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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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네스뵈는 해리 홀레 이야기가 아니어도 완벽하게 독자들을 사로잡는구나. 진짜 재밌게 읽었다. 요 네스뵈의 <아들>. 나는 요 네스뵈의 소설을 이번에 <아들>까지 해서 총 3권 읽어봤다. <스노우맨>, <네메시스> 그리고 <아들>. 해리 홀레 시리즈를 순서대로 읽지 않은 부분도 있고, 읽은 지 좀 시간이 흐른 부분도 있고 그래서 그런가? 개인적으로는 <아들>을 가장 재밌게 읽은 것 같다.

이야기는 오슬로에 있는 최첨단 시설을 갖춘 한 교도소에서 시작된다. 그곳엔 모범수 소니가 있다. 소니는 좀 독특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갖고 있었다. 교도소 안에서 소니는 모든 수감자들의 고백을 아무 말 없이 들어주고 죄를 사하여준다. 그래서 죄수들은 아무에게도 말 못할 자신의 죄를 소니에게만은 털어놓는다. 어느 날, 암에 걸려 죽음을 앞둔 한 수감자가 소니에게 고백한다. 그 이야기를 들은 소니는 탈옥한다.

사실 소니는 과거 장래가 촉망되는 학생이자 레슬링 운동선수였다. 하지만 아버지가 자살하면서 그의 삶은 무너져 내렸다. 경찰이었던 아버지가 사실 자신이 범죄 조직의 첩자였음을 인정하며 유서를 쓰고 자살한 것이다. 아버지를 존경했고 아버지처럼 훌륭한 경찰이 되고 싶었던 소니에게 그 사실은 큰 충격이었다. 어머니도 날이 갈수록 술과 마약에 의지하기 시작했고 고통스러웠던 소니 역시 결국 마약에 손을 댔다. 그렇게 교도소에 흘러들어갔다. 쉽게 마약을 얻기 위해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죄를 뒤집어쓰고서... 교도소 안에서도 부유층의 혐의를 대신 뒤집어쓰고 그 대가로 마약을 얻고 편안하게 형기를 연장해갔다. 불만은 없었다. 어차피 그는 삶을 포기했으니까. 그에겐 딱히 삶의 의미란 게 없었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그 수감자가 소니에게 고백한 것이다. 사실 자살한 너희 아버지는 부정한 경찰이 아니었다, 누명을 쓰고 살해된 것이다...라고. 아버지가 사실은 엄마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누명을 쓰고 살해된 것이구나. 이제 소니는 살아갈 이유를 찾았다. 진실을 알게 된 소니는 탈옥하여 죄 지은 자들을 찾아간다. 그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그들은 대가를 치러야 하니까.

소니는 자신이 뒤집어썼던 죄를 저지른 진짜 범죄자들을 한명씩 찾아가 그들이 저지른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그들을 처단한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누명을 씌우고 죽게 만든 사람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한편, 소니의 아버지와 절친이었던 시몬 케파스 경장은 소니를 쫓기 시작한다.

소니는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었기 때문에 버스 요금이나 택시 요금, 핸드폰 사용 등에 있어 서툴지만 슈퍼맨처럼 척척 복수를 향해 전진한다. 최첨단 시설을 갖춘 교도소를 탈옥하기도 했고. 좀 무리한 설정이 아닌가 잠시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의 복수 여정을 따라가면서 흥미진진했고, 진실이 뭘까 쌍둥이가 누굴까 추측하는 재미가 컸다. 반전도 기억에 남고. 어쨌든 재밌게 읽었다. 굉장히 두꺼운데 빨리 읽힌다. 왜 요 네스뵈 소설이 인기가 많은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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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숲으로 간 당신에게 - 이호준의 아침편지
이호준 지음 / 마음의숲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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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할 일도 많고 생각할 것도 많은 바쁜 하루하루 속에서 지친 영혼을 쉬게 해줄 따뜻한 책, <자작나무 숲으로 간 당신에게>. 짧고 아름다운 이야기들. 잠시 숨 좀 돌리게 해주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요즘 나는 나만 생각하고 내 일만 하느라 한곳만 보고 있었는데 이 책은 그런 내가 잠깐 옆도 보게 해주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보게 해줬다.

