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여도 괜찮을까? - 어쨌든 한번은 부딪히는 인생 고민
피오나.미나리 지음 / 다온북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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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후반쯤 되니까 아무래도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결혼’이라는 주제가 빠질 수 없다. 이제 하나 둘 결혼하는 친구들도 있고 벌써 아이가 있는 친구도 있지만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다. 모이면 한 번은 이야기하게 되는 것 같은데 딱히 할 말이 없어서 그저 이야기를 들으며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 혼자 생각을 정리해보기도 한다. 앞으로 생각이 바뀔지 모르겠지만 난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정말 좋은 사람이 있으면 하는 것이겠지만 안 생기면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단지 지금 나이가 결혼 적령기라는 이유만으로 조급하게 짝을 찾아 결혼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둘이라서 반드시 행복한 것도 아니고 혼자라서 반드시 불행한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나쁜 결혼보다는 싱글이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혼자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좋은 사람을 만나고 좋은 결혼을 하는 게 최고 행복이겠지만. 그게 쉽나? 아님 나한테만 이렇게 어려운 건가? 어쨌든 지금 생각은 그렇다. 혼자 살아도 나쁘지는 않겠다는 것.

그래서 가끔은 혼자 사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하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데, 언젠가 한 친구가 ‘근데 지금은 상관없는데 문득 10년 후에 혼자라면? 그래도 괜찮을까?’ 라고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나는 순간 말문이 막혀 얼음이 되었다. ㅋㅋㅋ 뭐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하지만 생각해보니 고독사가 약간 걱정되기는 하다. 아, 몰라. ㅋㅋㅋ 난 괜찮을 것 같은데 또 막상 그런 질문을 받으니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그러던 중 이 책 <혼자여도 괜찮을까?>를 보게 됐는데 그런 나의 고민들과 생각들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님을 알게 되면서 공감할 수 있었던 이야기가 많았다. 이 책은 고독사를 걱정하다 마흔에 결혼해 마흔여섯에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딸을 키우고 있는 피오나와 열심히 산다고 살아왔는데 어쩌다 보니 홀로 남겨진 마흔한 살의 직장녀 미나리가 여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이다.

두 분 다 흔히 남들이 말하는 그 나이 대에 해야 하는 것들에서 벗어나 조금은 느리게 자기 시간에 맞춰 살고 있는 분들이다 보니 궁금한 게 많았다. 솔직하게 이야기해주신 부분이 많아서 좋았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고 크게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타입이라 혼자 먹고 살 정도의 적당한 돈을 벌 수 있고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혼자 사는 것에 크게 걱정되는 부분은 없는데 주변 시선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게 좀 걱정이긴 했다. 남 시선 생각 않고 자기 방식대로 살면 된다고는 하지만 왠지 결혼 안하면 불효녀가 되는 것 같고, 문제 있는 것 같고 저 나이에 혼자 산다느니 뭐래느니 나는 혼자 살아서 외로울 것 같은 것보다 저런 게 더 신경 쓰일 것 같다. 난 괜찮은데 주변에서 괜찮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고 해야 하나?

하. 어려운 문제이다. 무섭기도 한 것 같다. 40대의 여자의 위치가.. 일터에선 조금씩 자리가 사라지고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가 당연한 나이. 하지만 결혼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결혼하지 않았다면? 마치 나에겐 먼 미래의 일일 것처럼 깊게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그때의 나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생각하며 읽었던 것 같다. 책 속에 답이 있진 않다. 각자의 인생은 각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 책은 그 선택을 하기까지 스스로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게 여러 조언을 해준다. 책은 40대의 싱글녀들을 위한 책이라고 말하는데 뭐 굳이 40대 아니어도 읽기엔 크게 상관없을 것 같다.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혼자여도 괜찮을까? 한 번쯤 생각하게 되는 이 질문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생각을 정리할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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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에 대한 거의 모든 지식 - 상 - 조선의 왕 이야기 한국사에 대한 거의 모든 지식
박문국 지음 / 소라주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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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는 책, <한국사에 대한 거의 모든 지식 : 조선의 왕 이야기(상)>을 읽었다. 막 책장을 덮고 나서의 느낌은 뭔가 아쉬움.... 책 내용이 아쉽다는 게 아니라 (하)권을 아직 읽지 못해서 반은 채워지지 않은 것 같은 그 아쉬움이... 싫다. (하)권이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빨리. 흑흑.

