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에는 이 책을 그토록 좋아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넘어갈 듯 지루하게 넘겨지지 않는 페이지처럼 반복되는 삶의 지리함이 뫼비우스처럼 엉켜있는 이런 책들에 그때는 왜 그렇게 집착했을까. 카프카의 <성>처럼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이런 책을...아마도 그땐 내 젊음이 지겨웠고 제 꼬리를 물고 도는 개처럼 반복되는 삶을 허덕이는 젊음의 하루하루가 지리멸렬해서 견딜 수가 없었나 보다. 그 공감의 그림자가 보여 어쩐지 지난 내 청춘의 시간들이 안쓰럽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