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언제나 남쪽이었다
이종화 지음 / 해드림출판사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해드림출판사 

바람은 언제나 남쪽이었다.

책을 처음 본 순간 표지에 있는 ​캘러그러피가 눈에 들어왔네요.

그가 자연 속에서 찾아낸 것은 무엇일까.

 감성 철학이 가득한 시집이네요.

방랑자와 같이 여기저기를 떠돌며 그저 묵묵히 길을 걷다 발견한 것은 곧 그 자신의 모습.

목적지 없이 삶의 길에서 의미를 찾는 시인의 발걸음은 모험이라기보다는 유랑에 가까울 것이다. 



그의 시를 읽다보면 지는 노을 앞에 기도하는 나이 든 이의 두 손이 떠오른다.

삶의 충만함에 감사하고, 공허함에 탄식하는 두 손 모은 기도. 그 기도에는 깨달음과 연륜이 있다.

가을을 지나 추운 겨울을 보내고 시인이 기다리는 것은 또다시 봄이다.

마른 가지에 스치는 바람이 추워도 시인의 말대로 개나리가 반가운 봄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아쉬움으로 지나온 길을 돌아보는 중에 발견한 것은 곧 그 자신이었다.

떠가는 구름에도, 감나무 밑에도 속속들이 보이는 것은 모두 과거의 추억이고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시집의 마지막에서 시인은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찾은 듯하다.


어쩌면 생의 마지막 바람을 기다리는 낙엽처럼 방마다 하얗게 누운 노인들, 두 분이 찾아 오셨다.

엉뚱하게 위험하니 케이크에 불붙이지 마라시던 어머니, 그 분들도 치매 인 듯, 서로 더듬대며 모처럼 웃으신다. 


하긴, 환갑도 지난 당신의 아들이 난데없이 시를 쓴다면 한 번 더 웃으실까, 침침한 달이 오늘 유난히 맑다.

추석도 내일 모렌데 달도 푸릇푸릇, 자국이 멍처럼 보이네, 넋두리일까, 돌아보니 별로 남다를 것도 없이 지난 시간들, 낙서처럼 댓글이라도 달아 보듯이.


'북촌'

호떡 구수하게 굽던 장삼이사들

보이차도 끓인다. 그리 밝지 않은

근대사는 늘 맨 뒷장부터 열리나니

구비구비, 흐릿한 추억만은

아직 정겨운 골모기었네

​......


북악은 이제 다시, 회색 피라미드

피곤한 해가 인왕산 정수리에 끼어 있다.

그래도 아직은 무사한 고목 몇 그루

그럭저럭 배부른 까치 떼는 자리르 뜨고

그래도 아직은 무사한 고목 몇 그루

그럭저럭 배부른 까치 떼는 자리를 뜨고

한 때, 저문 역사의 흥등가에

일렁이는 또 다른 무통의 경련.

평범한 일상처럼 생각을 적어 놓는 듯한 느낌입니다.


이종화 시집은 너무나도 새맑은 감성이 돋보인 편안한 느낌이 듭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