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의 계절
권여선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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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계절을 나려면 각각의 힘이 필요하지요.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지? 계속 곱씹게 된다. 어떤 시절을 살아내게 해준 힘이 다음 시절을 살아내게 해줄 힘으로 자연스레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 어떤 힘은 딱 그 시절에만 필요한 것인데 그 힘으로 계속 살려하면 추해지기도 하고 망하기도 한다. 많고 많은 계절을 지내고 관조해야 나올 수 있는 글이 아닐까.

이 글을 읽는 동안 참 이상하기도 했다.

하늘 높이 아름답게를 읽은 날, 이루말할 수 없이 외롭고 기괴한 상가에 조문을 다녀왔다.

엄마의 전화로 힘들었던 날, 깜빡이와 어머니는 잠 못이루고를 읽었다.

헐값으로라도 팔고 싶은 부동산으로 고민 중인데 무구를 읽었다.

나는 무장해제한 채로 이 책을 읽을 수 밖에 없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좋았다. 작가는 모두 자기 나이에서 이야기 하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나이 든 화자는 과거를, 젊은 화자는 약간의 환멸을 보여주는 것이 극히 사실적인데 권여선 작가님의 ‘소녀같은 성인 여성‘의 문체가 너무 부드러워 문득 슬퍼졌다. 예순의 여성을 이룬 것은 그가 지내온 스물, 서른, 마흔의 삶이더라. 혹은 놓쳤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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