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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평점 :
앵무새 죽이기

한 정의로운 백인 변호사가 백인 여자를 성폭행 했다는 혐의를 받던 흑인을 변론한다는 내용이다.
무대는 대공황 직후, 제 2차 세계 대전이 터지기 직전인 암울하고 궁핍했던
1930년대 미국 앨라바마주의 조그만 마을이다.
화자는 백인 변호사 애티커스의 어린 딸 스카웃. 일곱 살부터 열 살까지
마을 사람들과 아버지 곁에서 겪었던 일을 시종일관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적어 내려간 일종의 성장소설이다.
인종 차별에 대한 경고로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의 등장 인물들은 나름대로, 저마다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다.
이 세상 어떤 것에도 매이지 않고 떠나고 싶다며 모르핀 주사를 거절했던 할머니는
모든 정신과 육체를 한 곳에 집중해 조금이나마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 분은 훌륭하셨다.
나는 너희들에게 진짜 용기가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었다.
총이나 들고 있는 어줍잖은 용기가 아니라 진짜 용기,
상대방에 대한 진정한 배려말이다.
모든 것에 매이지 않고 살려 했던 할머니야말로 용감한 분이었다.
아이들은 할머니를 통해 진정한 사랑의 실체와 인간은 겉이 아닌 내면의 존재라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흑인 톰을 유혹하고 곤경에 빠뜨린 백인 처녀 마옐라도 이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인간이었다.
그녀는 일곱 동생을 키우면서 아버지의 상습 폭력에 휘둘려 집안에만 갇혀 살았다
. 허드렛 일을 도와주던 톰은 그녀를 인간적으로 대해 준 유일한 사람이었다.
결국, 톰을 유혹하는 장면이 아버지에게 들키면서 죽도록 두들겨 맞는다.
그리고 술주정뱅이 백인 아버지는 "흑인이 백인 여자를 강간하려 했다"고 고소한다.
여기서, 감동을 주는 대목은 톰의 행동이다. 톰은 그녀의 외로움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어른들과 한번도 키스한 적이 없다며 제게 키스를 했고 저를 안았습니다.
난 그저 그녀를 돕고 싶었습니다."
톰은 법정에서 자신의 진실한 증언이 그녀를 모함하는 일이 될까봐 괴로워 했다.
톰이 그녀를 성폭행 하려 했던 것이 아니라는 결정적 증거가
나왔지만 배심원들은 유죄 판결을 내렸다.
그는 며칠 뒤 탈옥하다 들켜 총살당한다.
이 책이 시대가 변했어도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것은 이처럼,
알고보면 상처투성이인 인간들이 나누는 사랑때문이다.
이책은 총 3번 정도 읽으 것 같지만
정말 깊이를 이해하면서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인 듯 싶다.
정말 소중한 시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