 

아주 재밌고, 술술 읽힌다. 많은 사람들이 구독하는 카카오스토리 역사 부분 1위 채널 ‘5분 한국사 이야기’의 운영자가 펴낸 책이라고 한다. 나는 본 적 없지만 구독하는 사람이 꽤 많은 모양이다. 찾아봐야지. 이 책은 조선왕조실록을 기반으로 여러 논문을 참고하여 독자들이 조선의 왕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상)권에서는 초대 왕 태조 이성계부터 14대 선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조선의 왕에 대한 이야기를 잘 안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건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곳저곳에서 읽은 책, 봤던 드라마, 영화들의 내용이 섞여 나도 모르게 사실과는 다른 이미지를 머릿속에 심어 놓게 된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일단 그동안 한국사를 공부했던 방식이 왕과 그 왕의 업적, 주요 사건 위주로 암기했던 터라 부족한 점이 많지 않았을까 싶다. 태종과 세종, 문종, 선조 부분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각 왕을 잘 알고 이해하려면 그때의 상황, 앞뒤 상황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읽으면서 이 생각을 가장 많이 한 것 같다.

전혀 어렵지 않고 지루하지도 않다. 옛날이야기 듣는 것 같다. 그리고 생각보다 얇아서 갖고 다니면서 읽기에 참 좋다. 두께가 얇고 가볍지만 책 내용이 부실하다거나 가볍다거나 하지는 않다는 것! 알차다. 매우 만족. 전체적인 흐름 잡기에도 좋고 각 왕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하)권이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조선 후기의 왕의 이야기도 너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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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의 힘 - 작은 결심이 만든 큰 변화
캐롤라인 아놀드 지음, 신예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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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을 한 달 정도 남겨둔 지금 이 시점에 읽어서 뭔가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 책, <시작의 힘>을 읽었다. 어떤 일이든 결심을 했으면 일단 시작을 해야 결과가 생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생각만하고 좀 더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만 있을 뿐, 정작 시작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게 습관인 사람도 있고. 나도 그런 적 있다. 뭔가 완벽하게 계획을 세우고 시작해야 그 결심을 유지하고 결국에는 이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깊게 생각만 하면서 계획을 수정하고 또 수정했었다. 주로 매년 새해 계획 세울 때 그랬던;;;; ㅋㅋㅋ 시간이 흐르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왜 그랬나 싶다. 어차피 계획이란 게 아무리 완벽하게 세워도 막상 시작해보면 중간에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실천해나가는 과정에서 계획을 수정해나갈 수밖에 없는 건데 왜 그땐 계획에 그렇게 목숨 걸고 완벽을 주장했었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크고 추상적인 계획보다 작고 구체적인 결심과 바로 시작하는 행동이 더 중요함을 실감할 수 있었다. 저자와 여러 다른 사람들의 경험담을 소개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어서 쉽게 읽힌다. 한 번에 모든 것을 바꾸겠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작은 일을 반복적으로 해내서 그것을 습관으로 만들어야 우리는 각자의 목표에 한 걸음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저자의 이야기가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작게 시작하는 것의 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완벽한 계획보다 일단 한 번의 실천이 중요하다. 예전에 내가 무언가 시작하기에 앞서 너무 많은 고민을 했다면 요즘의 나는 일단 한 번 생각나는 대로 바로 해본다. 고민이 길어질 것 같으면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다’는 문장을 생각한다. 시작하면 다음 길이 보일 거라 믿는다. 그러면서 예전의 나보다는 좀 더 나아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고민만 하고 있을 때보다는 실패하더라도 시작을 해보는 게 나은 것 같다. 작게나마 시작하는 것의 힘에 대해 나도 느끼는 바가 많았는데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많이 공감했던 것 같다. 또, 습관의 무서움도 느낀다. 습관은 정말 무서운 것 같다. 내가 어떤 습관을 갖고 있는지, 혹시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던 습관적인 일이 자꾸 내 의지력을 깎아먹고 있진 않은지. 좋은 습관을 갖는 것,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반복 훈련이 가장 효과적임을 생각해보게 됐다.

