 불과했을 텐데 무슨 나라의 재건을 거론할 수 있었겠느냐? 넌 구천勾踐11이나 한신보다 못한 무지하고도 식견이 좁은 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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