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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마야 막스 그림,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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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분히 일본적인 요소 – 연인 관계인 마나카짱과 히로시의 초등학교때의 첫 성관계 이후 당연시 되어온 Sex라던지 이를 문제 삼지 않는 주변 어른들 - 를 지녔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런 반면에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던 건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비슷한 마나카짱의 모습 때문이 아닐까? 항상 곁에 있어준 연인 히로시가 떠난 후에 일어날 일들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라던지 그럼에도 막연한 미래보다 현재의 생활에 안심하고 행복해하는 모습 등 현재의 내 모습과 다르지 않음에 그나마 위안을 삼았던 것 같다.

부정적인 요소들 – 죽음, 상실 - 속에 긍정적인 요소 – 삶, 희망, 여행 – 를 가미시킨 듯한 이 소설은 내가 제대로 이해하기엔 아직 역부족인 듯 싶다. 내가 찾지 못한 무언가가 있을 듯 하지만 쉽게 찾을 수 없는... 그런 점이 더욱 바나나의 매력에 빠져들게 하는건 아닐까? 히로시에게 있어 존재의 의미를 안겨 준 개 올리브와 사교에 빠져 극악무도한 짓을 서슴지 않고 결국 집단 자살을 선택한 부모들에게 버림받은 히로시를 거두어준 할아버지의 죽음. 사랑하는 그들이 안겨준 ‘죽음’이란 단어가 몰고 오는 상실감에서 허우적대는 히로시와 그의 곁에서 그를 이해하며 보듬어주려는 마나카짱의 존재.

그러나 소녀(그녀라고 하기엔 아직 어린 나이) 역시 부모의 이혼을 경험한 슬픔을 간직하며 살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부정적인 환경에서 오는 우울함에서 더욱 수렁으로 빠져들지 않음은 10대에서 어른으로 되기까지 누구나가 겪을만한 존재의 상실감과 괴리감을 바나나다운 조심스러운, 그러나 깊이 있는 문체로 풀어나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바나나의 또다른 작품 ‘키친’에서의 등장 인물과 마찬가지로 각각의 상처를 지니고 있는 히로시와 마나카짱의 모습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우울함을 느끼게 하지만 결국 그 우울함을 떨쳐버릴 수 있는 희망도 함께 제시하는 아이러니를 느끼게 한다는 생각이 드는건 나만의 착각일까?

이 모든 질문에 정답이란 없다. 바나나 역시 정답을 얘기하지 않는다. 바나나는 결국 이 모든 질문과 답을 스스로 찾을 수 밖에 없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바나나의 소설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겠금 하는 원동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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