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간을 개인으로 보지 않고 그저 사물로 볼 수 있는 그 능력은 레비에게 범죄 중의 범죄가 되었다. 그러나 이조차도 레비는 독일인이 아니라 인생자체를 비난했다. 결국 수천수만의사람들이 타인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지 못할 수 있다면 이러한 능력은 타고났다고 말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는 인간이라는 유기체 안에 그토록 괴물 같은 분리를 가능하게 한죄를 인생 자체에 물어야 한다고 선언했다. 

너무나 모순되게도 그가 다시 ‘자유로운‘ 사람이 되자마자전쟁 전의 모습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수용소 안에서도 바깥에 있었을 때처럼 인간으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오래된 공포와 불안과 우울이 무기력하게 그의 핵심으로 아주천천히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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