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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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 작가는 캐릭터를 정말 잘 만든다. 웨딩드레스44에서는 한 장짜리 이야기에도 캐릭터가 살아있었다. 최근 소설을 읽는 게 좀 재미없었는데 이 소설을 읽으며 활력이 돋았다. 페이지가 줄어드는 게 아까워 몇 번이고 남은 장수를 세어가며 책을 읽었다.

심시선 여사의 가계도로 시작하는 이 이야기는 그녀의 삶을 조금씩은 이어받은 그의 자손들은 각자의 이야깃거리만으로도 각 소설의 주인공을 맡아도 손색이 없다. 이 이야기의 중추를 이루는 심시선 여사의 삶은 기구하고 그 시절의 한계를 가졌지만 끊임없이 싸워온 그의 생은 헛되지 않았다. 페미니스트의 아들은 어떻게 자랄까 늘 궁금했다. 내 잘못이 아님에도 내가 가진 권력을 인정하는 규림과 나보다 잘났던 아내보다 내가 잘 된 것이 불공정한 사회에서 비롯됨을 알고 있는 명준이 그래서 인상깊었다.

모두가 무언가와 싸우고 있었다. 머물러 있기만 하는 사람이 없는 이 가족의 삶은 안타깝게도 현재의 대한민국에서는 판타지다. 하지만 시선으로부터, 그 자녀들로부터, 그 손자녀로부터 끊임없이 뻗어나갈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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