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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리스트
리처드 폴 에반스 지음, 허지은 옮김 / MBC C&I(MBC프로덕션)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이제 11월이 얼마 안 남았다. 곧 12월이 오고, 크리스마스가 올
것이다. 생각만 해도 왠지 두근거리는 크리스마스. 지금 막 <크리스마스 리스트>라는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따뜻한 마음으로 서평을
쓰기 시작했다. 첫 문장을 적기가 쉽지 않았다. 원래 생각나는 대로 막 적기 시작하는데 책장을 덮자마자 벅찬 감동에 키보드 위에서 손이 움직이질
않는다. 감동적인 소설이었다. 많은 것들을 되돌아보게 된다. 지금 잘 살고 있는지, 과연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인지...
주인공 제임스 키어는 부동산 업계에서 매우 잘 나가는 사업가이다.
어느 날 갑자기, 신문에 그가 자동차 사고로 사망했다는 기사가 실린다. 사실은 동명이인의 다른 사람이 죽은 것인데 어쨌든 그는 신문에 자신의
부고가 실린 걸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충격적인 건 그 기사 아래 달린 댓글이었다. 그의 죽음 소식에 사람들이 슬퍼하기는커녕, 악담만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는 분노했고, 부끄러웠다. 실제 이런 경험을 한다면 나는 엄청난 충격을 받을 것 같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자체가
어땠는지 말해주는 것 아닌가. 충격 그 자체. 이 책은 주인공이 이렇게 자신의 부고 기사에 대한 세상의 반응에 충격을 받아 반성하고 인생에서
소중한 것들을 생각하고 깨닫게 된다는 내용이다. 뻔한 이야기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읽고 싶었다. 그리고 다 읽은 지금은 역시 읽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키어는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고 바로잡기 위해 크리스마스
리스트를 만든다. 자신이 지금까지 상처 준 사람들 즉 사과해야 할 사람들의 명단을 만든 것이다. 용서를 구하기 위해 찾아갔을 때 상대의 반응이
좋기만 했던 건 아니었다. 키어의 부고 기사가 나갔을 때의 반응을 보면 알겠지만 그는 썩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부유했지만 인색했던 냉혹한
사람이었다. 그의 말과 행동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들은 많았고 그들에게 그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는 충분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의 말과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큰 상처가 될 수 있음을, 그 상처가 그저 미안하다는 한 마디로 끝날 수 있는 정도의 크기가 아닐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알게 됐다. 물론 용서를 구할 정도의 큰 잘못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것일 테지만 그게 어디 내 마음대로 되던가. 하지만 혹시 잘못을
하더라도 즉시 사과하고 용서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상대의 분노가 더 커지기 전에 혹은 키어의 경우처럼 용서를 구하러 찾아가도 이미
상대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런 경우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터라 놀랐다. 근데 생각해보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는 일이다. 평생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기회가 계속해서 있는 것도 아니니까. 머뭇거리지 말고 그때그때 용서를 구하고 사랑을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키어가 가족인 아내와 아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관계가 회복되는
과정도 감동적이었다. 마지막엔 조금 울기도 함ㅠㅠ 어떤 사람이 인생을 잘 살았는지,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알려면 그 사람의 장례식장을 보면
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내가 죽었을 때 진심으로 슬퍼할 사람이 있을까.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 것인가. 깊게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이 책을 읽고 순간 여러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잘 살고 있는 걸까,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또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반성도 해본다. 좀 더 따뜻한 사람이지 못했던 것에 대해, 더 많이 표현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나 때문에
상처받는 사람이 없게 조심하며 살아야겠다.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게 된다면 미루지 말고 용서를 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