소설을 읽는 재미도 크지만, 이렇게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읽는 재미도 크다. 내가 길거리에서 보는 사람들, 이웃들의 이야기 같은. 그런 사람냄새 나는 이야기. 별 생각 없이 가볍게 지나쳤던 그런 풍경들 속에 나름의 이유가 있고 의미 있는 이야기들이 가득했다. 내 주변에도 분명 가득 했을 텐데 너무 무심하게 지나치며 살아온 건 아닐지... 이야기들 모두가 진솔하고 담백하고 따뜻하다.

세상이 참 살기 팍팍하다, 더럽다, 일어나서는 안 될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제대로 바로잡히는 게 없다 등등 그래, 나는 저자가 말한 대로 그림자를 더 보면서 살아왔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보니 다행스럽게도 그 속에서도 빛은 있었다. 착한 꽃들이 있어야 할 그 자리에서 쉬지 않고 피고 있었다. 내가 발견하지 못했을 뿐.

기억나는 이야기들이 너무 많아서 딱 고르기가 쉽지 않지만 그래도 서평 쓰는 지금 가장 기억나는 이야기를 적어보자면 지하철 안에서 취객의 말을 들어주던 한 여자를 보며 저자가 적은 글이 생각난다. 그냥 제정신인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어도 혹시 사이비종교가 아닐까 이상한 사람 아닐까 피하기 바쁜 마당에 아마 내 옆자리에 전혀 알지도 못하는 취객이 앉아있고 모두가 불쾌할 만큼 큰 소리로 통화를 하고 계속해서 나에게 동의를 구한다면 나는 아마 그 자리를 떴을 것 같다. 근데 그 여자분은 왜 저걸 다 들어주지 오히려 보는 사람들이 민망할 정도로 잔잔한 웃음과 함께 취객의 말을 다 들어주었다. 그러다 자신의 목적지에 도착하자 이야기를 들려줘서 고맙다는 듯, 더 들어주지 못해 아쉽다는 듯 공손히 인사하며 내렸다고 한다. 여자가 내리고 나자 남자의 눈동자는 급격하게 비어갔고 더 이상 전화를 걸지도 다른 사람을 찾아 말을 걸지도 않고 텅 빈 눈으로 허공을 응시할 뿐이었다고 한다. 말할 상대를 잃어버린다는 것은 사람을 저리도 쓸쓸하게 만드는 걸까. 잔잔한 미소로 처음 보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모르는 사람의 맺힌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 내 말은 줄이고 그저 들어준다는 것.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나도 그렇게 살아야지, 그림자보다 착한 꽃들을 보고 살고 나 또한 착한 꽃들이 되면서 살아야지 생각했다. 나만 생각하지 말고 옆도 보고 관심가지며 살아야지, 내게 주어진 것에 감사해야지. 사람 냄새나는 사람이 되어야지 등등. 팍팍한 현실에 숨 좀 돌리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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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하듯, 여행 - 배낭을 메고 세계여행을 하며 웨딩사진을 찍다
라라 글.사진 / 마음의숲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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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결혼식에 참석하고 나면 결혼과 결혼식이라는 것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해보게 된다. 크게 벗어나지 않는 똑같은 틀에서 진행되는 행사. 결혼한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름답고 화려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비용에 깜짝 놀라게 되는 것 같다. 그 돈으로 집을 사는데 더 보태거나 신혼여행을 더 오래 갔다 왔으면 좋았을 거라고 말하기도 하던데, 그래도 남들 하는 결혼식 어느 정도는 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결혼을 하는 본인들의 생각이 같아도 사실 결혼이라는 게 집안끼리 합쳐지는 거니까 어른들의 의견을 배제할 수 없는 게 현실일 것이다. 참 쉽지 않은 일인 듯.

