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가 죽지 않고 계속 사는 세계가 있다면...6살에 출렁다리 아래로 떨어져 죽은 동생 은석이는 그 세계에서 유치원을 졸업하고 중학교에 가선 체육복을 잃어버리고 대학교 3학년 때는 여자친구를 사귄다.그리고 귤과 딸기를 사서 엄마가 해놓은 나물을 먹으러 집에 온다. 그 세계에서 누나는 죽은 동생을 마중나가고 담배를 피고 들어가겠다는 동생을 남겨 두고 먼저 들어온다.6살에 출렁다리 아래에서 추락한 동생은 누나에게 말한다. 먼저 들어가, 누나.금방 갈게...먼저 죽은 가족 구성원에 대한 진혼가 같은 단편 <미산>책장을 덮고 나는 가슴이 미어졌다.집 안으로 어서 들어오렴...헤매지 말고...
서른 즈음 어느 쾌청한 날 야구를 보러 갔다.방망이가 공에 맞는 상쾌한 소리가 구장에 울린 순간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했다.그렇게 해서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가 탄생했다. 아름다운 2루타가 하루키의 삶을 변화시켰다.이보다 더 소설 같을 수는 없다.
너무 재미있어 단숨에 읽어버렸다. 디저트를 먹는 기분으로...여러 에피소드가 기억나지만 재일 교포 작가 유미리의 기사회생 이야기와 국카스텐 하현우와 문학평론가 신형철에 얽힌 추천사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이렇게 상큼하게 글을 쓸 수도 있구나. 일본 문학 번역가답게 가벼운 위트와 따스한 위로가 적절하게 섞였다. 요 마음산책의 OO직업 시리즈가 은근히 쏠쏠한 재미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