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려 읽었는데 소장하고 싶은 책. 특히 사진이 아름답다. 이런 방식의 삶, 예컨대 ˝깊은 심심함˝이 창의력의 원동력이 되는 그런 삶을, 누구나 동경하지만 결코 실행에 옮기기 쉽지 않은 그런 삶이 그리울 때 펴보면 좋을 것 같다. 파란 시간, 자기만의 시간표, 두려움과 즐거움 사이의 균형, 세상이 강요하는 리듬을 거부할 힘 등 보석 같은 표현들이 많다.
연휴 기간 풍월당에서 데리고 온 시디. 추천 글이 기가 막혀 지나칠 수 없었는데 이 가을에 딱 어울리는 시린 선율이 일품이다. 특히 22번 1악장은 바이올린이라는 악기를 넘어선 하나의 세계를 창조해낸다. 청음이 아니라 특정 세계가 눈 앞에 펼쳐지는 공간을 목도하는 느낌이랄까. 겨울로 넘어가는 숲의 휘청거림이 느껴진다.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1년 전 신경쇠악과 세기말적 우울에 괴로워하면서도 새로운 예술이 꽃피울 준비를 하는 유럽, 특히 빈, 베를린, 파리를 중심으로 대략 300명의 각 분야에서 자취를 남긴 주요 인물들이 등장한다. 로버트 알트만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씨줄과 날줄이 얽히듯 정치 문학 예술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서로 얽혀 현란한 지적 유희를 선사한다. 그 많은 사람들의 에피소드 중 유독 카프카의 이야기가 가슴 시리다. 선천적인 병적 우울함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음에도 결혼이라는 사회 제도 속에서 일반인의 삶을 꿈꾸며 두려워하며 결국 사랑을 놓치는. 흡사 저 자신의 소설 변신의 그레고리 잠자를 보는 듯하다. 이리저리 몸부림치지만 결국 이 세계에 속할 수 없는 벌레 같은 이방인일 수밖에 없었던 카프카. 다음 생에서는 다른 별에서 평안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