그런데 여기에 결혼비용을 최소화하고 서로의 지문을 새겨 넣은 은반지로 모든 예물을 대신한 부부가 있다. 부부에게는 연애시절 함께 세운 계획이 있었다. 그 계획이란? 배낭을 메고 세계를 여행하며 웨딩사진을 찍는 것이다. 부부는 웨딩사진을 찍지 않고 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결혼식을 마치자마자 신혼여행을 가지 않고 1년 더 돈을 모았다. 1년 후, 배낭 속에 3만 9천 원짜리 웨딩드레스와 와이셔츠, 나비넥타이를 담고 드디어 비행기에 올랐다. 그리고 약 6개월간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웨딩사진을 찍었고 긴 신혼여행을 즐겼다.

이 책 <연애하듯, 여행>은 그 부부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세계여행을 하며 웨딩사진을 찍고, 그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 있었던 일들, 여행기록을 담은 책이다. 세계 곳곳에서 셀프 웨딩 촬영하겠다는 그 계획 자체도 멋졌고 더 나아가 그 여행길에서 있었던 일들을 통해 배우고 느낀 것들을 나도 책을 읽으면서 같이 느낄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여행을 하면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일어나고 그 과정에서 느끼는 것도 많고 시야가 넓어질 수 있는 것 같다.

우선 그들만의 의미 있는 여행 이야기를 읽으며 너무 너무 부러웠다. 일단 생각 자체가 진짜 멋진 것 같다. 요즘 셀프웨딩촬영 그래도 예전보다는 많이 하는 것 같던데 이 부부처럼 같이 여행하며 세계 곳곳에서 웨딩 촬영하는 거 정말 멋진 일인 것 같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앞으로 그들에게 이것이 얼마나 큰 추억이 될까.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 공유할 수 있는 그들만의 추억을 만드는 것, 부부에게는 큰 힘이 될 것 같다. 부부가 같이 연애시절부터 많은 대화를 나누고 불필요한 것들은 털고, 그들에게 진짜 의미 있는 일에 집중하는 선택을 했다는 게 정말 멋졌고 의미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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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라디오
모자 지음, 민효인 그림 / 첫눈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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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대학생 때 알바할 때만 해도 라디오 엄청 들었었는데. 그 뒤로 몇 년 간은 또 라디오를 잊고 살았다. 그러다 요즘 굿모닝팝스 듣기 시작하면서 아침이나 잠자기 전에 다른 라디오들도 조금씩 듣고 있는데 문득 예전 생각이 많이 난다. 난 밤 12시에서 새벽 2시 타임의 라디오가 제일 좋다. 라디오를 가만히 듣고 있다 보면 흘러나오는 노래 한 곡, 사람들의 사연들이 가슴속의 무언가를 톡톡 건드릴 때가 많다. 그 느낌을 참 많이 좋아했었는데.

