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보통의 독서방식과 다른 독법을 요구한다. 아우스터리츠는 자신의 기억을 더듬거리며 유년 시절을 찾아가는 사람인데 이 책을 읽는 사람도 문장과 문장 사이에서 기억을 더듬고 잘못된 기억으로 막다른 골목을 돌아나오는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나는 이 책을 필라테스 가는 날만 집어 들어 지하철에서 읽었다. 때로는 3장, 때로는 5줄...계절이 2번 바뀌는 동안 100페이지를 채 못 읽었지만 이 더디고 아련한 독서는 전혀 지루하지도 조급하지도 않았다. 마치 책과 내가 습자지처럼 붙어서 시간에 조금씩 변색되는 느낌으로 그렇게 계절을 보내며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