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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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유를 모르고 멀어진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시작은 내 사소한 일상에도 하트를 찍고 멘션을 남기던 이가 더 이상 내 글에 반응하지 않아 내가 뭔가 불편할 이야기를 계속 했나 안절부절 했다. 그리고 그렇게 이유를 모르고 멀어진 몇몇을 떠올렸다. 우리가 무척 좋은 사이라 생각했고 교감했고 시간을 많이 보냈는데도 어떤 다툼도 없어 멀어진 이유가 뭘까? 어린 시절 그냥 뜸해진 연락 때문이었다 여기고 우연히 흔적을 찾아 다시 연락을 시도했을 때 마주한 벽을 보고 많이 놀랐다. 자연스럽게 멀어진 게 아니라 나를 끊어낸 거였구나. 그런데 이유를 도저히 모르겠더라. 알고싶기도 했고 애써 피하는 모습을 보며 놓아주고프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끊임 없이 상처 받았다.
그런데 생각을 거듭하다보니 내가 그런 존재였던 적도 있었다. 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기저에는 무언가 못나던 내가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많이도 좋아했던 그 아이의 잘못이 아닌데 음침하고 우울했던 그때의 나는 누군가를 끊어내며 도망쳤던 것 같다.

이런 생각을 끊임없이 하는 중에 이 작품을 읽었다. 최신작에 비해 아쉬운 부분이 많아 큰 감흥 없이 읽고 있었다. 그러다 한지와 영주를 읽으며 차마 책장을 넘기지 못했다. 마치 기도 중에 성경에서 응답을 찾는 교인처럼 이 작품을 읽었다. 최은영 작가는 참 글을 잘쓴다. 영주이기도 하며 한지이기도 한 독자에게 이 글은 일기이고 기억과도 같았다. 망각이라는 축복을 기대하며 조금 더 살아보아야지.

표제작인 쇼코의 미소도 인상적이었지만 이번 독서에서는 한지와 영주, 씬짜오 씬짜오, 비밀 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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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tripo 2023-11-14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편들을 계속 다시 읽고 별점 수정. 다시 읽어보니 처음보다 더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