라디오 들을 때와 마찬가지로 가슴속의 무언가를 톡톡 건드리는 느낌을 받을 때가 또 있다. 바로 이런 공감 감성 에세이를 읽을 때. 방구석도 좋아하고ㅋㅋ 라디오도 좋고 공감에세이도 좋은데 이 책은 왠지 읽기 전부터 매우 맘에 들었다고 해야 하나. 이 책 <방구석 라디오>는 평범한 삼십대 직장인인 한 남자가 지금 내가 잘 살고 있는 걸까 의문을 품으면서 시작된 이야기라고 한다. 가끔 이런 생각 들 때 다들 있지 않나.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하나씩 하나씩 라디오 사연처럼 흘러나온다. 그냥 마냥 공감이지 뭐. 엄청 특별하고 그런 건 아닌데 소소하게 내 마음 속 무언가를 건드리는 느낌. 그런 느낌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가을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평범한데 어쩌면 그래서 더 특별한 이야기들. 쉬엄쉬엄 읽어가기 좋다. 그림도 예뻐서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잠시 멈춰서 옛 추억을 떠올리기도 할 것 같다. ‘같은 생각’ 이라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 전체를 듣는 걸 좋아한다. 그러니까, 그 앨범에 수록된 곡의 순서에도 뭔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순서대로 전체를 듣는 것이다. 그 부분을 읽으면서 나도 고등학생 땐가 나랑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친구랑 한참 얘기했던 게 생각났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생 되면서 연락만 가끔 하고 얼굴 못 본지 엄청 오래됐는데 그 친구 요즘도 나처럼 그렇게 듣고 있을까? 요즘은 어떤 가수의 어떤 앨범을 주로 들을까? 궁금해지고 ㅋㅋㅋ 연락해봐야지. 또, ‘스포일러’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사람들이 영화 볼 때는 결말을 미리 알고 싶어 하지 않으면서 정작 자신의 미래는 어떨지 알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 결말을 알고 보는 영화는 재미없다는 걸 알면서도 자신의 미래가 어떨지 궁금해 한다는 것은 결국 재미없는 인생을 살고 싶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또 많은 생각을 했었다.

가끔은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저 사람도 그렇구나 이런 동질감이 위로를 줄 때가 많다. 그래서 이런 에세이들을 찾아 읽는 것 같다. 며칠동안 하루를 잘 보내고 집에 돌아와 자기 전에 이불 속에 쏙 들어가 한 장 한 장 넘기며 잘 ~ 읽었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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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적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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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재밌게 읽은 소설! <망원동 브라더스>의 김호연 작가의 두 번째 장편 소설 <연적>. 읽기 전부터 줄거리가 참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캐릭터도 독특하고. 연적이었던 두 남자가 죽은 연인의 1주년 기일에 우연히 만나 연인의 뼈가 든 유골함을 들고 튄다? 그녀는 자유롭게 살고 싶어 했던 사람이었는데 좁은 납골당에 갇혀 있으니 얼마나 답답하겠느냐고. 그녀가 생전에 좋아했던 장소를 찾아가자고. 기특한 발상이긴 한데 그래도 연적인 두 사람이 과연? 글쎄, 그 과정이 분명히 순탄하진 않을 것 같은데.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기대하며 책을 펼쳤다.

역시나. 고민중과 앤디의 그 대책 없는 여행길은 처음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재연이라는 여자를 서로 다른 시기에 사랑했지만 비슷한 점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었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 고민중은 출판사 편집자이고 성격은 소심하다. 반면 앤디는 피트니스 센터를 운영하던 사람이라 근육이 많고 성격은 적극적이고 행동에 거리낌이 없는, 자신감 넘치고 허세 가득한 행동파다. 이렇게 다른 두 사람이 같이 하는 그 신기한 여행이 순탄할 리 없지 않은가. 두 사람은 싸우고 경쟁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도 든다. 재연의 죽음과 관련이 있는 공공의 적과 싸우기도 하고.

책을 읽으면서 그들과 같이 여행한 느낌이다. 남해와 여수, 제주 등등.... 그 여행길을 함께 하며 책을 읽는 동안 나는 그들을 열렬히 응원했다. 그리고 다른 말 필요 없이 일단 아주 재미있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이 함께하는 그 길이 참 재밌고 따뜻했다.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기대했던 만큼 재미있었던 작품이었다. 단순히 재밌기만 한 게 아니라 감동도 있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던 재연의 죽음이 안타깝다. 그런 재연을 방해하고 이용했던 나쁜 사람들... 그를 향한 고민중과 앤디의 복수. 속 시원하다.

저자의 <망원동 브라더스>를 아직 읽지 못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책 또한 기대가 된다. 이미 재밌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로 보아 재미있을 것 같다. 믿고 읽을 수 있는 작가를 한 명 새로 알게 된 것 같아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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