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기를
다카세 준코 지음, 허하나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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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바로 한 명 쯤은 떠올릴 수 있는 직장 내 빌런. 너무너무 짜증나지만 친절하고 늘 피해자 포지션인 한 사람이 이 소설의 아주 중요한 인물로 나온다.

일 못하고 아마도 착할 그 사람 한 명.
그 일을 내가 도맡는 게 힘들고 그 사실이 쉽게 용납된다는 사실이 짜증나는 한 명.
상황을 제법 객관적으로 보고 있지만 메인스트림에 속하는 선택만을 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또 한 명.

오, 진짜 읽다가 화딱지 나서 숨을 씩씩 몰아쉴 정도로 떠오르던 내 전직장의 그녀. 어쩌면 그렇게 당당하게 자기 몫을 하지 않겠다고 말할 수 있었을까. 나는 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애를 재우고 새벽 4시에 출근하는데 너는 왜 스케줄을 지키짖 않아 내가 휴가 중에도 일을 하게 만들었을까. 왜 내 상사는 그녀를 지적하지 않았을까.
그 고민에 대한 답은 그래도 굴러가니까. 욕 하든 힘들어하든 결국 그걸 하는 다른 사람이 있었으니까.

계속 화가 나 있던 한 명은 은밀하게 악의를 드러내다 결국 졌다. 비참하게 물러났다. 스트레스 받아하던 한 명은 비겁하게 수용하고 계속 스트레스를 받는다. 해맑게 피해를 주던 한 명은 원하던대로 된다.

아, 짜증났다. 소설이 술술 읽혀서 더 짜증났다.
그리고 메인 스트림에 들어가려했던 지 혼자 스트레스 받던 그 남자의 가장 이해 안가는 부분이 몸서리치게 싫어하면서 남들 눈에 사랑스러운 그녀에게 욕정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좋다는 거니 싫다는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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