이맘때쯤 되면 올해를 마무리하며 내년의 계획을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다. 그럴 때 한 번 읽어보면 계획 세우는 데 도움이 될 듯. 막연히 내년 나의 계획은 이것, 이것이다, 이렇게 정해놓을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이루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고 그것을 자신의 상황에 맞게(자신이 실천할 수 있게) ‘작게’ 결심하고 ‘바로’ 시작하는 것으로 작심삼일에 그치지 않고 각자 이루고 싶은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2016년의 나는 2015년의 나보다는 조금 더 나은 사람이길 바라며 나도 내년의 목표를 한 번 생각해본다. 작게 결심하고 바로 시작하기. 이것만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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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도 사랑을 할 딸에게 - 딸의 사랑을 응원하는 엄마의 30년 사회생활 다이어리
유인경 지음 / 위즈덤경향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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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유인경 기자님의 <내일도 출근하는 딸에게>를 읽고 따뜻한 조언들을 얻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새로 나온 <내일도 사랑을 할 딸에게>도 기대가 됐다. 제목을 보자마자 공지영 작가님의 <딸에게 주는 레시피>가 생각나기도 하고, 엄마가 딸에게 차근차근 이야기해 줄듯 한 느낌에 마음이 편해지면서 내용이 궁금해졌다. 이번엔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시려나 보다.

저자는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기자 생활을 했고, 여러 활동들을 통해서 다양한 사람들을 누구보다 많이 만났다. 이 책에서는 그동안 만난 다양한 사람들 중에서 여자보다는 남자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그 이야기를 통해 20대나 30대의 딸과 후배 또래의 여성들에게 연애와 결혼에 대해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사랑이 쉽지 않은 20~30대 딸과 후배에게 인생을 더 오래 살고 더 많은 사람들을 경험한 엄마이자 선배로서 자신의 생각을 차분하게 이야기해준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사랑을 시작하기 전에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서, 2부에서는 힘든 사랑과 그럴 때의 대처법, 3부에서는 좀 더 현명하게 사랑하기 위해 필요한 조언들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현실적인 조언들이 도움 됐다. 사랑 공부보다는 사람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 사랑도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사랑은 완벽하지 않다는 것, 완벽한 남자는 없지만 절대 안 되는 남자는 있다는 것... 등등. 당연한 얘기일 수 있지만 사랑에 빠지면 그 당연한 것들이 내 눈엔 안 보이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니까 책을 읽으면서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

