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팔기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3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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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에는 이 책을 그토록 좋아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넘어갈 듯 지루하게 넘겨지지 않는 페이지처럼 반복되는 삶의 지리함이 뫼비우스처럼 엉켜있는 이런 책들에 그때는 왜 그렇게 집착했을까. 카프카의 <성>처럼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이런 책을...아마도 그땐 내 젊음이 지겨웠고 제 꼬리를 물고 도는 개처럼 반복되는 삶을 허덕이는 젊음의 하루하루가 지리멸렬해서 견딜 수가 없었나 보다. 그 공감의 그림자가 보여 어쩐지 지난 내 청춘의 시간들이 안쓰럽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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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조건 - 꽃게잡이 배에서 돼지 농장까지, 대한민국 워킹 푸어 잔혹사
한승태 지음 / 시대의창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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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몇 만원으로 인간성의 바닥을 긁지 않아도 되는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은 그러한 삶을 사는 사람들의 비루함에 대해, 인색함에 대해, 인간성에 대해 왈가왈부할 자격이 없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면서 그렇지 못한 환경 속에서 매일 자신의 비루함과 싸워야되는 사람들을 단죄할 수 있을까.
그렇기에 한증막 같은 비닐하우스에서 작가가 언어장애인 주인 아주머니를 조롱할 때 그 비인간적인 행동에 우리는 돌을 던지거나 젊잖은 충고를 할 자격이 없는 것이다. 최소한 그는 부끄러움을 알았다. 그가 목을 매달려고 노끈을 매듭지어 철근에 걸었을 때, 그 자신 머리 하나 들어갈 수 있도록 마치 자신의 인생에 매겨진 점수를 상징하듯 0이라는 수를 연상시키는 동그라미를 봤을 때 나는 그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을 시도했다고 느꼈다. 노회찬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 너무 슬퍼진다.
그래서 나는 차라리 작가가 돼지에게 말을 걸며 읽어준 시를 떠올린다. 오래전 좋아했던 김종삼의 시.

북치는 소년

내용 없는 아름다움처럼

가난한 아희에게 온
서양 나라에서 온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카드처럼

어린 양들의 등성이에 반짝이는
진눈깨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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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기괴한 우화 같기도 하지만,
돼지 농장의 외로운 일꾼이 순한 돼지들에 둘러싸여
시를 읽어주는 이 광경만은 오래도록 따뜻하게
간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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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상처를 말하다 -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예술가의 뒷모습
심상용 지음 / 시공아트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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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감정의 과잉과 현학적 수사가 거슬리지만 예술의 이면에 대한 접근 방식, 상업적인 예술성의 거부와 예술가 본연의 고통과 상처를 보도록 안내하는 길잡이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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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로스코 Taschen 베이직 아트 (마로니에북스) 37
제이콥 발테슈바 지음, 윤채영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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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림에 가지고 있던 어떤 막연한 생각이나 기대 같은 것을 그의 그림과 그가 가지고 있는 회회에 대한 철학이 충족시켜 준다. 즉 로스코는 그림은 그 스스로 생명력을 가지며 자신이 이해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고 보았다. 그림과 관람자 사이에는 아무것도 끼어들만한 여지가 없으며 작품은 그 스스로를 방어한다고 주장했다. 단지 로스코는 기존의 사고 방식으로부터 자유롭고 감수성 넘치는 영혼이 그의 그림을 보고 사무치는 감정을 느끼기를 원했다. 나도 그의 그림 앞에서 사무치는 감정으로 엑스터시를 느껴보고 싶다. 완전히 몰입해 작품 내부를 이리저리 헤매며 가장 직접적인 회화적 경험을 해보고 싶다. 그 또한 단지 자신이 그린 작품의 관람자이었을까. 1970년 2월 결국 그는 자신이 그린 작품 속으로 영원히 들어가 버렸다. 그도 그렇게 사무쳤던 것일까. 로스코의 작품 앞에서 눈물을 흘린다는 말은 과장이 아닐 듯하다. 나에게도 그런 애틋한 기회가 주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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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하는 세상의 화가 민음사 모던 클래식 75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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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에 일본을 떠난 사람이 이토록 일본적인 분위기를 재현하며 전후 일본이 안고 있는 문제를 직시하는 글을 썼다는 게 놀랍다. 그러나 이 책의 미덕은 그런 부수적인 효과가 아니라 화자 너머에 있는 작가가 내는 소리다. 기억과 사실, 비밀과 회한, 그리고 시대와 개인이 얽힌 세계에서 미묘하고 신비스런 진실의 열쇠가 숨어 있다. 작가는 (한 개인이 불편한 기억과 어떻게 타협하는지)를 그려 내려했다고 했는데 이 문장 보다 이 소설을 더 잘 표현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제 이 작가의 이름을 더할 수 없는 애정을 담아 불러본다. 가즈오 이시구로, 나의 ˝남아있는 나날들˝은 당신을 읽을 수 있어 행복했던 시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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