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천성적으로 도굴에 취미를 갖고 있었지만 그 일에서 손을 뗀 지 20년이나 지나 이따금씩 옛 생각에 손이 근질근질하던 참이었다. 하지만 다시 솜씨를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오길 바랐다 해도 이미 높은 관직에 올라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는 몸인 그가 이제 다시 도굴에 손을 댄다면 어찌 체통이 선단 말인가? 이런 시점에 범화가 그런 제안을 하자 그는 기쁨을 금할 길 없었다.
그때 황미대사가 오른쪽 버선을 벗었다. 그런데 오른발 역시 다섯 발가락 모두 온전하게 있는 것이 아닌가?청포객의 뇌리에는 잠깐 사이에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상대가 도대체 무슨 의도로 이런 짓을 했는지 깊이 헤아렸다. 순간 황미대사가 쇠 목탁채를 들더니 아래쪽을 향해 냅다 후려쳤다. 빠직 하고 뼈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황미대사가 자신의 오른발 새끼발가락을 잘라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