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이토록 많은 폭력이 도사리고 있었던 70년대, 80년대. 심지어 90년대까지..그 끔찍한 시간을 어찌 건너왔을까. 읽는 내내 불편하고 아프고 분노했다.그러나 90년대에 바치는 오마주일까, 그 당시의 묘사는 반갑지도 신선하지도 않았고 첫번째 보다 다소 느슨해진 느낌은 아쉬웠다. 결이 촘촘하고 착한 서사가 진부하지 않았던 최은영 서사의 힘은 벌써 빠져버렸나. 그래도 당분간은 좀 더 그녀의 소설을 읽고 싶다.
목수정의 오랜 팬이지만 그녀의 글이 모든 주제에서 항상 빛나지만은 않다는 걸 일깨운 책. 그래도 궁금했던 프랑스 교육제도와 특히 바칼로레아 부분에 대해선 어느 정도 궁금증이 해소됐다. 또한 프랑스 10대들에게는 경쟁하지 않을 자유가 있고 경쟁 대신 협력하고 연대하는 법을 배우고 경쟁으로 마모되지 않은 에너지로 세상을 개혁해낼 조직된 힘을 만들어낸다(p369)는 부분에선 뭔가 안타까우면서도 숙연한 느낌이 들었다. 한국의 10대가 너무 슬프게 다가왔기 때문? 아니 그건 10대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슬픔이다.
소설 (장송)의 해설서 혹은 창작노트라고 불리는 책. 장송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이대로도 나쁘지 않다. 히라노 게이치로가 왜 이토록 쇼팽에 빠졌는지 궁금했는데 이 책을 소니에서 나온 쇼팽 탄생 200주년 기념 앨범과 함께 들으며 누군들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다시 한번 절감했다. 히라노 게이치로처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쇼팽의 흔적을 찾는 것, 언젠가를 위해 남겨두고 싶은 버킷리스트가 되었다.
내가 이런 글을 좋아한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음악을 아는 작가가 쓰는 음악이야기. 난 거기서 명상하고, 편안히 사랑하고 있는데 갑자기 부정할 길 없이 E플랫이 마치 요술 방망이라도 휘두른 것처럼, 하늘이 찢어진 틈으로 느닷없이 내리비치는 햇살처럼, 친구의 예기치 못한 귀환처럼 문득 슬그머니 찾아와 우리의 기쁨을 더욱 애틋한 쪽으로, 더욱 경건한 쪽으로 기울게 했다. 우리는 B플랫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쇼팽노트, 앙드레 지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