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Orlando Patterson, 같은 책, p. 9. 유교적 가부장 사회에서 기혼 여성은 친족이 없는kinless 존재라는 점에서 노예와 비슷하다. 조선 시대에 기혼 여성에게 적용되었던 출가외인出嫁外人이라는 말은 여자들이 혼인과 동시에 부계 친족집단에서 영구히 성원권을 상실한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출가한 여자는 부모의 제사에 참여할 수 없고, 재산을 물려받을 수도없다. 그리고 친정일에 관심을 가져서도 안 된다(출가외인이라는 표현은 여자가 친정 일에개입하려 할 때 이를 저지하기 위해 주로 사용되었다). 무엇보다 그녀는 시집에서 쫓겨나도친정으로 돌아올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친정에 대해서 ‘외인, 즉 아웃사이더가되었다고 해서, 그녀가 남편의 친족 집단에서 그에 상응하는 자리를 얻은 것은 아니다. 그녀는 시집의 족보에 이름이 오르지도 않고, 제사에 참여하지도 않는다. 그녀는 두 집단 중 어느 쪽에서도 성원권을 갖지 못하는 것이다. 시집살이가 종살이와 비슷하게 체험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절대적 소유권, 즉 배타적인 지배란 주인이 노예에게 어떤 짓을 해도 제삼자의 간섭을 받지 않는다는것, 혹은 사회적으로 그 행위가 승인된다는 것, 다시 말해 노예의 완전한 고립과 무력함powerlessness 을 함축한다. 패터슨이 올바르게 지적했듯이, 소유권이란 사람과 물건의 관계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관계이다(사람과 물건이 ‘관계‘를 맺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정확히 말해서 소유권은 일종의 권력관계이며, 노예가 물건이라는 법적 허구는 이 관계 안에서 노예가 처하는 절대적으로 무력한 위치를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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