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용에 관한 책들은 읽고 나면 꼭 ˝다산 앓이˝를 하게 된다. 젊은 다산에게 존재했던 두 하늘, 천주와 정조. 이 둘을 동시에 이고 있었던 한 실학자의 고뇌에 찬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전개된다. 애틋하기도 하고 충격적이기도 하고..파란과 격량의 세월 속에서 피하거나 숨기 보다는 늘 정면돌파를 선택했던 다산의 생애가 또 한 번 숙연하게, 서늘하게 다가온다. 이번에도 한동안 ˝다산 앓이˝의 시간을 보내게 될 것 같은 예감이다.
이 책을 단숨에 읽은 건 인터뷰이들이 내 관심망에 있던 사람들이었기 때문. 시인에 박준이나 소설가에 최은영도 그랬지만 서평가에 금정연, 평론가에 신형철, 무엇보다 문학기자에 김슬기까지...취향저격이라고 할까...모두 문학하는 마음도 문학이라는 불치병을 앓는 것도 동일하다. 오래 전에 나도 그랬던 것 같은데 이들을 보니 그 세계에서 빨리 나오길 잘한 것 같다. 범인은 버티기 힘든 세계이며 범접하기 힘든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