솔직히 사랑에 정답이 있나. 사람마다 다 다르고 책 한 권으로 딱 정의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근데 어쨌든 나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이미 보냈고, 훨씬 더 많은 사람을 만난 어른의 말씀에서 얻을 수 있는 조언이 분명히 아주 많기에 많이 배우며 읽었다. 완벽한 남자는 없지만 절대 안 되는 남자는 있다는 것, 진짜 맞는 것 같다. 물론 남자를 여자로 바꿔도 맞다. 완벽한 여자는 없지만 절대 안 되는 여자는 있다. 완벽한 상대를 찾기보다 부족한 점을 서로 채우고 특히 함께 있을 때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사람, 서로 발전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연애도 결혼도 일단 주인공은 나 자신이고 자신을 먼저 사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 사랑도 삶도 결국 내가 행복해야 나와 관계를 맺는 상대방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겠다. 남자들이 읽어도 문제없을 것 같다. 남자들도 이런 여자는 피해야겠다, 이런 마음으로 사랑을 해야겠다, 상대를 볼 때 절대 눈을 낮추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한 자기 나름의 기준을 여러 가지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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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리스트
리처드 폴 에반스 지음, 허지은 옮김 / MBC C&I(MBC프로덕션)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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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11월이 얼마 안 남았다. 곧 12월이 오고, 크리스마스가 올 것이다. 생각만 해도 왠지 두근거리는 크리스마스. 지금 막 <크리스마스 리스트>라는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따뜻한 마음으로 서평을 쓰기 시작했다. 첫 문장을 적기가 쉽지 않았다. 원래 생각나는 대로 막 적기 시작하는데 책장을 덮자마자 벅찬 감동에 키보드 위에서 손이 움직이질 않는다. 감동적인 소설이었다. 많은 것들을 되돌아보게 된다. 지금 잘 살고 있는지, 과연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인지...

주인공 제임스 키어는 부동산 업계에서 매우 잘 나가는 사업가이다. 어느 날 갑자기, 신문에 그가 자동차 사고로 사망했다는 기사가 실린다. 사실은 동명이인의 다른 사람이 죽은 것인데 어쨌든 그는 신문에 자신의 부고가 실린 걸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충격적인 건 그 기사 아래 달린 댓글이었다. 그의 죽음 소식에 사람들이 슬퍼하기는커녕, 악담만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는 분노했고, 부끄러웠다. 실제 이런 경험을 한다면 나는 엄청난 충격을 받을 것 같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자체가 어땠는지 말해주는 것 아닌가. 충격 그 자체. 이 책은 주인공이 이렇게 자신의 부고 기사에 대한 세상의 반응에 충격을 받아 반성하고 인생에서 소중한 것들을 생각하고 깨닫게 된다는 내용이다. 뻔한 이야기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읽고 싶었다. 그리고 다 읽은 지금은 역시 읽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키어는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고 바로잡기 위해 크리스마스 리스트를 만든다. 자신이 지금까지 상처 준 사람들 즉 사과해야 할 사람들의 명단을 만든 것이다. 용서를 구하기 위해 찾아갔을 때 상대의 반응이 좋기만 했던 건 아니었다. 키어의 부고 기사가 나갔을 때의 반응을 보면 알겠지만 그는 썩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부유했지만 인색했던 냉혹한 사람이었다. 그의 말과 행동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들은 많았고 그들에게 그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는 충분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의 말과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큰 상처가 될 수 있음을, 그 상처가 그저 미안하다는 한 마디로 끝날 수 있는 정도의 크기가 아닐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알게 됐다. 물론 용서를 구할 정도의 큰 잘못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것일 테지만 그게 어디 내 마음대로 되던가. 하지만 혹시 잘못을 하더라도 즉시 사과하고 용서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상대의 분노가 더 커지기 전에 혹은 키어의 경우처럼 용서를 구하러 찾아가도 이미 상대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런 경우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터라 놀랐다. 근데 생각해보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는 일이다. 평생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기회가 계속해서 있는 것도 아니니까. 머뭇거리지 말고 그때그때 용서를 구하고 사랑을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키어가 가족인 아내와 아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관계가 회복되는 과정도 감동적이었다. 마지막엔 조금 울기도 함ㅠㅠ 어떤 사람이 인생을 잘 살았는지,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알려면 그 사람의 장례식장을 보면 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내가 죽었을 때 진심으로 슬퍼할 사람이 있을까.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 것인가. 깊게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이 책을 읽고 순간 여러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잘 살고 있는 걸까,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또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반성도 해본다. 좀 더 따뜻한 사람이지 못했던 것에 대해, 더 많이 표현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나 때문에 상처받는 사람이 없게 조심하며 살아야겠다.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게 된다면 미루지 말고 용서를 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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